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 (400)
위나라 정권(政權)의 행방은
사마의가 요동 평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동안
위나라 궁중에서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날 밤,
조예가 침궁에서 잠들었는데
삼경에 어디에선가 음산한 바람이 일더니 켜져 있던 등불이 모두 꺼지고 말았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달빛 아래에 한 무리의 사람 같은 형체가 아른거렸다.
사람의 형체를 한 그것들은 조예가 내린 사약을 받고 유명을 달리한
황후 모씨와 그 궁녀들의 귀신이었다.
모황후는 울면서 조예의 옥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조예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목숨을 돌려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이 일을 겪은 이후로 조예는 자리에 몸져 누웠다.
그동안 향락에 몸이 많이 상한 탓인지,
모황후의 귀신을 본 탓인지 조예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되었다.
정무를 보기 어렵게 된 조예는 마침내 시중 광록대부 유방(光祿大夫 劉放)과
손자(孫資)에게 추밀원(樞密院: 홍제의 칙명을 관리하는 관아)의 일을 맡겼다.
조진(曺眞)의 아들 조상(曺爽)에게는
아직은 어린 태자 조방(曺芳)을 보좌하여 섭정(攝政)하도록 했다.
조예의 병은 점점 상태가 나빠져, 조예 스스로도 자신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조예는 사마의에게 급사를 보내 사마의를 불러들였다.
사마의는 서둘러 허창에 도착하여 몸져 누워있는 조예를 알현(謁見)했다.
사마의를 보자 조예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짐이 경을 못 보고 세상을 뜨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소.
이제 만났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하고,
말한다.
사마의는 엎드려 절하고 통곡하며 말한다.
"신은 폐하의 성체(聖體)가 편치 않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되어 달리는 말에 채찍을 쳐서 서둘러 왔사옵니다.
신에게 날개가 없는 것이 이렇게 한스러울 때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이제 폐하의 용안을 뵈오니 신에게는 천만다행이옵니다."
조예는 태자 조방과 대장군 조상, 시중 유방과 손자를 불러서 세워놓고,
사마의를 곁에 가까이 오게 하여 힘 없는 손으로 사마의의 손을 잡는다.
그곳에 모인 자들 모두 조예의 마지막 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예는 사마의에게,
"지난날에 촉주 유비가 백제성(白帝城)에서 병이 위중하여 누워지낼 때
어린 아들 유선의 뒷날을 제갈공명에게 부탁한 것을 그대도 잘 알고 있겠지.
그리고 공명은 죽는 날까지 그 뜻을 받들어 충성을 다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오.
방의 작은 나라도 그리하는데 우리 같은 대국은 말할 것도 없지 않겠소?
태자 방은 이제 겨우 나이가 여덟이오.
사직을 통솔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이지.
사마 태위와 종실의 어른들, 원로공신들이
제갈공명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 태자를 잘 보필해 준다면
짐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소. 부디 짐의 뜻을 버리지 않기를 바라오."하고,
간곡한 부탁을 한다.
그리고 어린 아들 조방에게 눈을 돌려
손짓으로 아비에게 가까이 오도록 한다.
조방은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아비의 모습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사마의는 조예의 손에 조방의 손을 살며시 끌어다 얹어준다.
조예는 간신히 아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여기 계신 사마 태위는 나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이다.
너는 아비가 없더라도 사마 태위를 공경하고
예로써 대해야 할 것이다."
"예. 알겠사옵니다.
아바마마....."
아버지의 당부에 조방은 눈물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리고 조방은 사마의에게로 다가가 사마의의 목을 꼭 끌어안고는
그 품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조예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사마의에게 말한다.
"태위는 부디 오늘 태자가 보여준
애틋한 정을 잊지 않기를 바라오......"
간신히 말을 잇던 조예의 눈에서 눈물이 끝없이 흐른다.
사마의를 비롯하여 그 자리에 모인 대신들도 모두
머리를 바닥에 대고 눈물을 흘린다.
조예가 말을 마치고 얼마 후,
힘겹게 오르내리던 조예의 가슴이 움직임을 멈췄다.
위 경초(景初) 삼 년(239) 정월 하순, 조예가 제위에 오른지
십삼 년, 그의 나이는 서른여섯이었다.
조예의 국장을 치르고
사마의와 조상은 즉시 태자 조방을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조방은 조예의 시호를 명제(明帝)로 올리고 고평릉(高平陵)에 안장했다.
