삼국지(三國志) (218)
손권의 갈등
노숙이 유비 일행의 영접을 위해 선착장으로 나왔다.
그때 멀리서 여몽이 군사들을 이끌고 말을 달려 오는 것이 보였다.
이들은 유비를 붙잡기 위해, 육로를 이용해 파릉에서 달려온
여몽을 비롯한 동오의 정예병이었다.
노숙은 여몽을 보자,
고개를 흔들어 보이며 그대로 선착장으로 향했다.
여몽과 함께 달려온 감녕이 말한다.
"장군,
제가 가서 유비를 잡아오겠습니다."
"늦었다.
지금은 손을 쓸 수가 없어 ! "
여몽은 탄식의 소리를 내뱉으며 군사들을 눈에 띄지않게 물렸다.
노숙이 이미 도착해 있던 유비의 배에 다가가니,
장군 조운이 마중을 나온다.
"조 장군 !
수고하셨소."
"선생,
안녕하십니까 ?"
이어서 유비가 배에서 내리며 다가왔다.
노숙이 예를 표하며 말한다.
"유황숙 !
오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소 ?"
"이리 빨리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연통을 미리 주셨다면...
영접을 제대로 했을 것인데,
악대도 미처 준비하지 못했으니 정말 송구스럽습니다."
"허허허 ! ... (마음이 급해서...)
마침 순풍이 불어서 닷새가 걸릴 길을 사흘만에 왔습니다. "
"그렇군요.
가시지요.
역관을 청소하라 했으니
우선 쉬고 계십시오.
오후께서 곧 찾아 뵐 것입니다. "
노숙은 유비 일행을 객관으로 안내하였다.
한편,
진노한 태부인의 호출로 주유가 강동에 왔다.
그리하여 유비 일행을 맞아 대책 마련에 안절부절 하던 손권에 앞에 나타났다.
"주공께 인사올립니다."
손권은 주유를 보자 비로서 안도의 얼굴로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대도독 !
몸은 좀 어떻소 ?"
"괜찮습니다."
"대도독,
때 마침 잘 오셨소.
유비가 혼례를 올리러 건강에 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급기야 어머니 귀에 까지 들어갔고,
그 때문에 화가 많이 나셨소. "
"저도
다 알고 왔습니다.
주공, 태부인께 뭐라 하셨습니까 ?"
"어머니께 유비와 누이 동생의 혼례는
결속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다가 한바탕 꾸중만 들었소."
"주공,
이번 일은 태부인께 솔직하게 말씀드리십시오.
유비와의 혼사는 거짓이고 형주를 되찾기 위한 계략이라고...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 한테 미루십시오.
다 제가 꾸민 일로 주공께선 모르는 일 이라고..."
"허 !.. 그럴 순 없소.
자꾸 다른 사람 핑게만 대면,
오히려 역정을 내실 것이오.
대신들에게는 또 뭐라 해야 할 지..
그것도 문제요."
"형주만 되찾아 온다면 모두 기뻐할 겁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
"음.."
손권이 긍정의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주유가 무릅을 꿇으며 아뢴다.
"또 한 가지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
"아 !
갑자기 왜 이러시오 ?
일어나서 애기 하시오."
손권이 꿇어 앉은 주유를 붙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주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유비가 강동에 온 것을 기회로
밀령을 내려 육만 대군을 형주로 보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손권이 깜짝 놀란다.
"뭐요 ?
형주를 공격하려는거요 ?
제갈양이 대비하고 있을 것이니 전쟁이 크게 벌어질 거요 !"
"주공 !
언젠가는 치룰 일이고, 지금보다 유리한 때는 없을 겁니다.
게다가 유비를 붙잡아 두고 형주와 맞바꾸는 계략을 펼친다면,
우리는 손실없이 형주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형주를 얻으신 뒤,
주공께서는 모든 책임을 저에게 미루시고,
군법대로 처리하십시오.
만약 제 목으로 만 백성의 입을 막을 수 있다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손권이 그 말을 듣고
,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주유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러나 주유는
"동의 하신 것으로 알고,
태부인을 뵈러 가겠습니다."하고,
자신의 계략을 당당한 어조로 말하고 돌아섰다.
그 순간, 손권이 주유의 등 뒤에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멈추시오 !"
주유가 천천히 돌아서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
주공, "
그러자 손권이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다가,
결심어린 어조로 입을 열어 말한다.
"아무래도 이 일은 그리 할 순 없소. "
"어째서요 ?"
"어머니께서 이 일을 모르셨다면,
그대의 말대로 하겠지만,
유비가 혼례를 올리러 건강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오.
어머니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중요하게 여기시는데,
만약 형주를 취하기 위해, 누이동생을 이용했다고 하면,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으실 거요. "
"정말 태부인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
"솔직히...
그 때문만은 아니오.."
손권은 이렇게 말하면서 주유에게 돌아서며 말한다.
"어찌 그대가,
나에게는 일언 반구도 없이,
멋대로 육만이나 되는 병력을 움직인 것이오 ?
내가 군주이거늘,
그대가 사사로이 군을 움직이다니,
도데채 강동의 주인이 그대인 거요, 나 인거요 ?"
이 말을 듣은 주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으.. 아,아 !...
알겠습니다 ...
알겠습니다 ! "
주유는 비로서 현실을 직시하였다.
아무리 동오를 위한 충성이라도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것을 ...
주유가 자신의 품 속에서 대도독의
병부(兵符: 군사를 동원하는 표지로 쓰이는 패)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말한다.
