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작심삼일을 넘어서는 길

오토산 2011. 12. 8. 19:25

 

 

◆ 작심삼일을 넘어서는  길

 

  새해가 시작되거나 새 달이 시작될 때, 작게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거나 하루가 시작될 때에도 사람들은 계획을 세운다.  지극히 작고 개인적인 계획도 있고, 가정이나 회사 단위의 계획도 있으며, 국가를 경영하는 큰 계획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일은 계획을 세우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계획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왜인가?  계획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주역>의 가르침은 조금 다르다.  계획 자체보다는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천이 어렵기 때문에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역>은 첫머리에서 계획의 중요성을 우선 언급한 후에 뒤이어서는 곧장 계획을 세운 뒤의 '실천'의 문제에 집중한다.  다시 말해 계획 자체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차돌 같은 의지로 실행해 나가는 실천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예(豫)>는 이처럼 계획의 실천 방법에 대한 가르침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주역>은 우선 계획을 세우기 전에 주변환경과 자신의 능력을 잘 살펴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상하고 후회만 남게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예컨데 반에서 30등 정도 하던 학생이 어느날 갑자기 전교 3등 안에 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면,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희망 사항이지 정상적인 계획이 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세워진 계획을 지나치게 떠벌리는 것도 좋지 않다.  국가의 대사나 회사의 경영에 관한 계획이라면 경쟁자에게 정보가 노출되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경우에도 지나치게 계획을 떠벌리는 사람치고 실천의 의지가 정말로 강한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반드시 필요하고 반드시 해 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세운 계획이라면 굳이 남들에게 떠벌릴 일이 아니라, 혼자 묵묵히 실천해 나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계획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강한 실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돌에 글을 새기듯 매일매일 결심을 새로이 하고 한결 같이 매진해야 결실의 열매를 딸 수 있는 것이다.  <주역>에서는 이를 '개우석(介于石)의 맹서(盟誓)'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아무리 굳게 다진 마음으로 계획을 추진한다 해도, 목표자체에만 치우쳐서 다른 사람을 소홀히 대하거나 대의를 거스른다면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  모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요,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난 일은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남의 일을 위임받아서 진행하는 사람은 주변을 더욱 살피고 조심해야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더불어 노력을 기울여야 그 끝이 아름다울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잘못된 계획, 어리석은 계획도 때때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역>의 설명이다.  무모하고 무계획적인 사업의 추진도 간혹 성공을 거두는 겨우에 대한 설명일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나중에라도 돌아보고 반성하여 자신을 변화시킨다면 역시 허물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역시 계획 자체보다는 그 실천의 과정을 중시한 가르침이라고 해석할 수 있고, 계획은 반드시 실천되고 성취되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주역> 특유의 결과 중심주의를 또 한번 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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