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55>
응백작은 효가를 판 돈까지 오랑캐에게 다 털리고 용케 살아난다,
돌팔이 의생 장죽산은 오랑캐의 귀빈이 된다.
한편 응백작은 효가를 관음당(观音堂) 노승에게 팔아 치운 후 피난처를 찾아 가던중,
오랑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응백작이 그들에 끌려 주둔지 막사에 다달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잡혀 와 있고
일부는 나무 등걸에 묶어 놓고는 활을 겨누고 있는 것도 보였다.
응백작이 잡혀온 사람들을 살펴보니 낮익은 얼굴도 여럿 있었다.
돌팔이 의원 장죽산(张竹山) 선술집 주인 탕내보(汤来保)
전당포 주인 분사(贲四)가 눈에 들어 왔다.
오랑캐 들은 붙들어온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돈깨나 있어 보이는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고 배가 툭튀어 나온 탕내보 부터 심문하기 시작 하였다.
우선 가진것 부터 다 내어 놓으라 하고,
사는 곳을 물은 후 가깝고 돈푼께나 있을 것 같은 자는 무조건 족쳐
기어이 숨겨 놓은 곳을 찾아내는 것이다.
고문에 못 이겨 숨겨 놓은곳을 말해 버리면 부하들을 시켜
가서 확인을 하여 사실이면 풀어 주고 거짓이면 단칼에 죽여 버렸다.
앞서 문초 하고 죽는 것을 목격한 탕내보는 수중에 가진 것 밖에 없다고 했다가,
선술집을 한놈이 이것 밖에 없다니 말이 되느냐며, 사정없이 채찍질을 당하였다.
그러고도 시치미를 떼자 나무에 묶어 놓고는 화살의 과녁으로
우선 죽지 않을 곳 부터 시위를 당긴다.
양 다리, 양 팔, 엉덩이, 가슴 순으로,
탕내보도 버티다 화살이 엉덩이에 꽂히자
뒷마당 정원석 밑에 은자를 묻어 놓았다고 실토해 버렸다.
탕가는 토적들이 털어간 사실도 모르고 목숨을 보전하려다,
오랑캐가 가서 확인을 해보니 허탕이라,
돌아 오자 마자 대노하며 한칼에 목을 치고 말았다.
응백작의 차례가 되자,
겁을 먹은 그는 우선 백수로 생활해 온터라 재산이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이라고 변명을 늘어 놓자
이 새끼 얼굴에 기름끼가 번들거리는 놈이 하녀까지 데리고 다니 면서 무일푼이라,
대번에 주먹과 발길질에 코피가 터지고 잎술이 터져 퉁퉁 부었다.
그래도 주둥이로 변명하자,
나무에 묶더니 당장 배를 향해 화살을 겨누자 깜짝 놀라며 응가는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다.
"네 잠깐만!
네 마누라가 가지고 있소 하자,
응가 마누라를 끌고와 봇따리를 뒤지자.
효자를 팔고 스님에게 받았던 동전 일천잎과 은자 열냥이 나왔다.
이것밖에 없다고 하며 오랑캐 대장이 다시 활을 가슴팍에 조준 하려하자,
응가 마누라가 소리친다,
여기 금화 하며 속곳 속에서 한냥 짜리를 내놓는다.
"야이 쌍년!
어디에 감춘거야 하며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린다."
생각보다 적게 나오자 오랑캐 장수는 쌍소리와 함께 채찍으로 응백작을 후려 갈겼다,
응백작은 맞으면서도 생각한다,
내 남의 비위를 맞추며 똥구녕을 할타서 모아 논 은자 사백냥을 내놓아야 하나? 하며 머리를 굴리는데,
채찍으로 삼여 대를 더 후리쳐도 말이 없자,
오랑캐는 하기야 백수 건달이 모아논 돈이 있겠어 하며 풀어 준다.
탕내보와 응백작이 당하는 것을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보고있던 분사는 천성이 독하지 못한지라 전당포를 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을 오랑캐를
속일 자신이 없어 목숨이나 살리자며 순순히 다 물건을 내놓아 곤욕없이 풀려났다.
장죽산의 차례가 되자,
원래 의료기구와 침을 넣은 가방과 약간의 약봉지 몇 첩을 들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돌팔이 의사 인지라 모아놓은 돈도 없지만 응백작 모양 수완도 없어,
전란이 일어난 후에는 목구녕에 풀칠 하기도 빠듯했다.
