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여씨댁은 이수비를 황천길로 보내 목적을 달성하고

오토산 2021. 4. 19. 18:01

금옥몽(속 금병매)<105>
여씨댁은 이수비를 황천길로 보내 목적을 달성하고,

금계는 법화암 선비에게 춘정을 느끼지만...

<서주등연자루(徐州登燕子楼)>
하늘가를 맴도는 피곤한 나그네, 고량산천 그리며 산길을 간다.
텅빈 연자루(燕子楼) 가인은 어디가고 무심한 제비만 둥우리 지었네.
꿈같은 세월, 어느떼나 깨칠손가?
즐겁던 추억, 현실은 원망스럽기만 하다.
-송(宋) 소동파(苏东坡)-

여씨댁과 공씨댁이 같이 꿍심을 품고서 짜고 이수비를(李守备)를 번갈아가며 음심을 채우니

늙어빠져 기력이 다 떨어진 영감탱이가 그래도 남정내라고 자존심을 보인다며

회춘약을 써가며 음욕에 빠진 두 여인에게 기력을 탕진하고 나서는 반신 불수가 되고 말았다.

체력이 고갈된 이수비는 두 어달이 지나서는

중풍까지 걸려서는 움직임도 못하고 누워 지내다가 말한마디 못하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여씨댁은 남자 구실도 못한다며 그렇게 구박하더니

마지막 남자로써 봉사 하고는 두 여자의 등쌀에 결국 목숨까지 바치고 말았다.

여씨댁은 공씨와 함께 싸구려 관 하나를 사와서는 염을 하여 교외에다 파묻어 버렸다.
그리고는 공씨댁에게 함께 살면서 이수비가 하던 주막을 함께 운영 하기로 하였다.
이수비의 바보 아들은 하인으로 이것저것을 시키며 부려먹었다.

공씨댁도 법화암에서 여씨댁으로 이사를 와서는 두과부가 한집에서 살았다.
예쁜 옷과 신발을 신고 기생처럼 짙은 화장을 하고 머리에는 동백기름을 발라

주막에 술을 먹으로 오는 손님에게 추파를 던져 가끔씩 음욕도 해소하고 화대까지 받으니

두 과부가 꿈꾸던 꿩먹고 알먹고 였다.

딸 아이들도 에미들에게서 보고 배우는 것이 그러하니 밤낮 어울리다 저녁이 되면

'여보. 당신'불러가며 교대로 역할을 바꾸어 에미들이 노느것을 따라하며

입으로는 별 천덕스러운 쌍소리도 다하지만 처녀로서 부끄러워 할 줄도 몰랐다.

특히  순진한 매옥은 남 앞에서는 다소곳 한데 

금계는 빤질빤질한 것이 시중에 떠도는 천박한 유행가는 모두 외어 부르며

노골적으로 남자를 그리워한다.

법화암에는 공씨모녀가 거처하던 곳에

과거 준비를 위해 와 있는 엄정(严正)이라는 젊은 수재(秀才)가 묵으며 글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복청 비구니와 먼 친척인데,

멀지 안흔 곳에 집이 있지만 과거일이 가까워 오자 글 공부애 몰두하기위해

비교적 공부하기에 좋은 이곳으로 와서 매일밤 거의 밤을 새다시피 열심히 글을 읽고 있었다.

엄정은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열아홉의 청년이었다.
이청년은 불당에서 등유를 얻어 불을켜고는 밤늦게까지 책과 씨름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엄정이 공부하는 글방이 금계의 침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었다.

금계는 젊은 청년 엄수재가 책을 읽는  낭랑한 목소리에 홀려,

야릇하게 마음이 흔들리어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았다.
한 밤중에 책있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처량하기도 하고

어느날은 흐느끼며 애원하는 듯 하기도 했다.

간신이 나라를 망치는 대목을 읽을 때는 비분강개하며 젊은 혈기가 느껴지는 듯 격앙되어

뒷방에서 듣는 금계도 그 기상이 마음에 와 다았다.

어쩧던 춘정을 느끼는 금계는 책읽는 소리가 날때면 엄수재의 얼굴을 상상하며

색정에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니 벽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는 과거를 위해 공부에 몰두 하는 젊은 선비가 있고,

반대 쪽에는 천하의 색녀 반금련의 혼을 받아 환생한 금계가

혼자 후끈 달아오른 몸을 어쩌할 봐를 모르고 안절부절 하고 있으니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벽도 낡아빠져 허물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간신히 나무기둥으로 밭쳐주고는 있었지만 곳곳이 갈라져

빈틈을 누런 창호지를 덕지덕지 붙여 막아 놓았다.
선비가 책을 읽을때 금계는 음욕이 솟구치면  창호지를 한손으로 밀치고

틈사이로 선비를 훔쳐보며 솟구치는 아랫도리의 색욕을 한손으로는 스스로 해결하기도 했다.

