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행기

여수 항일암의 겨울(처음처럼作)

오토산 2016. 12. 20. 15:05

 

 

 

 

 

 

 

 

 

남도땅 한려수도

여수의 겨울이 궁금하였다.

 

우리는 가끔씩 예정에 없던 나들이를 하곤한다.

이번 나들이도 그런의미의 겨울 여행이고

금년의 마무리 여행인셈이다.

 

친구 사위가 어디 나들이 안가느냐는 성화에

남해안 여행이나 할까 했더니

여수의 겨울바다가 정겹더라면서 마춤한 콘도를 잡아 주었다 하였다.

 

우리는 얼껄에 홍재를 만난셈이지만

친구 사위에 조금은 샘도 나고 부러움도 느낀다.

 

어찌 되었건 몇몇이 홀가분하게

남도 여행길에 나섰다.

 

몇번을 다녀간 곳이기도 하지만

여수는 여러가지 빛깔로 우리를 만난다.

이번 여행길이 유별난것은 함께한 친구들도 그렇고

나들이가 특별히 특정지은 일정도 있는것이 아니어서

그리고 내 스케줄에 맞추느라

오후 느즈막이 출발한것도 이색적이었다.

 

마침 독서토론 일정이 있었고

내가 정한 책을 가지고 하는 날이라

내가 빠질수 없어서 할수없이 오후 늦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여수에 도착하니 깜깜한 하늘에 밤바다가 빛나고 있었다.

 

차차 이 여수의 밤바다를 스켓치 하겠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오르기 시작한

여수의 10 경중  첫번째로 손꼽히는 향일암을 올랐다.

언제였던지도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오랜만에 만나는 향일암이다.

 

겨울인데도 사람들은 어김없이 붐비고 복잡해서

사람속에 타고간 차가 갖혀서 오도가도 못하는 지경이고

우리 일행을 먼저 올려 보내고 주차하느라

나혼자 혼나고 바빳다.

 

뒤늦게 허겁지겁 오르는 가파른 계단길에

숨이 턱에 가 닿아 숨차고 헉헉거리는데

내가 무얼하려고 이리 허덕이는가 잠깐 생각해보니

허허롭고 어이없어 가던길을 멈추고

내려다 보이는 남도 한려수도 아름다운

 여수의 겨울바다를 바라본다.

 

일출과 일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는

이 가파른 향일암을 왜 모두가 오르길 원하는지

단숨에 그 이유를 알것같다.

봄같이 따사로운 날씨와 한점 구름 가려지지않는 수평선

그리고 정겹은 남도 경관이 나를 단숨에 유리청정세계에 닿게 한다.

 

아 이 맛이야

이럴때 먹지도 않고 이런 탄성이 나올만 하다.

 

가족여행을 나왔는지 신기하다는

암벽에 동전을 열심히 붙히고 있는 정겨운 모습이나

바윗사이로 드나드는 좁은 극락가는길은

깔깔거리며 셀카 찍는 어여쁜 아가씨들 때문에 어지럽긴해도

나의 사바세계 묵은 때를 벗기기에 안성마춤이고

머리를 숙이고 어깨를 좁혀 겸손한 자세를 저절로 갖게 한다.

 

원통전에 올라 바라다본 불상이

날 보고 빙긋 미소를 보이고 계신듯 느끼는 것은

내 마음에도 따뜻한 그 무엇이 담겨 있어서이겠지싶다.

반야문을 오를까하다가 그냥지나쳤다.

 

수많은 계단을 올랐음에도

그리 억울하지 않는 경관과 분위기가

날 많이 다독이고 위로해 주어서일게다.

성불할까 겁이 나서 나는 서둘러 내리막길을 나선다.

 

역시 젊어서일까 ?

어느 젊은이는

 이리 가파로운 계단길을 뛰어 오르고 있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 . .

 

그래서 젊음이겠지 ?

 

다늙어 젊음을 배우고 내려간다.

 

그리 바쁠것 없는 세월이 있기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