그러하니 없는 돈을 만들어 내라 하면 솔직히 죽은 목숨이었다.
"아이고! 목숨만 살려 줍쇼,
무슨 일이든 다 할테니,
진짜루 땡전 한푼 없습니다, 나으리?"
"저놈이 감히 누구 앞이라고 생떼를 써.
그렇다면 일찍 저승으로 보내는 수 밖에, 여바라!
저놈의 껍데기를 벗기고 목을 쳐 버려라!" 하고
오랭캐 장수가 소리를 질렀다.
이젠 어쩔 방법도 없지만 옷을 벗기려는 오랑캐 두놈에게 악다구니를 쓰며 저항하는데,
장죽산이 애지 중지 하며 가지고 다니던 의료기가 땡그랑 하며 바닥에 떨어 졌다.
귀한 물건인가 보다 하고 옷을 벗기던 병졸이 얼른 주워 헤쳐보니
동그랗게 생긴 물건이 손잡이도 있어 목탁같이 보이기도 하고,
철로 만들어 져 있어 그것도 아닌것 같고, 철 막대가 붙어 있어 두드려 보니
땡그랑 땡그랑 하고 맑은 소리가 제법 크게 울렸다.
오랑캐 들은 처음 보는 물건인데 모두 희한 하다며 고개를 갸우뚱 하였다.
뒤에서 아무 말없이 졸개들이 하는 것을 젊잖게 보고만 있던 적장 알리부는
"그게 무엇인가?
어디 이리 가져 와 보거라!" 하자,
졸개들은 무슨 위험하고 귀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갔다 준다.
눈을 질끈 감고 목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어 눈을 떠보니,
모두 자신이 품속에 지니고 있던 의료보따리를 들고
우두머리인듯한 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죽산은 잘 되면 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전란에 의원이 필요할텐데,
돌팔이면 어떼 지 들이 알기나 하겠어,
하여튼 기회만 잡으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물고 늘어져야!"
이상한 물건에 궁금증이 더한 적장 알리부가 명령한다.
"여바라!
저놈을 이리 가까이 데리고 오너라!"
장죽산이 알리부 가까이 가서 보니
철 목탁 같은 것을 들고 이리저리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었다.
장죽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것은 바로 떠돌이 돌팔이 의생 약장수가 왔다는 것을 알려 주는 향전 이란 물건이었다.
마을을 들어서면서 그 향전(响传)을 두두리면 병자들은 나와서 침을 맞거나 약을 처방 받아 갔다.
"이놈, 바른데로 고해 보거라,
이것이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
"예,
그건 바로 소인같은 의생(医生)들의 재산 목록 일호인데,
환자를 진찰 할때 사용하며,
환자의 병세를 짐작 할 수 있는 병개지(病皆知)라고 부릅니다요."
"아니,
그럼 네가 병을 고치는 의원이란 말이냐?"
알리부는 좌우 졸개들을 돌아보며
"뭣들 하느냐!
어서 저 의생을 풀어주지 않고!"
장죽산은 어떨결에 알리부의 손에 이끌려 그의 장막속으로 들어갔다.
"허참,
의생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참 큰일 날뻔 했구려, 무식한 놈들이 모르고 한 짖이니 개념치 마시오." 하고
사과 까지 하는 것이었다.
알리부는 생각하지도 않은 주안상까지 차려 나오는데,
양 불고기에 통통하계 살이찐 오골계 백숙까지 나오고,
손수 술까지 따라 주는데 장죽산은 은근히 걱정이 되면서도 끝까지 부딪쳐 보기로 마음 먹었다.
술이 한순배 돌자 알리부는 걱정스러운 얼굴빛으로 말한다.
"실은 내 애첩이 이름 모를 괴질에 걸려 식사도 못해 괴로워 하고 있으니,
선생님이 꼭 도와 주셔야 쓰겠소."
"그럼요, 최선을 다해 고쳐 보겠습니다,
불치의 병이 아니라면 못고칠 병이 있겠습니까요?"
