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29>
오랑캐의 송나라 침공으로 비빈으로 간택된 원상저는기적에 오르고...
해가 너머가고 땅거미가 깔릴 무렵 원상저는 사당에 가서 조상들께 절을 올린후,
부모들에게 절을 드리고 원씨네 식솔들과 심부자네 가족및
식솔들의 아쉬움을 뒤로한체 눈물을 흘리며 가마에 올랐다.
" 아가야 , 몸 조심하거라 ,
황궁의 법도에 어긋나지 않도록 처신을 신중히 하거라,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런지?..."
상저의 에미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자,
원지휘는 자신도 눈물이 핑 돌지만 일부러 아내에게 핀잔을 준다.
" 아니,
당신은 오늘 같은 경사날에 왜 그런 악담을 하는거요!"
하고는 상저에게는 위엄 있게 말한다.
"그래,
여기는 걱정 할것 없이 너만 잘 지내면 조만간 모녀 상봉하는 알이 오겠지?"
더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어가(御驾)가 먼저 도착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되는지라,
가마 꾼들에게 빨리 출발하라고 지시한다.
남의 이목에 띠지 않도록 하라는 전지가 있었던 터라
가족과 식솔들은 아무도 배웅을 문밖까지 나가지는 않았다.
상저의 에미는 어둠속으로 가마가 사라지고 나자,
안방으로 들어와 대성통곡을 하다가 결국은 실신하고야 말았다.
그날밤,
상저는 사향과 분냄새가 진동하는 방안에서 홍등을 켜 놓은채
다소 곳이 홀로 앉아 황제가 나타나기 만을 눈빠지게 기다렸다.
날은 이미 훤하게 밝아 오지만 황제의 기척은 찾을 수 없었다.
흐르는 강물따라 속세에 떠내려온,
세외도원(世外桃园)의 복숭아 꽃,
떠도는 달빛 따라 누각에 드리워진,
심심정원(深深庭园)의 꽃 그림자.
구중 규방 속에서 여린 화초 모양 고이자란 원상저는 느닷없이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어딘지도 모르는 홍등 켜진 방안에서 원인도 알 수없이 휘종 황제를 기다리고 있자니
온갖 상념이 머리속에서 어지럽게 스쳐 다닌다,
부모님 말씀대로 황제의 비빈이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며 평생을 보낼 것인지
아님은 새로운 파란 만장한 인생길이 찾아 올것인지, 현재로서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창문 밖에는 인기척이라곤 없는 적막 강산 이며, 누가 하나 와 현 상황을 알려주는 이도 없다.
그저 창문 밖으로 눈길만 보낸채 궁금하고 초조한 가슴을 태울 뿐이다.
유행(遊幸) 나온 휘종이 그내타는 원상저를 본 그날
황제의 눈빛을 보고서는 이사사는 황제에게 원상저를 바치고자 마음 먹었든것은 사실이었다.
주방언과 혜어지고 황제만을 모신지가 벌써 오륙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꽃다운 청춘을다 보내고 설흔을 바라보게 된 퇴기(退妓) 신세가 되고만
이사사는 언제 황제에게 버림을 받을까 하며 은근히 초조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황제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지 못한 다면 정식 비로 간택되지 않을 사사는
퇴기 기생으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사랑하는 정랑(情郎)을 눈물로 보내고서 늙은 황제의 노리개가 되고 만 이후로는,
오로지 권력과 재물이나 마음껏 끌어모아 남 보란듯 떵떵거리며 살자고
이를 악물고 다짐 했는데 지금 과연 바라던 것은 거의 이루어 져,
아무리 힘있는 정승 판사라 할 지라도 이사사 이름 앞에서는
오금도 펴지 못하고 설설 기어 다녔다.
황제는 아직도 육 생황도 불어주고
어느 궁중 여인들도 흉내내지 못하는 사사의 방중술에 미혹되어 치마폭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자신의 무기의 하나인 탱탱한 몸뚱아리가 시들고 나면은
자신를 찾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불안 하기만 하였다.
그 불안감을 떨쳐 낼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대신하여 황제의 노리개가 되어줄
후계자를 물색하여 철저히 자기 편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 었다,
그런데 공고롭게도 황제가 그네 타는 원상저를 넋나가게 보는 것을 보고,
그 대상으로 적절한 사람을 찾게되어 뛸듯이 기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송나라의 사정이 앞날은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었다.
변경을 침략한 오랑캐 금나라가 변경의 요충지 연경 까지 함락시키고
개봉을 향해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 오고 있으니,
태평성대로 황권이 타락하여 백성에게 마저 버림받은 황실이
이백년 도읍지 개봉을 지키기에는 풍전 등화였다.
소문에 의하면 연경의 함락은 요나라에서 송나라로 귀순한 장군 곽약사(郭药师)가 지키고 있었으나
송나라의 무질서와 환락만 찾아 즐기는 부패에 환멸을 느껴,
싸워보지도 않하고 금나라에 자진 항복하여 오랑캐 금나라에 선봉장이 되어
개봉으로 진격해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여기 저기서 나라를 걱정하는 상소가 즐비하게 올라오고,
백성들의 원성이 잦아지자 국사를 그르친 간신 채경 부자는 귀양을 보냈으나
귀양 도중 채경은 지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동관은 참수하여 여론을 무마 하고자 하였다.
