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대유(大有) [ㅡ, 火天大有] 재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부자의 이력서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
작은 부는 누구나 노력으로 얻을 수 있지만
한 나라를 경영할 정도의 부와 권력이라면 하늘이 주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큰 부자들의 조건은 무엇이고 이들은 보통사람과 어떻게 다른가?
大有 元亨
无交害 匪咎 艱則 无咎
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公用享于天子 小人弗克
匪其彭 无咎
厥孚 交如 威如 吉
自天祐之 吉 无不利
대유자(대유자, 큰 부자)는 태어나기 전에 이미 정해지며, 성장기에 기틀을 이룬다.
사람을 사귀되, 해롭지 않아야 한다.
대유자는 큰 재물을 운용해도 허물이 없다.
진정한 대유자는 또한 천자와 더불어 제사나 연회에 참례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자라도 소인이면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대유자는 자기의 본색을 가볍게 드러내지 말아야 허물이 없다.
대유자는 믿음과 위엄으로 사람을 사귀어야 길하다.
큰 부자의 운명을 타고나면 하늘도 그를 도우니 길하고 유리하지 않음이 없다.
大有 元亨 (대유 원형)
대유(大有, 큰 부)는 원과 형의 시절에 통한다는 말이니, 대유자는 타고나는 것이며(元) 성장기(亨)에 그 기틀이 다져진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루기 어렵고, 이를 이루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인격수련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아무리 태어나기를 대유자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젊은 날의 이런 인격 수련이 없으면 대유를 유지할 수 없다.
无交害 匪咎 艱則 无咎 (무교해 비구 간즉 무구)
그렇다면 대유자의 젊은 시절에 가장 필요한 수련은 어떤 것일까? 내가 만약 큰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 이를 물려받을 아들에게 하나의 교훈만을 가르쳐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친구를 가려 사귀라는 교훈을 남기겠다. 감언이설로 부를 훔치려는 친구를 경계하고, 그 큰 부를 더 키우거나 유지시킬 수 있도록 돕는 친구를 사귀라는 가르침을 줄 것이다.
큰 부를 이룬 자의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문제는 이들과의 사귐을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다. 또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큰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벅차다.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데, 역시 교우(交友)의 문제가 그 핵심 사안이다. <주역>이 대유(大有)의 첫머리에 사귐(交)을 말하고, 뒤에서 나중에 다시 부연하여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이다.
무교해(无交害)는 사귐(交)에 害가 없어야(无) 한다는 말이고, 비구(匪咎)는 그래야 탈(咎)이 생기지 않는다(匪)는 말이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다. 좋은 친구는 내게 듣기 싫은 말을 하고 나쁜 친구는 듣기 좋은 말만 한다. 그러니 해 없는 사귐을 나눈다는 것도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인격수양이 완성되지 않은 젊은 시절에 이처럼 친구를 제대로 사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려운즉(艱則) 허물은 없는(无咎) 법이다. 그러니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대거이재 유유왕 무구)
그렇다면 대유자는 이런 좋은 친구들과 더불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주역>은 두 가지를 말했다.
그 첫째가 큰 사업의 원만한 경영이다. 대거이제(大車以載)는 큰 수레에 짐을 가득 싣는다는 말이니, 이는 큰 재물의 운용, 즉 큰 사업을 뜻한다. 대유자는 이렇게 짐을 가득 실은 큰 수레를 끌고 나아가도(有攸往) 허물이 없는(无咎) 사람이다.
公用享于天子 小人弗克 (공용향우천자 소인불극)
대유자의 일은 단순한 경영, 부의 축적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늘날의 소위 재벌들, 혹은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의 CEO들을 보라. 그들은 국가의 중요한 결정에 참여하고, 여론을 조성하기도 하며, 공동체 전체의 복지를 위한 사화사업도 펼친다. 옛날식으로 하자면 임금과 더불어 국가 단위의 제사나 연회에 참석하는 준정치적인 일이며, 오늘날에도 대통령이 해외 순방 들을 할 때 경제인들을 대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것이 대유자의 두 번째 일이다. 공용(公用)은 공공의 일에 참여하는 것, 향우천자(享于天子)는 임금(天子)과 함께 제사에 참례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큰일은 오늘날에도 어지간한 경제인들이 너나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정말로 정치와 더불어 국가의 장래를 좌우한다고 평가될 만한 경제인들이나 하는 일이다. 진정한 대유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대유자가 아닌 사람들은 이런 일을 맡겨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만한 그릇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소인불극(小人弗克) 소인은 이기지 못한다고 하였다.
匪其彭 无咎 (비기팽 무구)
<주역>은 대유자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겸손과 검박(儉朴)함을 꼽는다. 팽(彭)은 요란하게 치장하고 거창하게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유자는 거틍로 드러나는 몸가짐과 행동을 이렇게 성대하고 요란하게(其彭)해서는 안된다(匪)는 것이다. 겸손하고 조용하며 소박하게 움직이라는 뜻이다. 정말로 존경받는 기업인을 떠올려 보라. 그들은 돈이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彭은 졸부들이 주로 하는 짓이다.
厥孚 交如 威如 吉 (궐부 교여 위여 길)
앞에서 대유자가 가장 유의해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친구를 사귀는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의 친구는 물론 문자 그대로 친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일하는 사람, 같이 어울리는 주위의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과의 사귐, 혹은 기업으로 따진다면 부하 직원들을 부리는 문제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첫째는 믿음(孚)이요 둘째는 위엄(威)이다. 궐(厥)은 其와 같은 말이며, 궐부(厥孚= 其孚)는 믿음, 신뢰, 신의, 정성을 의미한다. 그런 자세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믿음에 바탕을 두고 사람을 사귀고, 행동에 언제나 위엄(威嚴)잃지 않으면 吉하다고 <주역>은 가르친다.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잇는 사람,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사람, 많은 부하를 부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질 교훈이 아닐 수 없다.
自天祐之 吉 无不利 (자천우지 길 무불리)
앞서 대유자는 하늘이 내는 것이라고 하였다. 거기에 지금까지 <주역>이 말한 몇 가지 원칙과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대유자는 하늘에서 (自天) 그(之)를 도와(佑), 吉하고 불리(不利)할 것이 없는(无) 사람이다.
'주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5장 겸 (0) | 2011.12.08 |
---|---|
큰부자는 어떤사람 (0) | 2011.12.08 |
성공적인 정치인의 좌표 (0) | 2011.12.08 |
제13장 동인 (0) | 2011.12.08 |
막힌 운을 개척하는 방법 (0) | 2011.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