말은 큰소리 쳐 놓았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지난번에도 처방을 잘못해 멀쩡한 사람을 죽인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화타(华陀)가 살아 나도 살릴 방도가 없는 불치병이라 돌려되어 화를 모면 했지만
지금은 오랑캐 적장의 애첩을 죽이지 않는다 해도,
완치를 시키지 못할 때에는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게 생겼다.
어쩧든 지금은 장죽산에 의지 할 수 밨에 없으니 죽지만 않는다면
기회를 봐서 삼십육계 줄행랑이라도 놓을 생각이었다.
알리부를 따라가니,
뒤 장막은 숙소인 모양인데 침대 위에는 한 여인이 눈을 감고 힘없이 누워 있는데,
그 여인을 보는 순간 소리를 지를뻔 하였다.
그녀는 서문경의 두번째 첩 이교아(李娇兒) 였다.
그러나 감히 아는 내색은 할 수도 없었다.
장죽산은 살며시 이교아의 하얀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 보면서
등에서는 식은땀이 주루르 흘렸다.
다행히도 장죽산이 알고 있는 가끔 일어나는 위장염이었다.
음식이 상하거나 물을 갈아 먹을때 일어나는 일반적인 병으로
설사를 하고 입맛이 떨어져 식사를 잘 못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장죽산은 시치미를 뚝 떼고는
"으음,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뻔 했구만요,
하지만 소생이 비전(秘传)의 약방문을 알고 있구만요,
아마 한첩만 달여 먹고 원기 조절을 하면 벌떡 일어 나실 겁니다. " 하며 큰 소리를 떵떵치니,
좋아 하면서도 조금만 지체 했어도 큰일 날뻔 했다는 말에는
알리부가 병세가 위중한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장죽산은 흔히 배가 아풀때 쓰는 그런 약방문
거한강계음(去寒姜桂饮) 이란 약방문을 쓴다.
<천강(千姜).초두구(草豆寇).
양강(良姜). 관계(官桂). 후박(厚扑). 진피(阵皮)/각 일전(各一钱),
사인(砂仁). 지각(枳壳). 감초(甘草).경향(苘香). 향부(香附)/각 오분(各五分)>을 함께 달여서 복용 할것.
장죽산은 약 보따리에서 방문에 적은 약재를 골라,
작두가 없는 관계로 이빨로 대충 양을 맞추어 잘라 내어 정성스레 달여서는
알리부에 주면서 먹여 주라고 한다.
알리부는 장죽산이 약을 조제해서 다리는 과정을
옆에서 신기한 듯이 지켜 보고 있었다.
약다리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장죽산의 말대로 이교아는 약 한첩을 먹고 나서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장죽산도 피곤하여 옆 막사에서 깊은 잠에 빠졌는데,
아침 누가 흔들어 깨워 벌떡 일어나니, 알리부 였다.
그는 웃는 얼굴로 장죽산에게 이교아가 아침에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일어났다며.
장죽산의 손을 잡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몇번이나 하였다.
그리고는 금괴 한냥을 주고는 비단옷으로 갈아 입혀 귀빈 대접을 해 주었다.
돌팔이 의생 장죽산은 졸지에 화타가 되고
오랑캐의 최고 권력가 알리부의 총애를 받는 귀한 몸이 되었다.
장군 막사 가까이 방을 배정 받은 장죽산은
알리브의 귀빈으로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었다.
며칠 뒤였다.
장방창을 괴뢰 황제로 옹립하고, 변량하(卞梁河)에 주둔하고 있던
금나라의 넷째 왕자 올술이 돌림병에 걸려 쉬국 해야 하니,
알리부가 대신 개봉을 지키라는 급보가 날아 들었다.
알리부는 정예 군사 수십명과 장죽산을 데리고 밤새 말을 달려 개봉으로 갔다.
"왕자마마!
먼 타국 땅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소장이 중원 땅에서 화타에 버금가는 의원 한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이제는 심려 놓으십시오."
"오,
장군의 충성심에 탄복하는 바이오,
어서 그 의원을 들라 하시오."
장죽산이 들어가 올슬 왕자의 맥을 짚어보니,
남방에 흔히 돌아 다니는 염병이었다.
염병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다른 사람을 금방 전염시키는 무서운 병이나,
제때 치료하고 약만 잘쓰면 쉽게 낳는 병이었다.
그러나 추운지방에서 온 왕자에게는 저승사자에 버금가는 무서운 괴질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sn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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