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보름달은 뜨나 봅니다.
우리 강 보영 ( 안동병원 회장 ) 친구는
아침부터 한낮에 달보러 가자면서 성화입니다.
추석달이 벌써 뜬것도 아닌데
월영교엔 한낮에도 달빛이 유난스레 맑고 곱다면서 말입니다.
맑고 고운 달빛,
그런뜻의 <월영 月映 >이니까
월영교 산보하잔 소리를 그렇게 해도 될듯도 싶습니다만
어찌되었건 아침부터 월영교 한바퀴 산보하자고 성화입니다.
엇그제 의성 고운사 산사의 숲길을 걷자고 하더니
오늘은 강변에 나가 산길을 걷고 싶은 모양인데
무언가 가슴을 무겁게 하는게 있어 자꾸만 그걸 비우고 내려놓으려고
나보고 걷자고 조르는지 모를 일입니다.
다른건 몰라도 월영교 호반이
우리집 앞뜰이기도 하여서
집앞을 걷자는데 거절하기도 쉬운일은 아니어서
점심이나 먹고나서 만나자고 했더니
약속시간도 한시간을 앞당겨서 도착하여 서성인다면서
막무가내로 전화질을 하는것입니다.
워낙 싱겁고 엉뚱하기까지한 분이라
그러려니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나가서
낙강물길공원 숲길부터 손잡고 걸었습니다.
비밀의 숲이라기도 하고
느닷없는 서양화가 모네 까지 소환하면서 모네의 연꽃이라니 하면서
아이들이 다리 처들고 얄굿은 포즈로 기념사진을 줄서서 찍어재키는
바로 그곳으로 데려가 휘~ 적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가파르게 숨가쁘게 헐떡거려야 하는
안동댐 정상으로 오르는 나들이 길로 걸음을 옮겨
가슴에 얹힌 갇힌 숨을 헐떡이며 내려놓도록 조금 빨리 걸었습니다.
안동루 그 높다란 정자길에 올라
안동댐에서 월영교로 이어 한눈으로 내려다 보이는
누가 봐도 숨이 확 터지는 꼭지점까지 단숨에 올랐습니다.
그제서야 얼굴도 붉게 밝아지고 목소리에 힘도 실리면서
싱겁게도 1976 년 안동댐준공시 이곳을 다녀간
박 정희 대통령 경제는 참 잘했지 하면서 칭찬을 늘어놓는가 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유라시아권을 강조하는
철학자의 머리에서 설계되었다는 둥 정치평까지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아지고 발걸음도 부지런해 졌습니다.
우리는 만보기로 만보를 넘기면서 나선김에 먼길을 한바퀴돌아
정말 아이들같이, 새털같은 꼬맹이들 마음으로
아이들이 오리배라고 부르는
< 개목나루 문 보트 > 초승달 닮은 달배에 올랐습니다.
나도 우리집 앞마당에 있는 못이라고 하면서도 이건 처음 타 보는것이라
조금은 멋적고 살짝 궁금증도 일어서 재미날것 같은
자그마한 달 배에 올라서 물을 헤엄쳐 나갔습니다.
누구나 군복입히면 개구져 진다더니
배타고 물에 나섰더니 정말 애들 같은 마음으로
재미있고 신기하고 보는것은 모두가 새롭습니다.
이제야 알겠다.
월영교를 수없이 달밟고 건너 다녔지만
이렇게 월영정 저 정자를 목넘기며 쳐다보는건 처음인데
정말 한낮인데도 둥근 보름달같이 환하게 떠올라 쳐다보인다는것을.. .
그러고 보니 매일 다니던 월영교 다릿발도
쳐다보며 초승달같은 쪽배에 앉아 올려다 보니
거기에도 또 달이 두둥실 떠있다.
올커니 ! 이제 서울 촌놈 친구들이 놀러오면
서울엔 달이 하나로만 떠 오르지만
여기 월영교 다리위에서는
달이 두둥실 다섯, 여섯으로 떠오른다고 말해야지 !
하늘의 보름달은 물론이고
손에 잡힌 방금 건져올린 술잔의 달도 하나
그리고 바라보는 다리건너 조고만 못, 연못에 동동 뜨는 달 하나,
장난스레 볼우물 웃는 그대 얼굴 두눈동자에 또 하나의 달,
그리고 오늘 한낮에 쳐다보면 그제야 뵈는 낮달,
그리고 참 잊어버릴라 ? ! * #
바로 내 맘에 가득 한아름 크게 자리잡은 보름달 !
모두 몇개야 도대체 !
친구들아
오늘은 이렇게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 맘으로
이렇게 흰소리도 부끄럼없이 중얼거린다.
여기오면 다 그렇게 된단다.
마음 무겁고 또 어깨에 힘빠져 외롭고 쓰잔하거던
안동 이곳 월영교에
한번 다녀가시게나 ! 친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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