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21)
계략(計略) 속에 모태후(母太侯)와 손상향
다음날,
태부인은 손권을 비롯하여 노신(老臣) 장소와 주유, 여몽을 불러놓고
손권을 향해 호통을 친다.
"너는 10만 정병을 거느린 군주로써,
그깟 형주 하나를 어찌하지 못하고
귀한 내 딸을 미끼로 삼아,
미인계로 유비를 속이려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느냐 ?
이제 유비가 왔는데 혼례는 마다하고,
그를 인질로 삼겠다니, 이게 웬 말이냐 ! "
태부인의 질책은 장중을 찌렁찌렁 울렸다.
손권이 모후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한다.
"부끄럽습니다."
이를 지켜 보던 주유의 심정은 부끄러운 것은 고사하고 참담한 지경이었다.
자신이 내놓은 계략이 주군을 야단맞게 하고 있으니,
장수의 도리로 그대로 덮어 넘길 일은 아니었다.
그리하여 자청하여 나섰다.
"아뢰옵니다.
이번 일은 주공과는 무관한 일 이며,
모두 제 생각으로 만들어진 일 입니다."
"이 유치한 계책을 네가 냈다고 ?"
태부인의 날카로운 시선이 주유에게 꼿혔다.
그리고 이어서 손권과 주유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계책은 네가 냈더라도, 군주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처리를 하던가,
이왕 잘못된 계책이라도 신하에게 책임을 미루진 말아야지.
주유..
이 일로 너를 욕하긴 싫다.
이건 권이 탓이야.
너희들은 내 딸을 천하의 웃음꺼리로 만들었어.
하 ! ..이제,
시집을 어찌 가겠느냐.
너희들은 자신의 머리만 믿고 일을 도모하다,
내 딸의 일생을 망쳐 버린 것이 아니냐 ! "
"네, 태부인 말씀이 맞습니다.
그저 이 계책만으로 형주를 얻는다 해도, 천하인 들의 웃음꺼리가 될 것입니다."
장소가 나서며 한 마디 하였다.
그러자 즉각 주유가 아뢴다.
"태부인,
상향은 제후 감으로 귀한 몸인데,
유비와 혼인하지 않는다고 혼삿길이 막히겠습니까 ?
더구나 상향은 선공(先公 : 손견을 지칭함)의 직계 혈육으로 동오의 대업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태부인은 주유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노여워 하였다.
"내 딸이 선공의 혈육이란 것이 이제야 생각났느냐 !
선공께서 어떤 영웅이셨는데,
그분께서 만약, 자신의 혈육이 이지경에 이른 것을 아신다면 부끄러워 치를 떨게다 !
너희들은 아닐 지라도 나는 면목없다.
선공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그냥 모른 척 덮고 넘어갈 수 없다 !"
태부인은 격한 감정을 쏟아내며 말하다가 그만,
연실 기침을 하며 괴로워 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손권이 모친에게 다가가서,
"어머니, 고정하십시오.
어머니 고정하십시오."'하고,
거푸 말하였다.
그러자 태부인은 손권의 손을 뿌리치며,
"됐다,
저리 가라 !"하고,
아들에게 여지 없이 구박을 해 댄다.
그리고 이어서,
"다, 생각없는 너 때문이야,
어쩌다가 많은 방법중에 이런 일을 생각해서 일을 이지경에 이르게 해 ?"
"...."
손권은 모후의 타박에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입시해 있던 그 어느 누구도 할 말을 잃고 있을 때,
태부인이 입을 열어 말한다.
"내가 볼 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연극을 실행에 옮기는 수밖에...
유황숙은 황실 종친인 데다가, 당대의 영웅이니,
그런 사위를 맞는다면 내 딸에게도 모욕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유황숙의 나이가 많다는 것과
아직 한 번도 직접 만나 본 바가 없다는 것인데...
일간, 그를 만나,
사람됨과 인물됨을 한번 본 뒤에 결정하도록 하자."
그 말을 듣고,
주유가 외치듯 말한다.
"태부인,
안 됩니다 ! "
"뭐라구 ?"
"유비와 상향과는 신분에선 어울린다 해도 나이가 너무 맞지 않습니다.
유비는 쉰이 넘었습니다."
"그럼,
애초에 유비를 데릴 사위로 들일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지 !
왜, 처음부터 나이 문제는 고려치 않았느냐 ?"
"저...
그건 단지 계책일 뿐이었고,
상향을 정말 유비에게 보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어,엉 ?
자신있는 계책을 지금와서 후회하는 것이냐 ? "
"아닙니다 !
주공과 저는 수족같은 사이며,
상향과 저는 남매같은 사이 입니다.
그러니 상향을 유비에게 보낸다면 비통할 겁니다.
태부인께서는 안 그렇습니까 ? ...
태부인,
이러면 어떻겠습니까 ?
선을 보인다며,
내일 유비를 감로사에 부른 뒤에 상향에게 장막 뒤에서 유비를 살펴보게 하여,
상향이 마음에 들어 하면,
그건 하늘의 뜻이니 저희도 태부인의 뜻을 존중해 혼사를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상향이 원치 않는다고 하면, 모욕받지 않게 해 줘야지요.
그때는 제가 유비를 적절히 조치하겠습니다."
주유의 말을 듣고, 태부인의 노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러자 모후의 눈치를 살피던 손권이,
"어머니,
공근은 상향을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하고,
나직한 소리로 여쭈었다.
태후는 그 말을 듣고,
손권과 주유를 번갈아 본 뒤에,
"좋아, 그렇게 하자.
상향이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다시 상의해 보자."하고,
한 발 물러서는 말을 하였다.
