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신의 화타(神醫 華陀)

오토산 2021. 12. 28. 08:16

삼국지(三國志) (290)
신의 화타(神醫 華陀)

조조의 팔만에 이르는 지원군을 중구천에서 몰살시킨 관우는

군사를 번성으로 돌려 농성중인 조인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무렵에 번성을 수비하고 있는 조인은 양식이 떨어져가서

군사들이 끼니를 줄여 먹이는 등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사정이 급박해지니 어느 장수가 조인을 보고 말한다.

 

"이대로 버티다가는 모두 굶어 죽을 판이니

밤중에 성을 비우고 일단 후방으로 퇴진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조인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장군 만총(將軍 滿寵)이 즉각 반대한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면 얼마나 가겠소.
앞으로 넉넉잡고 보름만 지나면 물이 빠질 것이니 그대로 버팁시다.
성은 한번 버리고 나면 다시 되찾기는 어려운 법이오."
조인도 그제서야 깨달은 바가 있어 장수들을 돌아보며,

 

"만총의 말이 지당하네 !
그의 말대로 우리는 최후까지 번성을 지키며

생사의 운명을 같이하세 !"하고,

외치었다.

 

과연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자 장마는 그치고 주위에 가득한 물도 빠지기 시작하였다.
조인은 성을 새롭게 정비하도록 시키고 동시에 많은 궁노수들을

성 위에 배치시켜 적의 내습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번성을 공격할 마음을 굳힌 관우는 마량을 불러,

의견을 묻지 아니하고, 일거에  번성을 공격할 계획을 밝힌다.

 

"마량은 들어라."

"예 !"

 

"각 군은 중구천 승리의 여세를 몰아,

번성을 공격한다 ! "

 

관우의 의지는 단호하였다.

그러자 마량이 한발 앞으로 다가서며,

"군후(君侯) !
한 가지만 말씀드려도 될른지요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하라 !"

 

"아군은 출정한 이후에 연속해 보름을 싸웠습니다.
이제는 힘을 충진할 때입니다."

 

"음 ?"

 

"잠시 쉬었다 싸우시죠."

 

"무슨 소린가 ?
우리 관우군은 단단한 바윗돌 같은 강군(强軍)이야 !
싸울 수록 힘이 넘치지 !
승기를 잡았으니 여세를 몰아

번성은 물론이고 허도(許都)에 이르기까지 장구대진(長驅大進)하여

조조를 깨끗이 함몰시킬 생각이니, 그리 알라 !"

"우금이 패했지만 조조가 언제 또 원군을 추가로 보낼지는 모릅니다.
더구나 번성의 조인은 전투에 능합니다.

아군은 계속된 전투에 지쳤고,

성 밑에는 수습하지 못한 아군의 시신이 널렸습니다."

 

"그건 내가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네 !
내가 직접 나서면 병사들의 사기도 오를꺼야 !

서둘러야 돼,

우리가 번성을 앞서 취한다면 조조도 출병을 못해 !"

 

관우의 고집은

<왕고집, 똥고집, 황소고집>이었다.
관우의 말을 듣고 난감해진 마량이 잠시 서성이다가,

 

"그 외에도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전 군을 동원해 번성을 치러 가는 동안,

동오에서 형주를 공격하러 나오면 어쩝니까 ? "

 

"흥 ! 그땐 그때지,

내가 우금의 팔만 병사를 몰살 시킨 소식이 동오에 들어갔을 것이니,

손권이 나의 지략과 용기에 감히 형주를 범접할 생각을 못할 것이야 ! "

 

"군후의 용맹은 천하무적입니다.

그래도.. 걱정은 정말로 손권이 형주를 급습한다면 어떡합니까 ?"

 

마량은 참모답게 어디까지나 여러모의 방비를 두루 해두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관우는 마량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아서며,

"그럼 좋지 !

놈이 온다면 나도 가고,
놈이 형주를 공격한다면 나 역시도 동오를 공격해 들어가 손권을 사로잡겠다 !"
이렇게 자기 말에 흥분한 관우가 팔을 휘두르다가 갑자기,

"어, 엇 !"하고,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방덕이 쏜 화살에 맞은 왼팔에 통증이 몰려왔던 것이다. 
그순간 관우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버님 !"
관평과 마량이 관우를 부축하였다.

