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22)
갈등과 고민
한편,
건강에 도착하여 동오의 군주 손권을 만날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유비는 조운을 불러 물었다.
"자룡,
우리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지 ?"
"오늘이 이래 째 되는 날입니다."
유비는 그 말을 듣자,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 하더니,
"이레라 !..
헌데 아직 오후를 못 만났으니...
그리고 며칠 전까지는 노숙도 찾아오더니 요즘은 통 보이지가 않는군."
유비의 말에 조운이 이런 말로 대답한다.
"시장에 나간 병사들이 들은 바로는 노숙이 파직되었다고 합니다."
"응 ?
"주공,
뭔가가 불길합니다.
감로사에서 선을 보자고 하는 것은 무슨 음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네 말도 인리가 있네.
동오에서 내 혼담을 꺼낸 것은 손권이 보낸 사자의 말이었지,
헌데,
무슨 곡절이 있지 않고서야 동오에 도착해서도 지금까지 손권을 못 만날 리가 없지.
아마, 동오 내부에 분열이 일어난 것 같네.
노자경이 파직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점이 더욱 확실해지지..."
유비와 조운이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문밖에서 기척이 나며 고한다.
"주공,
노대부가 뵙기를 청합니다."
"그래 ?
어서 모셔라 !"
유비가 대답을 하기 무섭게 노숙이 뛰어들다시피 들어온다.
"황숙 !"
"자경 ?"
"급합니다.
공근이 감로사에 함정을 파놨습니다.
내일 선보는 자리에서 아가씨께서 황숙께 안 가겠다고 하면,
감로사에 매복해 놓은 삼백 명의 도부수(刀斧手 : 칼과 도끼를 든 자)들이,
황숙을 절대 살려보내지 않을 겁니다. "
노숙은 거두절미하고 이 말부터 꺼내놓는 것이 아닌가 ?
대략 난감...
그 말을 듣고,
일순, 유비의 표정이 난감하게 변하더니 곧 평온을 되찾는다.
그리고, 물었다.
"그게 사실이오 ?"
"황숙 !
설마 이 노자경이 군주를 배신하면서까지,
황숙을 찾아 여기까지 온 것이 헛소리를 하기 위해서겠습니까 ?"
"허 !
자경, 그 말을 믿소.
공명이 이런 말을 했었지,
<노자경은 강동의 제일 군자라고>,
당신같은 사람하곤 적이 되든 벗이 되든 ,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했소."
"과찬의 말씀이시오.
이에 대항하는 것은 위험하니,
지금이라도 황숙은 제 수레를 타고 이곳을 속히 떠나십시오.
제가 사람을 시켜, 강변에 형주로 은밀히 돌아가실 배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
유비가 그 말을 듣고,
노숙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윽고 그를 향해 허리를 숙여 절을 해보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고맙소,
자경. 허나, 난 갈수 없소."
노숙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에,엣 ?
갈 수 없다뇨 ?"
"내가 가버리면 오후는 어찌 되겠소 ?
동오는 주전파(主戰派: 전쟁을 주장하는 무리)들이 우세한 상황이니,
내가 떠나고 나면, 필연코 손유는 교전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오.
그리되면 바라던 것을 얻는 것은 누구겠소 ?"
유비의 말을 듣고,
노숙이 <아차> 싶어서 눈을 깜빡였다.
유비가 계속해 말한다.
"조조요 !
더구나, 내일 감로사에서 선을 보는 자리에서 아가씨께서 나를 싫어하리란 법도 없소.
만약 아가씨가 날 마음에 들어 한다면,
주유도 도부수를 동원할 필요가 있겠소 ?
응 ?"
"황숙,
공근이 어떤 인물인지 아직 모르십니까 ?
이미 계산에 넣었을 겁니다.
지금 황숙의 안위는 아가씨께 달렸습니다.
허나 아가씨 나이는 열여덞인데, 황숙은 쉰이 넘으셨습니다.
이치에 따르면,
승산은 희박합니다.
아가씨께서 고개를 흔든다 하면,
황숙께서는 형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셔도 못 갈 겁니다."
"자경, 이쯤 해 두시오.
설사, 아주 희박한 승산이라도 한번 시험해 봐야겠소."
유비가 이렇게 말해 버리니,
노숙은 달리 할 말이 없었다.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가며 혼자 중얼거렸다.
(허 ! 그의 의도가,
말 대로 손유간의 전쟁을 피하겠다는 것이 진심인지,
아니면 꽃다운 처녀에게 새장가를 들고 싶다는 것인지 ? ...
도통, 알 수가 없구나 ! 쯔,쯧..)
한편, 이시각 손권은 태부인의 거실로 찾아갔다.
그곳에서 모태후는 자신의 부군(夫君)이자 손권의 아버지인 손견 장군의 위패 앞에 앉아 있었다.
손권이 모태후에게 따듯한 음성으로 말한다.
"어머니,
저녁을 안 드셨다고 하기에,
죽을 좀 끓여오라고 했습니다."
"오, 늦었는데,
아직 안 자고 있었냐 ? "
"네,
잠이 안옵니다."
"상향이 네 말을 듣지 않을까 걱정이 되서 ,
잠이 안 오는게야 ?"
"네...
유비를 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쉰이 넘은 사람입니다.
그동안 처지가 어려워 천하를 떠돌았으니,
고달픈 인생으로 인해,
생긴 모습이 자신이 지내온 풍파를 겪은 것 처럼 고단하고 피폐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상향이 겉으로만 보고,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차 였습니다.
허나, 어쩔 수가 없지요.
일이 이쯤에 이르렀으니 상향이 싫다고 하면 다른 방법이 없겠지요."
"음..
내 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우리 손씨의 후예들은 모두 영웅이야,
영웅이 어찌 영웅을 싫어 하겠니,
너는 큰일을 할 사람이니,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편히 잘 수 있어야 해. 어서 가서 자거라. "
모태후의 말은 더 없이 따듯하였다.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어머니도 일찍 쉬십시오."
"그래."
아들을 떠나 보낸 모태후는
아들에겐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걱정이 가시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
부군, 손견의 위패에 합장해 절을 하며,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한편,
또 다른 영웅 유비도 내일의 감로사 선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태연한 척 하며 잠자리에 누워 눈을 깜박이며 뒤척이고 있었다.
문 밖에선 조운과 손건이 안의 동태를 살피며 말한다.
"주공께서는 제가 처음 뵌 날부터 지금까지
항상 이렇게 만사 열 일이 복잡다단 하였어도 항상 편안하게 주무셨습니다.
그러니 우리 주공께서는 하늘이 내린 분이 틀림없습니다."
"쉿 ~ !"
조운이 손건에게 조용이 할 것을 표시해 보였고,
손건은 조용히 자기 숙소로 물러갔다.
유비도 내일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비는 밖이 조용해 지자,
노숙이 다녀가며 한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공근이 감로사에 함정을 파놨습니다.
내일 선보는 자리에서 아가씨께서 황숙께 안가겠다고 하면,
감로사에 매복해 놓은 삼백 명의 도부수들이, 황숙을 절대 살려보내지 않을 겁니다> ...
이러니..과연,
어떤 사람이 내일의 죽을을 앞둔 이 밤,
잠이 오겠는가 ?
허니, 망연자실...
잠이 안 오기는 유비도 마찬가지였던 것이었다.
223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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