"휴~..."
주유는 물론이고 손권은 태부인의 말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주유와 여몽이 오후부를 물러나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여몽이 주유에게 물었다.
"대도독,
태부인께서 정사에는 관여하지 않으셨는데,
오늘은 왜 직접 나서는 걸까요 ?"
"누군가 나오게 만들었겠지..."
"누가요 ?"
"묻지 말게..
나도 말하기 어렵네."
주유는 발걸음을 멈추고 한숨을 한번 내쉰 후 말했다.
그러자 여몽이 또다시 묻는다.
"주공께선 아가씨를 정말 유비에게 보내시려는 걸가요 ? "
"상향은 아직 청춘인데,
어찌 유비같은 늙은이를 좋다고 하겠나 ? "
"허 ! 그렇군요. 아가씨께서 태부인의 입을 막아 주시길 바라시는군요. "
"그렇네, 그게 가장 보편 타당성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있는 합당한 방법일꺼야."
"그래도 만약에 아가씨께서 마음에 들어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
그게 하늘의 뜻일까요 ?"
"하늘이 정말 보고 있다면,
유비가 감로사에서 못 나오게 하겠지."
주유는 이렇게 말한 뒤에 계단을 먼저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알겠습니다."
여몽은 뭔가 짚히는 것이 있다는 의미의 대답을 하고,
주유의 뒤를 바삐 쫒았다.
한편,
태부인은 딸의 머리를 손수 빗겨주는 다정다감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거울 앞에 앉힌,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의 긴 머리를 사랑스러운 손길로 빗질을 해주며 말한다.
"이 애야,
너는 머리카락이 길고 아름답구나.
에미 마음에 쏙 든다.
허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론 빗겨주기가 힘들 것 같구나."
그러자 방년 십팔 세의 터질 것 같은 꽃봉우리 같은 상향이
대뜸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난 영원히 어머니와 살건데요."
그 말을 듣고,
모태후는 입안 가득히 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여자는 장성하면 좋은 짝을 만나 시집을 가야한다."
"시집가기 싫어요."
"요녀석,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
모태후는 딸에게 부럼반 빈정반으로 말하였다.
사실, 자신도 경험하며 지나온 세월이었지만
여자의 지금 이때가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미와 멋을 뽐낼 수 있는 시기가 아니던가 ?
그리하여 앙탈을 부리듯이 대꾸하는 딸, 손상향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워 보였던 것이었다.
"네 오라비와 상의해서 네 혼처를 알아봤다.
그쪽은 황실 종친인데, 그정도 되야 우리 딸하고 어울리지 않겠냐 ?"
모태후는 조심스럽게 딸의 혼사문제를 끄집어 내었다.
그러자 상향은 <홱> 뒤로 돌아서며 말한다.
"어머니 !
날, 그 늙은이한테 보내시게요 ?"
"벌써 아는구나 ?"
상향이 벌떡 일어나
모태후 앞으로 다가서며 말한다.
"유비한테 시집보낸다고 온 성에 소문이 퍼졌어요.
그 얘긴 아마, 제가 제일 늦게 들었을꺼예요."
"네 생각은 어떠냐 ?"
일이 이쯤에 이르자,
모태후는 딸의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
유비란 사람은 다 늙은 영감이잖아요 ?"
상향의 대답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모태후는 난감한 듯이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나 대세를 돌리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어찌 그렇게 말하느냐,
그래도 황숙의 신분인데."
"너무하세요.
몇 살인지나 아세요 ?"
모태후는 눈을 깜박이며 낙심한 듯 대답한다.
"그래, 안다.
쉰이 넘었지..."
"저하고는 서른 살이 넘게 차이가 나요.
그런데도 제가 아깝지 않나요 ?"
"물론 아깝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새끼인데..
하지만 아무리 아깝다고 해도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
"왜요 ?"
"난 손씨 집안에 여자니까..
우리 강동에 여든 한개 현에 수백만 백성들을 생각해야지..."
그 말을 듣고,
상향이 모태후로부터 <홱> 돌아선다.
"나는 그런 거래물로 취급되긴 싫어요 !"
"네가 아무리 원치 않아도 반드시 가야만 한다.
너는 손씨 집안에 딸이니까,
애야, 에미가 손씨 집안에 시집와서,
서른도 되기 전에 지아비를 잃었고,
마흔이 안돼, 아들을 잃는 고통을 겪었다.
내가 흘린 눈물은 세상에 그 어느 여자 보다 더 많을 것이야,
헌데 왜 내가 이를 악물고 살아온 줄 아느냐 ?
손씨의 대업을 위해서야,
손씨가 아닌 내가 이렇게 하는데,
네 몸에는 손씨 집안에 피가 흐르니,
손씨의 앞날에 대한 막중한 책임이 있는게야,
당연하지 않니 ?"
"제 혼인과 손씨의 앞날이 무슨 상관인데요 ?"
"북방에 조조가 너무 강해서,
강동은 유비와 연합해서 맞서야 지킬 수있지,
그러니 네가 시집을 가야 동맹도 유지할 수 있고,
강동도 지킬 수가 있다. "
"오늘에야 알았네요.
어머니는 가장 자애로우면서도 가장 잔인한 사람이란 것을 ..."
이렇게 말하는 딸을 바라보는 모태후의 눈에서는 구슬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를 바라 보는 딸의 눈에서도 역시 구슬같은 눈물이 흘러내리기는 매일반이었다.
*모든 소설가가 쓰는,
여자가 흘리는 눈물은 <구슬>이고..
남자가 흘리는 눈물은 <닭똥>이다.
222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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