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90

무송01회 ~05회

금병매(184) 제21장 무송01회 ~05회 무송(武松) 1회 “자, 숲 속에 가서 좀 쉬었다 가세” “저기 멀리 성문이 보이는데요. 거의 다 왔잖아요” “아니야, 다 왔으니까 좀 쉬어 가자는 거라구” “다리가 몹시 아픈 모양이죠? 대륜(大輪)스님” “허허허··· 다리가 아파서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소륜(小輪)은 나를 따르기만 하면 돼” “물론이죠.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륜 화상(和尙)이 앞장을 서고, 소륜 화상이 뒤를 따라 행길에서 벗어나 숲 쪽으로 간다. 두 승려가 똑같이 머리에 삿갓을 눌러 썻고, 손에는 길고 굵직한 지팡이를 짚었다. 숲 속의 적당한 풀밭에 주 승려는 지팡이를 놓고, 바랑을 벗는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삿갓도 벗는다. 삿갓 속에서 나타난 승려의 머리가 두 사람 다 거뭇하게 ..

금병매 2020.12.21

흉몽41회~45회

금병매(183) 제20장 흉몽41회~45회 흉몽(凶夢) 41회 부스스 일어나 앉은 이병아는 그 검정옷을 입은 사내를 보자 왠지 기분이 절로 으스스해져서 자기도 무르게 얼른 침상에서 내려섰다. 그리고 의자를 두개 가져다가 두 사람 앞에 놓으며 앉으라고 권했다. 양세걸은 의자에 앉았다. 그러나 그 검정옷을 입은 사내는 말없이 그대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이 여잡니다” 하고 양세걸이 그 사내에게 말한다. 알았다는 듯이 사내는 가만가만 고개만 두 번 끄덕였다. 이번에는 양세걸이 이병아를 보고 말한다. “내일 밤에 이분이 당신을 데리러 올 터이니 목욕재계를 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구” 이병아는 두려운 눈길로 힐끗 그 검정옷을 입은 사내를 바라보고는 얼른 고개를 돌린다. “알아들었지?” “···” “왜 대답이..

금병매 2020.12.21

흉몽26회~35회

금병매(181) 제20장 금병매(180) 제20장 흉몽26회~35회 흉몽(凶夢) 26회 이병아는, “자, 따라오세요” 하고는 방을 나선다. 양세걸과 팽씨가 뒤따라 나간다. 흉몽(凶夢) 31회 한손으로 머리끄덩이를 불끈 거머쥔 서문경은, “이년! 일어나!” 냅다 호통을 치며 이병아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선 그녀의 뺨을 한 대 사정없이 갈긴다. 그런데도 초점이 흐린 듯한 몽롱한 시선으로 탁자 맞은쪽만 바라보고 있을 뿐 이병아는 비명을 지르지도 않는다. 마치 넋이 빠져버린 여자 같다. 맞고도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더욱 서문경의 부아를 돋군다. “뭐 이런게 다 있어. 에라 이년! 이년! 이년!...” 서문경은 그만 두 손으로 번갈아 그녀의 양쪽 뺨을 마구 갈겨 댄다. 어딘지 멀리서 첫닭 ..

금병매 2020.12.21

흉몽26회~30회

금병매(180) 제20장 흉몽26회~30회 흉몽(凶夢) 26회 이병아는, “자, 따라오세요” 하고는 방을 나선다. 양세걸과 팽씨가 뒤따라 나간다. 본채로 이어진 회랑을 이병아는 말없이 앞장서서 걷고, 그 뒤를 양세걸과 팽씨가 따른다. 삼경이 지난 터라 집안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지가 않는다.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 세 사람은 마치 그림자인 듯 소리도 없이 서문경의 거처로 향해 간다. 하늘 한쪽에 이지러진 달이 싸늘하게 걸려서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금 회랑을 걷고 있는 사람은 이병아 하나뿐이다. 뒤를 다르고 있는 두 늙은 사람은 이병아의 꿈속에 나타나 있을 따름이다. 그러니까 이병아는 그런 꿈을 꾸면서 몸뚱어리는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저쪽 동산의 숲에서 부엉이 우는 소리가..

금병매 2020.12.21

흉몽21회~25회

금병매(179) 제20장 흉몽21회~25회 흉몽(凶夢) 21회 이병아는 아기를 가진 뒤로, 그리고 관가를 낳아 기르는 동안에는 별로 술을 입에 대질 않았다. 그전에도 그다지 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늘어서 기분에 따라서는 제법 마셨다. 마치 잊었던 술맛을 되찾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홀짝홀짝 거듭 잔을 비웠다. 취기는 빨랐다. 몸이 허약한 데다가 한약외에는 별로 먹은 게 없어서 그런지 특급주를 세 잔 비웠을 때는 골이 멍멍하고 눈앞이 일렁일렁 흔들리는 듯 조금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왼쪽 귀의 이명도 가물가물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마침 수춘이는 본채 쪽으로 같은 몸종들한테 놀러가고 제 방에 없었다. 넉 잔째 술을 따르다가 이병아는 문득 눈에 식칼이 들어왔다. 도마 위에 놓여있..

