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360)
어리석은 맹달(孟達)
사마의의 출사 소식은 곧 공명에게 전해졌다.
공명은 그 소리를 듣고 아연히 놀란다.
"뭐?
사마중달이 다시 등용되었다고?"
그 모양을 보고 참군 마속(參軍 馬謖)이 말한다.
"승상께서는
사마의가 나온다기로 무얼 그렇게나 놀라십니까?"
공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그건 모르는 소리다.
내가 보기엔 위나라에는
인물다운 사람은 오직 사마중달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다.
맹달(孟達)이 신성에서 우리와 호응해 주겠다기에
나는 그 결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었는데,
만일 사마중달이 나온다면 일이 어려워질 것이야."
"그렇다면 사람을 보내
맹달에게도 그 사실을 속히 알려주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그래야지."
공명은 곧 글을 적어서,
신성에 있는 맹달에게 보내었다.
맹달이 공명의 편지를 받아 보니,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그대가 옛정을 잊지 않고 다시 돌아오겠다니 크게 기쁘오.
그대가 이번 대사에 뜻을 이루면 한조(漢朝)의 일등 공신이 될 것이오.
그런데 듣자니 조예가 사마중달을 다시 등용한다고 하니,
그 자를 극히 경계해야 하오.
그는 지략이 대단한 인물이니, 십분 조심하시오.
맹달은 그 편지를 읽어 보고 비웃기를 마지 않았다.
"사마의 정도를 이렇게 두려워 하다니,
천하의 제갈공명 답지 않구나!"
맹달은 그렇게 생각하며, 공명에게 회신을 썼다.
사마의는 조금도 두려워할 인물이 아니며,
더구나 그와 나는 지리적으로 천 리나 떨어져 있는 까닭에
소장이 낙양을 치기 전에,
그가 나에게 의심을 품더라도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을 것입니다.
공명은 맹달의 편지를 받아 보고 깜짝 놀란다.
"이런 어리석은 자가 있나?
아아, 맹달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사마중달의 손에 죽음을 면키 어렵겠구나!"
공명이 수심이 만면하며 개탄하자 마속이 묻는다.
"승상께선 무엇 때문에 이토록 개탄하십니까?"
"맹달이 보내온 이 편지를 읽어 보게.
사마의를 이렇게나 깔보고 있으니,
이게 큰일이 아닌가?"
"사마의가 조예에게 들렀다가
맹달에게 가려면 적어도 한 달의 시간이 걸릴 것인데,
그동안 맹달은 준비 태세를 갖추지 않겠습니까?"
"천만에!
만일 맹달의 배반이 알려지면
그 즉시 사마의는 조예를 찾아가기에 앞서,
비밀리에 맹달을 칠 걸세."
공명은 이렇게 거듭 개탄하며,
"아직 거사 기일이 남았으니,
그 비밀은 심복인에게 조차 결코 알리는 일이 없도록 맹달에게 주의를 주고,
거사 일자를 부득불 앞당겨야 할 것이니 그런 요지를 맹달에게 알려라."하고,
마속에게 다시 편지를 보내게 하였다.
한편,
위제 조예(魏帝 曺叡)로부터 표기장군으로 봉해진 사마의는
자신의 고향인 완성의 장군부로 귀임하여 군사들의 출동 태세의 점검을 비롯하여
전쟁 물자의 비축 상태 등을 점검하였다.
또한,
인근 성에 사발통문(沙鉢通文)을 돌려
장수와 군사들을 완성으로 몰고 오도록 명하고,
많은 젊은이들을 모병하여 불러모았다.
그리하여 장수들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속속 완성으로 도착하였다.
그중에는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금성 태수 신의(金城 太守 申儀)였다.
맹달은 금성 태수와 상용(上庸)태수에게도 모반할 것을 알리면서
낙양을 함께 공격하자고 상의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신의는 사마의와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그러하니 사마의는 신의를 보자 반색을 하였다.
"그대가 여긴 웬일이오?"
신의는 예를 표해 보이면서,
"이 사람이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받아 주시려오?"하고,
말을 하면서 주위를 경계하는 빛을 보인다.
사마의가 주위를 물리치고,
신의와 단 둘이 마주 앉았다.
신의가 입을 열어 말한다.
"대도독,
다시 중용되었다 들었소.
진심으로 축하드리오.
그렇지만 공을 세우고 난 뒤에
또 다시 버림 받을 것이 두렵지는 않소이까?"
"두렵소.
나도 평범한 사람인데 어찌 두렵지가 않겠소?"
"그런데 어찌 다시 나온 것이오?"
"욕심이 났소!"
사마의는 마주 앉은 신의의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말하였다.
"어, 엉?"
"하하하하!"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웃었다.
사마의가 웃음 끝에 말한다.
"잘 알겠지만 나는 대업을 이루어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오.
심지어는 밤에 잠을 잘 때에도 제갈양과 지혜를 겨루는 꿈까지 꾸는 사람이라오."
"하하하하!
대도독, 이제 위의 존망은 대도독 손에 달렸소.
이제부터 대도독은 두 가지 길 중 한가지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오."
신의는 이렇게 말을 한 뒤에 사마의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사마의는 그 다음 말이 궁금했다.
"계속해 보시오."
"음,
첫 번째는 수비에만 주력하면서 천자가 잡혀가게 그냥 두는 거요.
그리되면 위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니,
대도독은 나머지 세력을 규합해 손쉽게 황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오.
그런 뒤에 천하를 쟁취하면 대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오. "
"잠깐! 뭐라했소?
천자가 잡혀가?"
"으응!"
신의는 사마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가 신의의 손을 붙잡으며 묻는다.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이오?"
"두 번째는 충심을 다해 천자와 나라를 구하고,
적극적으로 촉에 대항하는 거요.