" 대도독 병부를 주공께 반환하겠습니다.
처분을 기다리지요. "
주유는 대도독 병부를 손권의 책상에 올려놓고,
참담한 심정으로 물러갔다.
그때, 장중으로 들어오던 노숙이 주유와 마주쳤다.
노숙이 심상치 않은 주유의 모습을 보고 물었다.
"공근 ?"
그러나 주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다.
노숙이 사라져가는 주유의 뒷모습을 잠깐 본 뒤에,
아무런 말도 없이 서있는 손권에게 달려가다가 책상위에 놓인 대도독 병부를 발견하였다.
노숙이 놀란 눈으로 손권에게 물었다.
"주공,
공근의 병부를 회수하셨습니까 ?"
"육만 대군에게 형주 습격의 밀령을 내렸기에, 부득이 하직하게 됬소.
하 !.. 잘한 짓인지 아닌지,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소..."하고,
자조섞인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노숙은 정색을 하며 의외의 말을 한다.
"주공, 정확한 판단이십니다.
손유 동맹이 깨지면 안됩니다.
유비와의 교전은 더 더욱 안됩니다."
"그 말을 들으니 불안한 마음이 진정이 되는군.
공근이 두고 간 병부를 지금 즉시 파릉으로 보내, 명을 전하시오.
지금 진군중인 대군을 원대 복귀하고 대기 하라고 하시오."
"주공,
제가 보기에는 병부를 보내면 진군은 멈출 수 있을진 몰라도,
전군이 원대 복귀하라는 명은 듣지않을 겁니다."
"어째서 ?"
"파릉 군사들은 공근의 명만 들은 뿐,
주공께서 내리는 명 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손권이 그 말을 듣고,
하늘이 얕다고 펄펄 뛰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
나는 오후 자리에 십년이나 있었소 !
동오의 주군이 손씨요 ? 아니면 주씨요 ?
당장, 명을 전하라 ! 당장 원대 복귀하라 ! 거역하는 자는 참한다 !"
손권의 진노한 소리는 장중을 찌렁찌렁 울렸다.
한편,
손권으로 부터 크게 질책을 당한 주유는
집으로 돌아와 분을 삭이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심복 장수 여몽이 들어와 주유의 거동을 보고 걱정한다.
"대도독 !
아직 병 중인데 술을 드시다니, 이러시면 안됩니다."
"자네까지 간섭인가 ?
물러가라 !"
주유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손까지 저어가며 싫은 내색을 해 보였다.
그러나 여몽은 한발 더 다가서며 말한다.
"대도독 !
정말 드시면 안됩니다."
여몽은 주유의 술병을 붙잡았다.
그 순간 주유의 손찌검이 날라왔다.
"꺼져 !"
"쿵 !"
여몽은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넘어졌다.
그러나 그는 벌떡 일어나 다시 주유의 손에 들고있는 술병을 붙잡았다.
"대도독 !
맞아 죽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못 드시게 할 겁니다. "
그 말을 듣고 여몽을 불같이 노려보던 주유가 갑자기 시선을 내리 깔았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여,
"내가 자네에게 심했군."하고, 말하며
조금전에 여몽을 거세게 몰아 붙힌 것에 대한 사과의 말을 토해냈다.
"아니, 괜찮습니다.
대도독의 병이 더 중요합니다. "
여몽이 이렇게 말하며 주유를 뚫어져라 쳐다보니,
주유가 붙잡고 있던 술병에서 손을 놓아 버린다.
그리고 눈물을 감추려는 듯,
침울한 표정으로 천정을 올려다 보며,
독백하듯이 말한다.
"아 !...
손씨를 위해서 십 수년을 몸바쳤는데,
이제와서 이런 최후를 맞이할 줄이야 ..."
그러자 사태를 눈치 챈 여몽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주공께서 아직 연소하시어 사리에 어둡습니다.
원망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주유는 주군 손권을 두둔하는 소리 조차 그대로 듣고 넘길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앞에 있던 탁자를 그대로 엎어버렸다.
"우당탕 !"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주유가 외쳤다.
"내가 증오하는 것은 제갈양이야 !
체면을 중시하는 주공의 약점을 간파해서,
유비를 건강에 보내놓고, 예물 준비를 핑계로 소문을 낸 것이 아닌가 ?
주공께서 어쩔 수 없이 혼사를 치루도록..."
"대도독 !
너무 괴로워 마십시오.
주공께서 결정하신 일이니, 이제와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도독의 건강입니다.
강동은 대도독이 없이는 안됩니다. "
주유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서성이면서 독백하듯 말한다.
"강동에 이젠, 주유가 없네..."
"대도독 ! ..."
한편,
손권의 명을 받고 파릉으로 달려가
형주로의 진군을 막도록 명을 받은 장수가 돌아와 보고한다.
"주공,
파릉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음,
어떤가. 모두 철군했나 ?"
"정봉, 서성, 감녕 장군들의 말로는 제갈양의 병력이 대항하여 이동하는 중이라,
이대로 철군하면 그들이 파릉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 하며,
재고해 주실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뭐야 ?
재고해 달라고 ?"
손권은 손에 들고있던 상소문을 집어 던지며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냐 !
유비가 지금 건강에 와 있다.
제갈양이 허세를 부릴 뿐인데, 지금같은 때 공격이 왼말이냐 !
분명,
항명을 하겠다는 수작이다.
당장 내 검인을 가지고 파릉으로 달려가 전하라 !
모조리 파직해 버릴 것이라고 !"
219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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