금병매 2020.12.21

흉몽06회~10회

금병매(176) 제20장 흉몽06회~10회 흉몽(凶夢) 6회 “글쎄요...” 도무지 누군지 이병아는 알 수가 없다. 전혀 낯선 얼굴이다. “나를 몰라보나니... 자, 자세히 보라구. 누군지” 그러면서 남자는 얼굴을 쑥 앞으로 내밀어 보인다. “어머나” 이병아는 깜짝 놀란다. 뜻밖에도 죽은 남편 화자허(化子虛)가 아닌가. “이제 알아본 모양이지?” 화자허는 싱그레 웃는다. “아니 당신이 이 밤중에 웬 일이에요?” “왜? 내가 찾아오면 안되나?” “안되는 게 아니라, 너무 오래간만이어서 말이죠. 그동안 어디 가있다나 오시는 거예요?” “염라국(閻羅國)에 가 있었다구” “염라국이 어딘데요?” “당신은 아직 설명을 해도 모른다구. 그런데 말이야 내가 당신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찾아왔다구” “뭔데요? 물어보시라..

금병매 2020.12.21

백사자11회~15회

금병매(167) 제19장 백사자11회~15회 백사자 11회 “야웅 야웅-” 고양이는 이해한다는 듯이 부드러운 소리를 좀 길게 낸다. 반금련은 넋두리를 하듯 계속 지껄인다. “관가 녀석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비단 내가 아이를 못 낳기 때문만은 아니라구. 물론 그런 질투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너무 외로워서 그러는 거야. 네가 나를 사랑해 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구. 나는 사람이고, 너는 짐승이잖아. 사람은 사람하고 사랑해야 진짜 기분이 좋은 거라구. 알겠어? 그런데 관가란 녀석이 나한테서 서문경이를 빼앗아 갔지 뭐야. 넌 그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 그렇지?” “야웅-” “무슨 소린가 하면 말이야. 관가를 낳은 뒤로는 서문경이가 노상 아들이 귀엽고 좋아서 그곳에만 가있다 그거야. 그러니까 횡재 만난 ..

금병매 2020.12.20

투옥41회~45회

금병매(103) 제13장 투옥41회~45회 투옥 41회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월미를 도닥거려가며 내왕이는 그대로 서서 기어이 그녀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실컷 애무한 다음 옷까지 하나하나 다 벗겨 버렸다. 그리고 벌거숭이가 된 열아홉 살짜리 숫처녀의 몸뚱어리를 번쩍 옆으로 들어다가 침상에 눕혔다. “불을 꺼요. 부끄럽다구요” 월미는 얼른 돌아누워 새우처럼 몸을 오그리며 말한다. “부끄럽기는...” “아이 싫어요. 어서 꺼요” “잠깐만... 내 몸뚱이가 보고 싶지 않아? 아직 한 번도 남자의 알몸뚱이를 본 일이 없을 거 아냐” 그러면서 내왕이는 돌아누운 월미를 뒤집듯이 자기 쪽으로 향하게 한다. “자, 벗을테니까 보라구” 술기운이 거나한 내왕이는 두 눈에 능글능글한 웃음을 번들번들하게 떠올리며 거침없이 옷을 ..

금병매 2020.12.19

마님과 노복 26회~30회

금병매(037) 제06장 마님과 노복 26회~30회 마님과 노복 26회 “그런 걸 묻는 건 실례잖아?” 금련의 말에 금동이는 약간 당황했다. 마님의 과거를 캐물은 것 같아서 취중에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동이가 꽤나 죄송스러워하는 기색이자, 금련은 뭐 대답 못할 게 있느냐는 듯이 불쑥 말한다. “세 번 했지 뭐야” “.........” “첫 번째는 장대인이라는 노인이었고, 두 번째는...” 얘기를 하려다가 말고 금련은 술잔을 들어 두어 모금 마신다. 그리고 어포를 찢어 씹으면서 조금 쓸쓸한 그런 표정으로 바뀐다. “세 번 다 실은 연애라고 할 수가 없다구. 그저 남자와 육체관계를 맺은 것이지, 마음으로 서로 사랑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 말에 금동이는 말없이 금련을 가만히 새삼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금병매 2020.12.17

무송의 복수 06회~10회

금병매(020) 제04장 무송의 복수 06회~10회 무송의 복수 6회 찻집을 나선 무송은 곧바로 술집을 찾아갔다. 술이라도 퍼마시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그런 심정이었다. 동경으로 떠나기 전에 곧잘 드나들던 술집이라 무송이 들어서자 주인 아낙네는 깜짝 놀라듯이 반겼다. “아이고, 순포도두 나리, 언제 돌아오셨나요?” “오늘 돌아왔어요” 무송의 얼굴에 어쩐지 침울한 기색이 감돌아 보이자 중년의 주모(酒母)는 좀 조심스럽게 묻는다. “무슨 기분 안좋으신 일이라도 있는지요?” “왜요?” “어쩐지 얼굴에 그늘이.....” “돌아와보니 형님이 돌아가셨지 뭡니까” “어머나, 어쩌나..... 쯧쯧쯧.....” 주모는 안됐다는 듯이 혀를 끌끌 차면서 무송을 조용한 방으로 안내한다. 무송은 가향(可香)이라는 아직 어린티가..

금병매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