허나, 성공한다 해도 또다시 시기심 많은 조진과 조휴등
황실 친족들의 비방과 모함을 받을 테니 쉬운 일은 아니오."
사마의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한다.
그리고 곧 그의 입장을 표명한다.
"두 번째를 택하겠소. "
"정말이오?"
"아까 선물을 준다고 하지 않았소?
그게 뭐요?"
"음... 좋소!
두번째를 택했으니 말해 드리지요."
신의는 이렇게 대답한 뒤에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나간다.
"신성 태수 맹달이 배신을 할 작정이오.
며칠 후에 신성에서 십이만 대군을 일으켜서
낙양을 공격하여 천자를 생포하여 제갈양에게 바칠 계획이라오.
신성에서 낙양까지는 가까운 거리이니 힘들이지 않고도
낙양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오."
사마의가 그 소리를 듣고,
망연한 심정이 되어 불현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신의를 향해,
"그 애기를 어디서 들은 것이오?"하고,
물었다.
"맹달이 나에게 직접 의논해 왔던 일이오.
또 맹달이 제갈양과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한 서신을
내가 한장 필사해 가지고 있소."
신의는 그렇게 말하면서
필사본 한 장을 품속에서 꺼내 보이는 것이었다.
사마의가 필사본을 받아 들고
단상에 자리로 가서 앉으면서 망연한 표정으로 말한다.
"낙양과 장안,
두 곳을 한꺼번에 칠 계획이었군.
그대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위는 이대로 멸망하고 말았을 것이오. "
"대도독,
서둘러 군사들을 낙양으로 몰고 들어가
천자를 보호해야 하지 않겠소?"
"지금 보내도 늦을 거요."
사마의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그럼 어쩔 것이오?"
"방법은 한 가지,
맹달이 눈치채지 못하게 조정에는 알리지 않고
내가 철기병을 이끌고 신성을 급습하여 배반자 맹달을 내손으로 죽여야겠소."
"하하하하!
대단하시오.
천자를 미끼로 하여 공을 세우려 하다니,
머리 한번 좋소이다. 하하하!"
그날부터 사마의는 본격적인 출병을 준비하였다.
그리하여 촌각을 다투어 맹달을 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완성을 떠났다.
그리하여 여러날을 행군한 가운데 신성을 지척에 두고 군영을 재정비하였다.
천하의 풍운이 이처럼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건만
신성 태수 맹달은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맹달은 금성 태수 신의와 상용 태수 신담을 신성으로 불러서
거사를 함께 해주기를 청한 뒤에,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럴 무렵에 참군 양기가 맹달을 찾아와
거짓 전갈을 말한다.
"사마 도독께서 낙양에 가신 후,
황제의 조칙을 받은 뒤에 군사를 거느리고
공명을 치러 출병하실 때에 지원을 요청한다 하시며
그때까지는 군사들의 조련을 게을리 하지 말라 하시더이다."
맹달은 그 소리를 듣고
그동안 모반에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갖출 수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심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이같은 사실을 신의와 신담에게도 자세히 알려 주면서,
다음과 같은 지시까지 전하였다.
"우리가 모월 모일 모시에 일제히 거사할 계획이니,
그대들은 그때에 기호(旗號)를 대한(大漢)으로 바꾸어 달고
일시에 진격하여 낙양을 취하도록 하시오."
그러나 그날이 오기 전에
이미 사마의는 비밀리에 신성 인근에 대군을 집결시켜 놓았다.
그리고 맹달에게 사람을 보내어 낙양의 천자를 배알하러 가는 길에
잠깐 성밖에서 만나자고 통보를 하였다.
맹달은 그 소식을 가지고 온
사마의의 사자에게 물었다.
"표기장군께서는
수행원을 얼마나 거느리고 오셨는가?"
"측근 수행원 두, 세 사람 뿐이옵니다.
낙양에 가신후 칙명을 받고 난 뒤에야
군사를 거느리시겠지요."
사자는 이렇게 맹달을 안심시켰다.
맹달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음, 그렇다면 사마의를 일거에 제압할 절호의 기회로다.
하늘이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맹달은 곧바로 측근의 심복 장수와
백 여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사마의가 기다리고 있다는 성 밖으로
먼지를 일으키며 바람처럼 말을 달려 나갔다.
그러나 맹달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마의와 그가 길 양 옆에 매복해 놓은 수 만의 철기병 뿐이었다.
"이놈, 배신자 맹달아!
내 죄는 네가 알렸다!"
사마의는 맹달을 보자 마자 큰 소리로 꾸짖었다.
"아차!
모든 것이 탄로났구나!"
맹획은 크게 당황하여 군사를 이끌고 성으로 돌아오니,
자기 성은 이미 신의(申儀)와 신담의 군사들에게 점령되어 있었다.
"내가 돌아왔으니
속히 성문을 열어라!"
맹달은 신의와 신담이 아직도 자기 편인 줄로 알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신의와 신담은 성루에 올라서서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이놈, 반적 맹달아!
두말 말고 항복하라!
우리가 어찌 너 같은 빈적과 행동을 같이 할 수가 있느냐!"
맹달은 이같은 소리를 듣자, 크게 놀랐다.
뒤에서는 사마의의 대군이 짓쳐 오고,
앞에서는 성문이 가로막고 있는데다가
성루에서는 화살이 빗발치 듯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이 틀렸다고 생각한 맹달은 말을 달려 급히 달아나기 시작하니,
신담이 맹렬히 추격하여 창을 들어 맹달의 목을 후려친다.
그리하여 맹달은 싸움다운 싸움도 못해 보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사마의는 한번도 싸우지 아니하고 유유자적 신성에 입성하였다.
36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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