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90

일장춘몽36회40회

금병매(197) 제22장 일장춘몽36회40회 일장춘몽 36회 액체 미약이 거의 가득 담긴 그릇을 소조는 일단 침상 머리맡에 있는 조그마한 탁자 위에 놓는다. 손까지 흔들거려 잘못하면 약이 쏟아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어서 약, 약···” “예, 가져왔어요. 대감님, 일어나 앉으셔야죠” 소조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 나온다. 서문경은 두 손으로 침상의 이부자리를 짚으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는다. 그러나 곧 또 “으이그- 어지러워” 하면서 비실 쓰러진다. 안되겠다 싶어서 소조는, “그럼 대감님, 누워서 입을 딱 벌리시라구요. 제가 약을 입에다가 부어드릴께요” 하고 말한다. 서문경은 몸을 꿈틀거려 무겁게 뒤집어서 반듯이 드러눕는다. 그런데 그만 “으윽 으윽 윽-” 심히 구역질을 해대더니 냅다 입에서 시큼한 것..

금병매 2020.12.23

일장춘몽31회~35회

금병매(196) 제22장 일장춘몽31회~35회 일장춘몽 31회 소조는 그 일을 서두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복수가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오년이란 세월을 기다려서 마침내 원수의 바짝 곁에 다가오게 되었는데, 서둘러서 일을 그르쳤다가는 천추의 한이 될게 아닌가. 그래서 우선 그녀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나갔다. 그리고 양향이와 남달리 가까운 사이가 되려고 애를 썼다. 기회만 있으면 그녀에게 다가가 언니라고 부르며 곰실곰실 정을 표시했다. 때로는 조그마한 것이나마 색다른 물건이 생기면 선물로 남몰래 그녀의 손에 쥐어주기도 했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는 법이어서, 양향이도 소조를 남달리 좋아하게 되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도 깊어져서 그해가 서서히 저물어갈 무렵, 어느 날 오후, 소조는 양..

금병매 2020.12.22

일장춘몽11회~15회

금병매(192) 제22장 일장춘몽11회~15회 일장춘몽 11회 “너는 왜 안 나가지?” 서문경이 묻자, 국주는 곧 울상을 지으며, “대감 나릿님, 아까 하신 말씀과 틀리잖아요” 하고 조심스레 입을 연다. “틀리다니, 뭐가?” “아까 데리고 자보면 숫처년지 아닌지를 아신다고 그러셨잖아요. 그런데 데리고 자보시지도 않고 퇴짜를 놓으시는 거예요?” “허허허···” 서문경은 웃음이 나와 버린다. 깜찍하고 맹랑하다 싶은 것이다. 그러자 국주는 바짝 달라붙듯이 간절한 어조로 애원을 한다. “대감 나릿님, 부디 저를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데리고 자봐 주세요. 예? 틀림없는 숫처녀니까요” “키가 너무 작아서···” “어머, 키가 작으면 뭐 여자가 아닌가요? 작으면 작은 대로 색다른 데가 있는 거라구요” “호호, 그래?”..

금병매 2020.12.21

일장춘몽06회~10회

금병매(191) 제22장 일장춘몽06회~10회 일장춘몽 6회 "음- 춤도 제법인데···” “소질이 있어” 두 관원이 중얼거리자 한 관원은 “허허허···” 웃음을 터뜨린다. 살랑살랑 조그마한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열심히 춤을 추어대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좀 우습기도 했던 것이다. 키가 작아서 그런지 마치 인형이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 됐어” 국주는 춤을 멈춘다. 그리고 춤을 추느라 약간 상기된 듯한 얼굴에 엷은 미소를 떠올리며 세 관원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 눈빛에 부디 낙방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그런 간절함이 담겨 있다. 그런데 세 관원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가부의 결정을 내리질 못한다. 키 때문인 것이다. 다른 것은 다 능히 합격인데, 키가 너무 작다. 관기라면 무엇..

금병매 2020.12.21

일장춘몽01회~05회

금병매(190) 제22장 일장춘몽01회~05회 일장춘몽 1회 그해 가을, 청하현내에 색다른 방문이 붙었다. 성내에는 물론이고, 성 밖에도 큰 촌락(村落)이나 사람의 왕래가 잦은 길목에는 빠짐없이 나붙었다. 백성들은 그 방문을 보고 수군덕거렸고, 더러는 빈정거리며 웃어대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방문이었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을 맞이하여 본 제형소에서는 홍아각(紅雅閣)에서 일할 관기(官妓)를 새로 널리 모집하고자 하니 많은 응모 있기를 바람. 첫째, 용모가 아름다워야 하고, 둘째, 십육세 이하라야 하며, 셋째, 여염집 처녀일수록 좋음. 일곱 사람을 채용하여 월 삼십냥을 주고, 기타 여러 가지로 후대할 것이니, 희망자는 ○월 ○○일 사시(巳時)에 본 ..

