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은병의 선녀같은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고

오토산 2021. 2. 21. 18:40

금옥몽(속 금병매) <53>
낙양 최고의 부자 적원외는 스치기만 했는데 은병의 선녀같은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고...

무운(巫云)은 어떻게라도 적원외에서 탈출 하고자 무심코 한 이야기인데 이제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이사사에게 알려지면 지난번 같이 피멍이 들 정도로 두둘겨 맞을 수도 있어,

적원외(翟员外)에게 다짐 하듯이 말한다.

"나으리,

절대로 내가 말했다 하면 안되요, 아셨죠?
마님이 아시면 나는 맞아 죽을 수도 있어요."

"그래 은병이 누구인지 말해 보렴 절대로 너에게 들었다고 말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 은병이 누구냐?"

"전에 휘종 황제의 빈으로 간택되어 궁으로 들어 가려다가

오랑캐들이 쳐 들어 오는 바람에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어요,

얼마나 예쁘냐 하면,

월궁의 항아 보다도 더 예쁘면 예뻣지 못지 않고요,

여자인 저도 언니 몸매를 보고 있으면 샘이 나서 못 견딘 다고요."

" 그래?

그런데 나는 여기 개업 할때 부터 거의 매일 왔었는데도 왜 모르고 있었지?"

"응, 나으리 그건 그 언니와 우리는 격이 달라요.
마님이 친딸처럼 아끼면서 얼마나 끔찍하게 사랑을 주는데요,

유객은 아주 받지도 않고,

나중에 집안 좋고 잘생긴 도련님이 있는 부잣집에 시집 보낸다고 매일 말씀하셔요."

무운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사사는 기회만 있으면,

"아이구,

어서 빨리 천하 제일가는 풍류재인의 부잣집 도련님을

은병이 신랑으로 짝지어 주어야 할텐데,

그래야 나두 사위 덕분에 천한 년 소릴 안듣고 살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던 것이다.

" 흐흥! 세상에 웃기는 소릴 하지마라,

어느 천치가 장사를 하면서 금지옥엽 키운 딸아이를 기적(妓籍)에 올리나

그게 다 은병이 머리얹을 값을 올리는 수작이라고."

무운이 적원외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것도 같았다.
적원외의 말은 수년의 오입 경험으로 봐서 터특한 엄연한 진리 였다.

이사사도 왕년에 주방언과 처음 사랑을 나눌 때는 진정한 사랑의 마음으로 마음을 주었었다.
그러나 휘종 조서방의 권력에 눌려 자신의 애틋한 사랑이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재산을 모아서 자신을 멸시 했던 뭇 남성들과

세상을 비웃어 주고 싶은 복수심이 가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사사는 뭇 남성 들에게 자기의 줏가를 높이기 위하여 이를 악다물고 행동에 옮기고 있었다.
도군황제가 오랑캐의 포로가 되어 금나라로 끌려가고 나자

자신은 이제 황제를 위하여 평생 수절을 한다며 선포하고는

하얀 여 도사복을 입고 아침 마다 북쪽을 향해 분향하면서 하루를 시작 하였다.
그리고는 청루 관리는 하지만 본인은 일절 유객을 받지 않았다.

 

그러자 이런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가 권문세가나 부호들의 마음을 더욱더 자극하여

천하의 사사를 자기가 차지해 보겠다는 욕망이 발동, 기루는 오히려 유객들로 발뒤 딜 곳이 없었다.
유객들은 사사가 비밀리에 금나라 온술왕자나 곽약사 장군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 했다.

 

또한 은병을 이층 기루를 마음대로 쓰게 하는 것도 사사의 한가지 수법이었다.
은병은 나름대로 무료하니 바깥세상을 동경하게 만들어 주렴

밖 세상을 향해 자신의 신세를 한탄 하는 신호로 애간장을 끓을 듯한 노래나 비파를 뜯고

생황을 연주하게 함으로서 풍류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황제의 비빈이 될뻔한 절세가인이 이사사의 기루에 몸담고 있는데

세월의 무정함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는 소문을 개봉 장안에 퍼뜨렸던 것이다.
한마디로 은병의 주가를 올리 는 고단수의 수법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낙양 최고 부자가 기루를 출입하면서 아직도 은병의 소식을 모른다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적원외는 무운에게서 은병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궁금하고 호기심에 어떻게 해서라도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

"무운아 너가 나좀 도와 주어야 겠다,

그래야 내가 너도 더 귀여워해 줄것이 아니더냐?"

"나으르,

말만 그렇게 돈이 엄청 많다고 하면서도

나에게도 그렇게 인색한데 누가 믿어 주겠어요.
아마도 은병 언니 얼굴 한번 보려면 쉽지 않을 걸요.
몰라 길건너 주막에서 하루종일 우리 이층 누각을 쳐다보고 있으면

주렴 사이로 언니 모습은 한번 볼 수 있을려나?"

적원외는 은병의 이야기를 들은후 거의 매일 기루로 출근을 하다시피 하였다.

어느날 이른 아침 나절 객청에서 무운이 갔다 주는 차를 마시고 있는데,

이층에서 한눈에 보아도 절세가인이 내려오다가 적원외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얇은 망사로 얼굴을 가리고는 후원쪽으로 종종 걸음으로 사라져 버렸다.

