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들이 그 첫번째 방문은
국립박물관의 상설 전시인
사유의 방으로 정하였다.
이상하리만치 딸아이 홍실이와 생각이 서로 맞아
나도 몇번을 다녀간 곳이지만 이곳을 첫번째 방문지로 생각하였고
만나자마자 홍실이도 사유의 방부터 찾기를 권하였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국보하면 제일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중에
깊은 침묵중에 살짝 미소랄것없는 충분함으로
누구의 마음이라도 닮고싶어지는 표정을 머금고 있는
반가사유상 두점을
특별히 고즈넉하게 넓다란 방에 우두커니 모셔져 배치되어있는
그래서 누구나 기가막힌 기획전시에 숨이 막히는
지금까지 숱하게 봐왔던 그 어느 전시보다 빼어나게 빛나는
바로 사유의 방에 오게 된 것이다.
몇번은 그냥 무심하게, 그리고 수강생들을 인솔하였기에
설명하느라 분주 떠느라 정작 나는 그런 침묵도, 사유도 누리지 못했던
바로 이방에 들어와 그저 멍~ 때리고 앉아서
생각하지도 생각할것도 없는 그저 말그대로 무심하게
편안하게 앉아 계시는 가부좌틀고 미소머금고 있는 두분을 처다보고 있다.
한참을 그저 이렇게 무심하게
넋놓고 퍼물러 앉아서
내가 무엇하러 이곳에 왔는지도 의식하지 않은채
말그대로 무심하게 그러고 있으니까
박물관쪽에서 다른이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살짝 눈길로 재촉한다.
퍼물러 주저 앉아있는 이상한 사람이란걸 그때야 깨닫게 되어서. . .
사진 몇장을 남기려고 이리저리 되돌고 있는데
나와 같은 마음으로 그냥 처다보는 이쁜 아낙도 눈에 들어오고
초롱초롱한 아이들과 함께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는 아빠도 있어서
야~ 참 멋진 전시를 하였구나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요즈음 세월을 느끼느라 그러한지
번다한 그러면서 요란한 아름다움보다는
소박하고 고즈넉한 생각 그 밖의 느낌에 침잠하는데
더 몸을 맡기고 싶어진다.
그래서 조성초기에 다녀왔던
가까운 군위에 문을 열고 인기 폭발중인
* 사유원 * 그곳을 그리고 있다.
언제 다시한번 그곳에 방문하여 하루를 편안하게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며 노곤하게 누여 주리라고 말이다.
아니면, 통도사 장경각 뜰에 있는
물에 담긴 우주를 바라보며
멀건히 아스라한 산구비를 넋놓고 보고 오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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