금병매 2020.12.21

무송26회~31회

금병매(189) 제21장 무송26회~31회 무송(武松) 26회 “저년 봐라. 못된년···” 내왕이는 춘매를 뒤쫓으려다가 그만둔다. 무송이 제지했던 것이다. “자, 반금련이를 해치웠으니 속히 이곳을 빠져나가자구” “서문경이는 어떻게 하죠?” “도리가 없지 뭐. 그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순 없잖아. 그러다간 우리가 낭패를 본다구” “아 - 원통하군요” “글쎄말이야. 또 후일을 기하는 수밖에···” “대륜 스님은 왕파와 반금련이를 처치했으니 그래도 원수를 절반은 갚은 셈이지만, 나는 이거 뭐 숫제 공쳤잖아요. 서문경이 그놈의 새끼가 왜 하필 오늘밤에 계집질을 하러 나갔지. 나참 더러워서···” “후일에 기회를 봐서 반드시 다시 쳐들어오자구. 나도 왕파와 반금련이만으로는 분이 풀리질 않는다구. 원흉은 서문경..

금병매 2020.12.21

무송21회~25회

금병매(188) 제21장 무송21회~25회 무송(武松) 21회 내왕이는 반금련이가 지독한 음녀(淫女)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이라, 마치 한밤중에 그녀에게 수작을 걸려는 사내처럼 목소리에 수컷 냄새를 물씬 풍기며 불렀던 것이다. 깊은 잠이 들지 않았던 반금련은 쉬 잠이 깨었고, 또 남자의 목소리가 어쩐지 예사롭지가 않아서 혹시 이 밤중에 어떤 사내가 다른 생각을 먹고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서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 잠옷 바람으로 거실로 나가 우선 불을 켰다. 그리고 문 쪽으로 가서, “누구야? 바깥에···” 하고 묻는다. “저예요, 저” “저라니?” “제 목소리 모르시겠어요?” “글세, 누굴까···” “문을 열어 보시라구요. 그러면 아실 거 아니예요” “그런데 이 밤중에 무슨 일이지?” “마님이 보고 ..

금병매 2020.12.21

무송16회~20회

금병매(187) 제21장 무송16회~20회 무송(武松) 16회 그들이 찻집을 나선 것은 삼경(三更)이 거의 다되어 갈 무렵이었다. 곧 통행금지를 알리는 현청의 북소리가 울릴 시각이어서 귀가를 서두르는 행인이 간혹 있을 뿐, 거리는 호젓하기만 했다. 어둠에 묻힌 거리를 무송과 내왕이는 묵묵히 서문경의 집을 향해 잰걸음을 쳤다. 서문경의 저택이 저만큼 어둠 속에 거뭇하게 눈에 들어오자 내왕이는 감개가 무량하면서도 한편 분노가 새삼스럽게 치받쳐 오르는 듯, “아- 드디어 왔구나. 어디 보자, 이놈의 새끼” 하고 내뱉으며 뿌드득 이를 간다. 무송 역시 몇해 전 혼자서 형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쳐들어갔다가 실패를 했던 그날 밤의 일이 생각나 절로 긴장이 되는 듯, “음-” 하면서 지팡이를 쥔 손에 불끈 힘을 준다..

금병매 2020.12.21

무송11회~15회

금병매(186) 제21장 무송11회~15회 무송(武松) 11회 “언제 부전옥이 됐소?” “작년 봄이던가··· 아마 그럴 거예요” “서문경이가 어떻게 제형소의 부전옥이 됐지요? 몇해 전까지 술이나 마시고 오입질이나 일삼던 사람인데··· 부호이기는 하지만···” “글쎄요. 나 같은 할망구가 어떻게 된 내막인지 아나요. 나라에서 하는 일인데···” 나라에서 하는 일을 함부로 지껄였다가는 결코 신상에 좋은 일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이라 왕파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한다. 실은 찻집을 경영하는 터이라 손님들의 입을 통해서 서문경이 난데없이 부전옥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 내막을 왕파도 잘 알고 있었다. 무송은 굳이 왕파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다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어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

금병매 2020.12.21

무송06회~10회

금병매(185) 제21장 무송06회~10회 무송(武松) 6회 “대륜 스님, 두 번 놀랬지 뭡니까” “두 번 놀래다니, 왜?” “벌컥 화를 내시기 때문에 한번 놀랬고, 서문경이의 처남이고 반금련이의 오빠라는 바람에 두 번 놀랬으니까요?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구. 늘 서문경이와 반금련이에게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고 별러 왔기 때문에 그것들의 이름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것 같애” “잘했어요. 난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아느냐 하시기에 혹시 옛날 순포도루 무송이다 하고 밝힐까봐 조마조마 했다구요” “너 이놈, 할 때는 곧 그런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더라구. 분통이 터져서 말이야” “그랬으면 일이 다 틀려버렸지 뭐예요” “맞어. 용케 잘 넘겼다구” “서문경이를 들먹이니까 그 녀석들 대번에 ..

금병매 202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