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

문어와 홍어

오토산 2013. 1. 16. 07:17

 

 

 

  문어와 홍어

 

 

 

 

몇 년 전에  안동의 재령 이씨 집안의 초대를 받아서

 고택에 하룻밤 머문 적이 있다.

 일어나서 아침을 먹기 전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방에 앉아 있는데,

 주인장이 접시에 먹을 것을 담아서 가지고 왔다.

 무엇이길래 밥을 먹기 전에 주는 것일까?

 자세히 보니 문어였다.

한 번 데친 문어를 썰어서 초장과 같이 내놨던 것이다.

 담백하게 데친 문어를 초장에다 찍어 먹어보니

꼬들꼬들한 맛이 독특하였다.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 양반가에서는 외부 손님이 오면

아침 식전에 문어를 내놓는 풍습이 있다는 것을

서쪽에서 자란 필자는 이때 처음 알았다.

 내륙 지방인 안동 일대에서는

문어가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자주 올라가는 귀한 수산물이다.

 전라도에서 잔칫날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홍어와 같은 생선이

 경상도에서는 문어에 해당한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 일반 생선은

 동해안에서 잡아 내륙 깊숙이 운반하는 과정에서 상하기 쉽다.

그러나 문어는 여러 날이 지나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산골에서 산나물을 많이 섭취하는 안동·봉화 일대 사람들은

 보완책으로 해물 생선을 섭취할 필요가 있었고

, 여기에 적당한 것이 문어였던 것이다

.



지금은 임하(臨河)댐이 들어서면서 수몰되었지만,

수몰되기 전의 임하댐 자리는

 '책거리 시장'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시장이 유명하였다.

동해안 영덕에서 올라오는 수산물과

 안동에서 나오는 산나물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책거리 시장이었다.

이 시장에는 수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석빙고(石氷庫)도 군데군데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물 밑에 잠겨 있어서 볼 수가 없으니 유감이다.

 안동에서 제조된(?)

문어 맛도 해안가와는 약간 다르다고 한다.

문어를 한 번 삶은 물에다가 다시 문어를 삶으면

그 맛이 더 깊어진다는 게 안동 종갓집 며느리들의 귀띔이다.

전라도 나주의 홍어는

흑산도에서 잡아 영산강을 타고 올라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효가 된다.

 홍어는 한 점 입에 넣으면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삭혀져야지 최고급으로 쳤다.

여기에 비하면 안동의 문어 맛은 담백하기만 하다.

동해안의 문어와 서해안의 홍어를

 교대로 먹어보는 것도 삶의 낙이다.

식욕을 자극해야만 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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