 

순간적이지만 적원외 가슴이 멎는 듯한 울렁거림에 명확 하지는 않지만

지나가며 남긴 신비스러운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는듯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넋나간 듯 바라 보고 있었다.

금붕어가 산들 산들 물속을 노니는가?
매혹적인 치마 꼬리 바람에 흔들리네.
날렵하기 그지없는 제비의 환영인가?
개미허리 버들가지 바람에 흔들리네.

화장기 없는 하얀 얼굴 보름달 따로 없다,
옥잠(玉簪) 꽃은 쪽머리는 무산의 구름이라.
봉긋하게 솟은 두봉 애간장 녹아네고,
한들 한들 두 엉덩이 혼마져 앗아가네.

후원에 있는 말리화(茉莉花)를 꺽어 머리를 단장 하려는 이사사의 심부름에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하고, 화장도 안한 얼굴에 얼굴도 가리지 않고 내려오다가,

적원외와 눈이 마주친 은병 이었다.

"저, 저!

낭자가 누구이더냐?"
한마디로 얼빠진 적원외가 말까지 더듬으며 무운에게 묻는 것이다."

"후 후, 나으리 완전 혼이 나가셨어요,

그것도 짐작 못하면서 무슨 욕심은?
나리는 내 한테나 잘해요,

내가 애교로 바 줄테니, 일찍 단념 하세요."

"아~,

그럼 방금 그 낭자가 바로 은병이란 낭자냐?"

"아이구 그래요,

나으리가 오매불망 그리워 하던 하늘 속 선녀 은병 언니에요,

아주 올라가지도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마시고 일찍 단념하세요 알겠어요."

무운이 약을 바짝 올려도,

은병이 한번 앞으로 스쳐간 것 뿐인데 완전 넋이 빠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무운아!

은병 낭자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열 여섯인가, 일곱인가? 그럴거예요,

그런데두 몸매가 아주 끝네죠요!
지난번 함께 목욕을 할때 보니까,

여자인 나두 질투가 나더라구요,

몸매가 풍만 한것이 타고난 체질 같아요.
남자도 모르는것 같던데..."

적원외는 들으면 들을 수록 혼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사타구니가 스물스물 한것이 미칠 것만 같았다.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입에서는 나직막한 신음소리 까지 흘러 나왔다.

"춤과 노래는 기본이고,

비파, 고쟁, 생황등 모든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요?
그림이나 서화도 뛰어난데다가 성격까지 고와서

정말 하늘의 선녀가 하강한 것 같다구요.
그 뿐인가요 아직 동정녀(童贞女)인데

황제를 녹이려고 오묘한 방중술까지 터특했다 하네요?"
계속되는 무운의 이야기에 적원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그만, 그만!
지금 당장 네, 마님 한테 가서,

내 은자 일백냥을 줄테니,

은병이 머리 올리게 해 달라고 부탁좀 전해주라.

그러면 내 너에게도 특별히 후사 하마?"

"나으리!
몰라도 너무 모르네요, 일백냥요?
호호호,

마님 한테 그런 말 꺼냈다가는 또 내 몸뚱아리 피멍이 들걸요?
모르긴 몰라도 언니 머리 올리려면은 일천냥 가지고도 될까?
모르긴 몰라도 남이 단 물 다 빼먹고 난 후에도 오백냥은 있어야 할 걸요?"

"뭐, 뭐라꼬!

일천냥?"
눈만 똥그랗게 뜨고 한동안 눈만 껌벅껌벅하더니 중대한 결심을 한 듯,

돈이야 또 벌면 되니까!

" 좋아! 일천냥,

네 마님에게 내 이야기만 전해주라,

일만 성사되면 내 너한테두 정말 섭섭하지 않게 한다구 약속하지."

이번에는 무운이 오히려 당황한다,

이제까지 지내 봤지만 동전 한잎 가지고 쩔쩔매는 노랭이가

거금 일천냥이라고 해도 선뜻 응하니,

한번 제데로 보지도 않았는데 홀딱 빠지고 말았으니

재산을 탕진 하고 알거지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무운은 한동안 생각하다가,

자신이 마님 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처지는 아니었다,

마님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 가족 소식 알려 주었다가도 매 타작을 당했는데

주제넘게 은병 언니를 직접 거론 했다가는 죽음을 당할 지도 몰랐다.

그래서 무운은 적원외에게,
" 나리 친구분중에 왜 그 말 주변이 좋고 허우대 멀쩡하신 정옥경 나리를 통해서,

마님께 여쭤 보세요,

되든 안되든 쉽게 결정이 나지 않을까요?"

무운의 말을 듣자,

적원외는 손벽을 치며 기뻐한다.

"맞아 !
그 친구 정옥경이가 이일에는 제격이야! 제격?" 하며

바로 정운경을 찾아 갔다.

은병의 선녀같은 자태에 단 한번 스치기만 했는데도

넋이나간 적원외는 과연 은병을 품에 안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천하일미 요리로 낚시를 놓은 화류계의 미끼를 물고

빈털터리가 되어 후회의 눈물을 흘릴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