하루 어느날 밤,

음욕에 몸부림치던 금계는 조심스레 누런 창호지를 뜯어냈더니

책을 읽는 엄수재가 정면으로 보여 너무나 기뻐하며 어쩔줄을 몰라 했다.
등불아래 책을 읽는 엄수재의 얼굴은 준수하기 이를데 없었다.

미소년의 하얀 피부에 짙은 눈썹 붉은 입술은 이팔청춘 금계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금계는 이 미남자가 전설속에 나오는 후예같이 느껴지며 한시바삐  안겨보고 싶어 환장을 한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서 그의 품에 안겨 요분질을 하는 상상을 하다 눈을 떠 보면

그는 무정하게도  책만 읽고있어 손으로 가만히 자기의 옥문을 누르며 요분질을 쳐 보지만,

음욕의 불길은 가라앉지 않자 베게를 붙들고는 방안을 이러저리 굴러보기도 한다.

"그래, 맞다!
이걸 저 틈으로 밀어 넣어 내가 벽 뒤 쪽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지,

그러면 관심을 보이겠지?"

일부러 들으라고 큰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듯 떠들어 보지만,

글을 읽고 있으니 들을것 같지 않은지라,

자신이 지니고 있는 빨간 비단 향 주머니를 틈사이로 밀어 넣고는 엄수재의 관심을 유도했다.

"이걸 보고 향 내음을 맡아 보면 필경 아녀자의 물건이란 것을 알 터이니

정상적인 젊은이라면 여자 생각이 간절하여 오늘 밤 담을 넘어 올지도 몰라, 후후."
그러나 엄수재의 반응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어 이게 뭐야?
오늘 낮에 놀러왔던 친구들이 날 놀리려고 일부러 놓아두고 갔구만!
짖굿은 친구들?" 하더니

향 주머니를 쓰레기 통에 버리고는 다시 낭랑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약이 오른 금계는 이번에는 가느다란 대나무 장대를 벽사이 틈으로 밀어넣어

책을 읽고 있는 그의 등과 목을 콕콕 찔러 보았다.

" 책을 읽으며 한 손으로 목을 툭 치며.
겨울이라 모기가 았는것도 아니고  음, 무엇인가?
아 맞아 갈라진 벽틈에 도마뱀이 산다더니,

그렇구나 책상을 옮겨야 겠군.
아 이참에 침상도 옮겨야 겠네" 하며

방가운데로 옮겨버리고 말았다.

 

금계는 그만 모든게 자기 생각과 다르게 되자 다른 방법으로 유혹 할려던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는 틈사이로 준수한 엄수재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상으로 그의 품에 안겨 요분질 하는 생각을 하며

손가락으로 옥문이 아플 정도로 혼자 장난을 하다 잠들곤 했다.
어느덧 봄이 돌아 왔건만 여씨댁이나 공씨댁도 같은 일상이 반복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매옥이 미투리를 짜는 날랜 손 재주에 반해

공씨댁에 들러 구경을 하던 복청 스님이 말했다.

"왜 요사이는 불당에 오지않아,

대전에 석류꽃도 만발 하였는데 구경한번 오렴?"

금계는 엄수재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싶어

매옥을 부추키어 법화암을 찾아 갔다.

금계는 석류꽃은 보는둥 마는둥하고는 수재의 얼굴을 한번 볼까하고

여기저기를 기웃 거려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금계는 승방에서 복청 스님에게 차를 얻어 마시고 마당으로 나와

불타오르는 석류꽃  한송이를 꺽어 머리에 꽂고는 아쉬운 마음에 돌아가기 위해

불당 모퉁이를 돌다가 서재에서 걸어나오던 엄수재와 하마트면 부딪칠 뻔 했다.

엄수재는 두아가씨를 보자 아무 말없이 서재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금계는 갑작스런 일이었지만 그냥 들어가 버리는 것이 매우 섭섭하였다.
그래서 혹시나 다시 나올까 하고 꽃을 만지작 거리며 한참을 기다렸으나 나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몇일이 지났다.
오월달 치고는 날씨가 몹시 무더웠다.
말일경이나 오던 장마비도 조금일찍 온듯 장대같은 빗줄기가

하늘이 뚧어진듯 삼일을 밤낮으로 억수같이 쏟아부었다.
그러자 강물이 넘쳐나며 저지대는 물에 잠기는 곳곳에 피해가 일어났다.

다행히 공씨댁내는 법화암과 같이 조금 지대가 높아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쏟아지는 빗줄기에 늦어서야 잠이든 금계는 어딘가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흙으로 쌓은 낡은 벽이 금이간 사이로 물이 스며들어와 무너지고 말았다.
칠흑같은 어둠속에 빗물은 콸콸 스며들고 허둥대던 금계는

벗어 놓은 옷을 찿을 수 없었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