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취중고백'을 하며

오토산 2022. 12. 22. 15:19

'취중고백'을 하며

 

1000여년 전 중국 宋代에 詩書에 능했던 黃庭堅(號:山谷)의 鷓鴣天이란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黃菊枝頭生曉寒
人生莫放酒杯幹
風前橫笛斜吹雨

醉裏簪花倒箸冠

내 나름대로 시를 요즘 감각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해 본다.

 

노란 국화 가지엔 새벽 싸늘한 느낌이 나네.

사람이 살면서 술을 끊고 살 수는 없나니

바람 앞에 놓인 피리는 빗소리를 내고 있네.

취하면 비녀는 풀어지고 모자는 벗겨지는 거지.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한다.

지난 주 고등학교 동기들끼리 졸업 50주년 행사를 가졌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유쾌한 분위기에 나의 酒癖이 발동한 것이다.

동기들의 참석이 늦어짐에 따라 당초 예정 시간보다 행사 시작이

늦어지게 되고 무료한 분위기에 테이블에 배치된 포도주를

옆에 함께 한 친구들과 먼저 따라서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술 욕심이 많은 나에게는 끊기 어려운 유혹이였다.

한시간 가까이 늦게 시작된 행사는 7시가 넘어서 식사가 시작되었고

함께 즐겁게  술도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포도주가 소진되자 다시 소주와 맥주 등으로 폭탄주도 마시고

서로 건배하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말았다.

그 전날에도 다른 모임에서 술자리를 갖었던 터라 빨리 취기가 올랐다.

 

그러나 어쩌랴 

술 앞엔 장사가 없는 것을

끝나고 전철 타고 돌아오는 길에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동네 다 와서 전철역에서 내려 층계를 결어 올라오다가 미끌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그 참담함이란

과음한 걸 후회하며 조심 조심 귀가를 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뻐근했다.

다리쪽에 타박으로 인한 통증등쪽에 계단에 미끄리지며 찰과상,

그리고 목도 뻣뻣하고 불편한 것이였다.

 

결국 며칠 근신하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오늘 고백을 하는 것이다.

 

"나는 술 따라 주는 친구가 제일 좋더라!" 라며 공언하고 다니는 나다.

앞으로는 술 자리에선 좀 더 근신을 하려고 한다.

그 다짐이 얼마나 계속될 지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여담 한마디 더 해야겠다.

위의 鷓鴣天 詩의 두 번째 연 生莫放酒杯幹이 人生莫放酒杯乾으로

표기된 곳도 있어서 해석에 이론이 있는데

맨 끝의 을 으로 바꿔놓고 해석하면

아주 낭만적인 표현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즉 人生莫放酒杯乾을 

살면서 술잔이 마르지 않도록 하라.”라고 해석을 한 경우이다.

술잔은 차야 제맛이고 술 잔이 비지 않도록 하라는 의미가 아닌가 말이다.

 

이젠 늙어서 조금만 마셔도 휘청거리고 폭싹 주저앉기도 하는 나이

술을  조심해서 마실 일이다.

건강을 상하면서까지 폭음을 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귀가하던 내 뒷 모습을 봤을 이웃들에게

종심의 노년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에 용서를 구하는 바이다.

 

<내용이 좋아서 SNS에서 옮겨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