실제 참수 하여야 할 사람은 휘종 자신 이나 스스로 궁궐에 쳐박혀 자숙을 하였다.
그러하니 제아무리 절대권력의 황제라 하더라도 신하들의 눈총과
백성들의 원성이 부담이되어 잘못하면 제 목도 지키기 어렵게 되었으니,
계집질이나 하고 색욕 놀이를 할 정신이 없었다.
황제의 현 상황을 판단한 이사사는 마음을 바꾸어 새로운 유객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은 언젠가는 황제가 떠날날을 대비 오래전 부터 비밀리에 고급 유객을 받아왔다.
이제는 황제 자신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자 그간 자신을 흠모하며
한번 만이라도 함께 잠을 잤으면 하든 유객을 공식적으로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 중에는 양산박의 두령 송강(宋江), 대도(大盗)로 이름을 날리는
방석(方惜), 왕경(王庆)같은 이들과 개봉에서 이름난 부자들도 여럿 있어서
이들이 이사사와 하룻밤 자고 나면 온갖 기교의 방중술에 혼이 빠져
예상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은 보화를 가져오니 사사의 재물 창고는 점점 쌓여만 갔다.
심지어 전쟁중인 금나라의 은술태자(兀术太子)도 은밀히 다녀가기도 했다.
이런 유객들은 기회가 되면 다시 찾기를 마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사사는 아무리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세월의 흐름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비록 회춘루에 가무가 뛰어나고 미인인 기생들이 수십명이 된다고는 하나
자신의 미모와 방중술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앞날을 걱정하던 사사는
" 맞다,
그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며 스스로 빙긋이 웃고는
상저를 내 후계자로 키우는 거야!"
하며 마음을 굳히고는 그날 바로 기적(妓籍)에 올려 버렸다.
금나라와 전쟁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와 진 휘종은 황제의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 주고는
박주로 뺑소니를 치고 말았으니 이젠 휘종과 원상저는 맺어 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돌려 보내자니 자신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실은 원상저가 탐이 났던 것이다.
몸매나 미색도 자기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으며 기예도 뛰어 났다 하니
조금만 가르치면 자신을 능가 하는 기생이 될 것이 분명했다.
휘종은 금나라 군대가 점점 조여 오자 아들 조환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려하자
몇번을 사양 하다가 이강(李纲) 조정(趙鼎) 장준(张俊) 등의 현신(贤臣) 들의 건의에 힘입어
황제 자리에 올랐다.
이가 바로 북송(北宋)의 마지막 황제 흠종(钦宗)이며,
연호를 정강(靖康)으로 바꾸고, 도교에 미친 휘종을 교주도군태상황제(教主道君太上皇帝)로 추대
그 후로는 도군황제로 불렀다.
두 갈래로 파죽지세로 진격해 오던 금나라 군대 알리부(斡离不)가 이끄는 좌군은
황하(黄河)를 건너 송나라 도읍지인 개봉이 지척인 변량(卞梁)에 진을 치고,
점환(粘罕)이 이끄는 우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좌군 혼자 개봉을 공격 하자니 송나라 종사도(钟师道) 장군이 이끄는
근황병(勤皇兵) 삼만이 결사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어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편 점한(粘罕)의 우군은 태원(太原)에서 송나라 군의 완강한 저항에 부딧쳐
방어선을 뚧지 못하고 일진 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적장 알리부는 은근히 골치가 아팠다.
우군은 오지 않고, 송의 백성들까지 의병을 조직 여기저기서 기습해 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송나라 조정에 주화파와 주전파가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는 정보를 세작으로 부터 받고서 알리부는 재빨리 강화조약을 맺자고 사신을 파견했다.
강화조약의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중산(中山) 태원(太元) 하간(河间) 삼진을 할양할 것.
둘째: 황금 오십만 냥과 은 오백만 냥, 말 일만 마리와 비단 백만 필을 바칠것.
셋째: 송의 임금 조환은 금나라 태종 황제 오걸매를 백부(伯父) 로 모시고,
대금제국(大金帝国)을 예로서 섬길것.
냇째: 왕자와 재상등을 인질로 보낼것.>
만약 받아 들이지 않을 시에는 개봉을 불바다로 초토화 시키고
모든 젊은 여인들을 노비로 삼을 것이니 회답을 조속히 주기 바란다.
말이 강화조약의 조건이지, 아주 항복하라는 것과 다를 봐 없었다.
엄포까지 놓아 협박을 하고 있었다.
우매하고 나약한 흠종은 주화파의 의견을 들어 그들의 조건을 모두 허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조건은 금(金)과 은(銀)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만수산 축조와 정원을 꾸미는데 모든 국고를 탕진하여 나라의 곳간이 텅비어 있었다.
궁리 끝에 개봉의 백성들에게 금나라 오랑캐가 쳐들어와 백성들의 안위를 생각하여
전쟁의 참화를 피하고자 한다며, 구국의 손을 벌려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한다는 영을 내렸다.
석달 동안 백성들을 채근 했건만 겨우 황금 만 냥과 은 삼십만 냥만 걷우어져 흠종은 고민에 빠졌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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