그리고 곽황후(郭皇后)를 황태후(皇太后)로 높이고,
연호를 정시(正始) 개원했다.
사마의와 조상은
조예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황제를 보필하며 정사를 돌봤다.
조상은 사마의를 깎듯이 섬겨서 국정의 대소사를
모두 사마의에게 고한 뒤에야 처리했다.
조상의 문중에는 오백 명이 넘는 문객이 있었는데,
그 중 다섯이 유독 친하여서 서로 어울려 다녔다.
그들의 이름은 하안(何晏), 등양(鄧颺), 이승(李勝), 정밀(丁謐),
그리고 필궤(畢軌)였다.
그 다섯과 더불어 지모가 뛰어나서
사람들이 '꾀주머니'라고 일컫는 대사농 환범(桓範)까지,
조상은 이들 여섯 사람을 깊이 신임하고 있었다.
어느날 하안이 조상에게 넌지시 말을 꺼낸다.
"주공께서는 대권을 쥐고도 왜 남에게 일을 맡기십니까?
그러시다 혹여나 후환이 생길까 염려스럽습니다."
하안의 말에 조상은 놀란 기색을 보이고 대답을 한다.
"남이라니?
설마 그대가 말하는 남이라는 것이 사마 태위를 말하는 건가?
사마공은 나와 함께 선제(先帝: 조예)의 유명(遺命)을 받았다네.
난 사마공을 남이라 생각하지 않네.
그런데 그분을 어떻게 배반할 수 있겠는가?"
조상의 대답을 듣더니
하안은 고개를 좌우로 작게 흔들고
한숨을 낮게 내쉬더니 말을 한다.
"지난날 선대인(先大人: 조진)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으셨습니까?
선대인께서 사마중달과 함께 촉군을 물리칠 때,
중달의 모략에 걸려 대도독의 자리를 일시나마 잃으셨고,
나중에는 중달이 꾸며 놓은 작전으로 촉군에게 패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화병이 도져 돌아가셨습니다.
저라면 절대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하안의 말에 조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아버지 조진의 죽음을 되새기며
사마의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리하여 여러 관료들을 모아놓고 밀의(密議)를 한 후,
궁궐로 들어가 위주 조방에게 아뢴다.
"폐하,
신이 생각을 해보온즉 사마 태위는
지난날부터 공로를 많이 세웠고 덕망 또한 높습니다.
사마 태위를 태부(太傅)로 삼으심이 어떠하시겠사옵니까?"
위제 조방은 조상이 사마의에 대해 하는 좋은 말만 듣고
덜컥 사마의를 태부 자리에 앉혔다.
권력의 이해 관계 같은 것을 따져보기에는
위주(魏主)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태부는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자리였다.
사마의는 허울만 좋은 한직으로 물러난 셈이었다.
병권(兵權)은 모조리 조상에게 넘어갔다.
조상은 병권을 잡자마자 아우 조희(曹羲)를 중령군(中領軍)으로,
조훈(曹訓)을 무위장군(武衛將軍)으로, 조언(曹彦)을 산기상시(散騎常侍)로 삼았다.
그리고 각각에게 어림군(御林軍) 삼천 명을 거느리게 하면서
궁중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통제하도록 했다.
또, 하안, 등양, 정밀에게 상서(尙書)의 벼슬을 주고,
필궤에게는 사예교위(司隷校尉), 이승에게는 하남윤(河南尹)의 자리를 주었다.
조상은 병권을 잡기 전부터 친밀히 지내던 다섯 사람과
나라의 대소사를 모두 의논하기에 이르렀다.
조상의 세력이 점차 커지자
사마의는 병을 핑계로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두 아들 사마사, 사마소 또한
아버지를 따라 벼슬을 내려놓고 조용히 지냈다.
사마의의 견제가 없어지자 조상은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쳤다.
조예의 말년보다 조상의 사치와 향락이 더하다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였다.
부하들과 매일 술잔치를 벌이고 쾌락에 빠져 지냈다.
