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실

시 한수<님을 보내며>(이면동)

오토산 2015. 3. 5. 16:18

 

 

 

퇴계 이황 선생이 선조의 간청에 못 이겨 잠시 벼슬하다가 이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 장안의 명사들이 모두 나와 전송을 하는데,

명사들의 작별에 시가 없을 수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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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보내며 " 시 한수를 ...

한강물은 유유히 밤낮없이 흐르는데
외로운 돛단배는 길손을 위해 머물지 않네

고향 산이 가까워질수록 종남산은 멀어지니

시름이 없어지다 도로 생겨나시리라

江水悠悠日夜流
孤帆不爲客行留
家山漸近終南遠
也是無愁還有愁

- 이순인(李純仁 1533~1592)
〈한강송퇴계선생(漢江送退溪先生)〉
《고담일고(孤潭逸稿)》(한국문집총간 53집)

[해설]
퇴계 이황 선생이 선조의 간청에 못 이겨 잠시 벼슬하다가

이내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였다.

장안의 명사들이 모두 나와 전송을 하는데,

명사들의 작별에 시가 없을 수 없는 법.

저마다 솜씨를 뽐내어 한 수씩 읊었는데,
그 많은 시들 중에서 으뜸으로 뽑힌 시가 이 시이다.

이 시의 묘미는 뒤쪽 두 구에 있다.
개인적으로야 산림에 묻혀 학문을 하는 삶이 즐겁겠지만,

나라의 중망을 받는 지식인으로서는 산적한 현안을 등진다는 것이
또 다른 시름의 시작이라는 것을 깔끔하게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다.

구구절절 애절한 이별의 슬픔을 언급하지 않고도
상대의 의중과 자신의 아쉬움을 이처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구절의 모티브는 송(宋)나라 범희문(范希文)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왔다.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을 때는 백성들을 걱정하고, 멀리 강호에 묻혔을 때는

 그 임금을 걱정한다.

나아가도 걱정이요, 물러나도 걱정인 것이니,
그렇다면 언제나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인가?”

지식인층, 지도층에 속한 사람들이
한 번쯤 곱씹어 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