평소에 입는 옷이나 세간들이 황궁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각처에서 황궁에 진상하는 공물들을 조상 자신이 먼저 보고
제일 좋은 것을 골라내어 차지하고는 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흐름이 조상으로 기울자 장당(張當)이라는 환관은
조상에게 아첨하려고 선제 조예의 시첩(侍妾) 여러 명을 조상에게 바쳤고,
조상은 기꺼이 이를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조상은 양가(良家)의 자녀 중 춤과 노래에 능한 자들을 뽑아
가악(家樂: 가내 악단)을 차리고, 누각을 화려하게 지었으며
금과 은으로 그릇을 만드는 장인들을 불러 모아 쉼없이 일하게 했다.
한편
상서의 자리에 오른 하안과 등양은 평원(平原) 땅에 있는 관로(管輅)라는 자가
점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다 점괘를 묻기로 했다.
하안이 관로에게 묻는다.
"그대가 점을 잘 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시험 삼아 내 점괘를 뽑아보지 않겠소?
나와 등양이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를 수 있겠소?
그리고 요 며칠 계속 내 콧잔등에 수십 마리 파리떼가
모여 드는 꿈을 꾸고 있는데 해몽을 해주시구려."
하안의 말을 듣자마자 관로는 대답한다.
"삼공의 지위는 겸손하게 임금을 섬기고 온화한 성품으로
은혜를 베풀 줄 아는 자가 올랐을 때 복록(福祿)을 누리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군후(君侯)께서는 지위가 높고 권세가 무거우면서도
덕을 사모하지 않고 그 권세를 마구 휘두르시니
이것은 복을 구하는 자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꿈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원래 코는 산(山)에 비유하겠는데,
산이란 높되 위태롭지 않아야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입니다.
헌데 악취에 몰려드는 파리가 산을 상징하는 코에 자꾸만 모여든다고 하니,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
하오니 군후께서는 넘치는 것은 줄이고, 모자란 것은 채우고,
예에 어긋나는 것은 행하지 않으시면 삼공의 자리에 오르실 것이고
꿈 속의 파리떼도 사라질 것입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관로의 말에 내내 표정이 좋지 않던 등양이
관로가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성을 낸다.
"이놈의 늙은이가!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상스러운 소리를 내뱉느냐!"
관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나서 혼잣말처럼,
"산 사람은 죽은 귀신과 이야기 하는 법이 아니지."하고,
소맷자락을 떨치며 가버렸다.
하안과 등양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
"별 미친 늙은이를 다 보겠군!"하고,
껄껄 웃으며 관로의 말은 그대로 잊었다.
관로는 그길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는 때마침 외삼촌이 와계셔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외삼촌은 관로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묻는다.
"두 사람의 권세가 대단한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냐? 네가 정신이 있느냐?"
걱정스러운 외삼촌의 말에 관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한다.
"죽은 사람과 얘기한 것이니
두려워 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죽은 사람이라니?"
"점괘를 살피기도 전에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니
둘 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디다.
등양의 걸음걸이를 보자니
힘줄이 풀리고 맥이 제대로 뛰지 못하여 일어섰다하면
마치 팔다리가 없는 사람처럼 휘청거렸습니다.
그것은 조만간 귀신이 될 형상이지요.
하안은 눈에는 혼백이,
얼굴에는 혈색이 없는 마른 장작의 몰골이니,
이는 저승 귀신의 상입니다.
두 사람은 머지않아 불귀(不歸)의 객(客)이 될 것이니,
제가 뒤에 닥칠 일을 두려워할 까닭이 없지요."
"그것이 대체 무슨 미친 소리냐?
허황된 얘기나 듣고 있느니 난 집에나 가야겠다."
외삼촌 또한 하안과 등양처럼
관로의 말을 미친 소리라며 꾸짖고 집으로 돌아갔다.
조상은 하안과 등양을 대동하고 사냥을 즐기고는 했다.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자
조상의 아우 조희는 보다 못해 형에게 간언을 했다.
"형님은 막중한 권세를 잡고 계신데
자꾸 밖으로 사냥을 다니시다가 엄습을 당하시기라도 하면 어쩝니까?
어떤 놈이 일을 꾸민 후에 후회해봤자 소용없을 것입니다."
자기를 위해 좋은 얘기를 해주는 아우에게 조상은,
"말도 안 되는 소리!
병권이 모두 내 손에 있는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한단 말이냐?"하고,
도리어 화를 냈다.
대사농 환범도 조희와 같은 취지의 말을 조상에게 하였으나,
조상은 신임하는 환범의 말조차 듣지 않았다.
세월은 흘러 때는 위 정시(正始) 10년(249)이 되었다.
이 해에 위주 조방은 연호를 고쳐 가평(嘉平) 원년으로 삼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십 년의 세월동안 조상은
여전히 정권을 손아귀에 넣고 나랏일을 좌지우지 하고 있었다.
권력을 마구 휘두르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찝찝함이 남아 있었으니,
그것은 사마의의 동태에 관한 것이었다.
사마의를 어떻게 살피면 좋을지 기회를 엿보던 차에,
마침 이승이 형주자사(荊州刺史)로 부임하게 되어
조상은 이승에게 도움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상은 이승으로 하여금 부임지로 떠나는 하직 인사를 핑계 삼아
사마의의 동정을 살펴 보고 오라고 일렀다.
이승은 조상의 명을 받아 사마의를 찾아갔다.
집 앞을 지키는 문지기가 이승을 밖에 세워두고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이승의 방문 소식을 알렸다.
잠시후,
출입을 허가한다는 명이 전달되어
이승은 사마의의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승이 본 사마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사마의는 이승이 방금 들어온 줄도 모르고
흰 머리가 길게 늘어져 헝클어진 채로
침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이승은 사마의의 침상으로 다가가 절하며 말한다.
"제가 태부 어르신을 오래 못 뵙는 동안
이토록 병환이 깊어지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이번에 어명을 받고 형주 자사로 부임하게 되어
어른께 인사차 들렀습니다."
"어? 자네 왔는가?
병주(幷州)로 간다고?
병주는 국경과 인접해 있으니 방비를 단단히 해야할 게야."
사마의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태부 어르신,
병주가 아니고 형주이옵니다."
이승은 사마의의 말을 고쳐준다.
하지만 사마의는 또 아주 큰 목소리로 엉뚱한 소리를 한다.
"뭐? 지금 병주에서 오는 길이라고?"
"병주가 아니고 한수(漢水) 유역의 형주로
자사의 소임을 받고 갑니다."
덩달아 이승의 목소리도 커진다.
사마의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더니,
"오호라!
병주가 아니고 형주에서 왔다고?"하고,
거의 외치다시피 크게 말한다.
이승은 자신이 아무리 말을 고쳐주어도 사
마의와 도저히 대화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혼잣말을 한다.
"어쩌다 태부의 병환이 저 지경이 되었을까......"
이승의 혼잣말을 듣고 옆에서 시중을 들던 자가,
"태부 대감께서는 귀가 잘 안들리십니다."하고,
참견을 한다.
"흐음...... 알겠네.
필담(筆談)은 가능하시겠지?
지필묵을 가져다 주게."
이승은 지필묵을 청해 자
신이 찾아온 용건을 적어서 사마의 앞에 내밀었다.
사마의는 이승이 건넨 종이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더니,
"아! 형주 자사로 간다는 말이군.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귀가 통 들리지를 않아.
새로 부임한다니 몸 조심히 잘 지내시게."하고,
큰 소리로 말하고는 껄껄 웃는다.
그리고 시비를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킨다.
그러자 시비는 알았다는 듯 사마의에게 탕약을 대령한다.
시비에게 탕약 그릇을 받아든 사마의의 손이 심하게 떨린다.
그리고 그릇을 들고 탕약을 들이키기 시작하는데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 듯하고
대부분이 소맷부리를 타고 줄줄 흐른다.
탕약을 간신히 마시고 사마의는 끙끙 앓는 소리로 이승에게 말한다.
"나에게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네.
대장군(조상)을 뵙거든 내 불초(不肖)한 두 아들을
잘 돌봐주십사 대신 부탁을 전해 주게.
그대도 내 아들 두 녀석을 잘 가르쳐 주시게."
말을 마친 사마의는 말하는 데 기력을 다 쓴 듯
지쳐서는 침상 위로 털썩 눕는다.
이승은 곧바로 조상에게로 돌아가 사마의의 상태를 상세히 고했다.
"하하하!
천하의 사마의도 세월 앞에는 별수없군.
그 늙은이만 죽으면 난 두 다리 뻗고 자겠다!"
조상은 사마의가 운신(運身)이 힘들어 보였다는 이승의 보고를 듣고
기분이 좋아져서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혼자서,
'이제 이 나라는 완벽히 내 발 아래에 있구나.'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40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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