 

"아 !...."

 

"왜 그러십니까 ?"

 

"내 팔이 ..."
마량이 걱정하며 관우의 팔을 걷어보았다. 

"엇 !"
관우의 팔을 걷어 본 관평과 마량이 깜짝 놀랐다.

"아버님, 큰일입니다.

화살에 독이 있었습니다 !"
상처를 살펴 본 관평이 울상이 되어 말한다. 

 

"군후,

상처가 보랏빛인 걸로 봐서는 벌서 독이 퍼진 것 같습니다."
상처를 살펴 본 마량이 이렇게 말하자 관우는 방덕의 탓만을 한다.

 

"방덕 이놈 !...

단 칼에 죽일 것이 아니라 갈갈이 찢어 죽였어야 할 것을 !..." 

 

"군후, 고정하십시오.

화가 오르면 상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아무래도...

형주로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 !

번성 함락을 앞두고 나의 사소한 부상으로 대사를 그릇 칠 수는 없네 ! "

 

"아버님, 선생 말씀이 옳습니다.
형주에서 요양하고 계시면 번성 함락은 제가 하겠습니다."

 

"이미 결정했으니 번복하지 않겠다.
감히 철수를 논하는 자가 있으면 군법으로 다스리겠다 !"
               
고래의 힘줄보다 강하고 질긴 관우의 옹고집에

기가 질린 두 사람은 관우를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왔다.

"아버님 고집이 정말 심하십니다.
이젠 나이도 연로하신 데다가 몸도 예전같지 않으신데 말입니다.
저런 중상을 입으시고도 출정을 하시려고 하니, 정말 걱정입니다.

 

뜻 밖에 변고가 생기면

어찌 백부님(유비를 칭함)을 뵙옵니까 ? "

"관장군 , 너무 걱정마시오.

어제 누가 양양으로 가는 길에 화타(華陀) 선생을 봤다고 하는데,

그의 의술은 입신의 경지라 하오.
불치 병도 그의 손을 거치고 나면 곧바로 낫는다고 하니 말이오."

 

"그럼, 그 분이 전설로 전해지는
화신성(華神聖)입니까 ?"

 

"그렇소.

전에 한 번 만난적이 있었소. 
장군, 내가 직접 선생을 모셔오도록 하겠소."

 

"아뇨, 선생 !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관평은 마량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말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관평은 그 길로 양양으로 말을 달려가

화타의 행방을 수소문하여 마침내 그를 만났다.

 

"선생이 동오의 대장 주태(周泰) 장군의 상처를 고쳐드린

명의(名醫)이십니까?"

 

"그렇소,

나는 강동(江東) 사람으로 화타(華陀)라는 의원(醫員)이오.
자(字)는 원화(元化)라 하오.
주태의 전창을 고쳐준 의원도 바로 나였소. 
관운장이 독전(毒箭)으로 고생한다구요 ?"

관평은 화타 선생을 만나자 마자,

전창(箭瘡:화살로 인한 부상)을 당한 부친의 상태를 먼저 말한 바가 있었다.

 

"제 부친께서는 촉국의 총대장이시고

선생은 오국의 의원이신데 치료가 가능할런지요 ?"

 

"허어 !... 젊은이.

모르는 소리 그만하오.

자고로 군사에는 국경이 있고 적이 있지만 의(醫)에는 국경이 없소.
오직 인(仁)만이 있을 뿐이오."

 

관평은 자신의 우매(愚昧)함을 부끄럽게 여기며

곧 화타를 장중으로 모셔왔다. 

때마침 관운장은 상처의 고통을 잊기 위해 마량(馬良)을 불러 바둑을 두고 있었다.

독기가 전신에 퍼져 열이 부쩍 오르고 상처가 쿡쿡 쑤셔서 아픔이 뼈에까지 사무쳐으나

관운장은 남이 보기에 아무런 일도 없는 듯 태연자약하게 바둑만 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관평이 옆에 와 공손히 아뢰었다.

 

"아버님 !

동오의 화타라는 명의를 모셔왔습니다.
상처를 한번 보여드리시지요."

 

"음... 그래 ?...

가만 있자,
이번에는 어떡해야 저 말을 잡을 수가 있을까 ?..."

 

관우는 바둑판 만을 보면서 왼 팔을 내밀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관우가 내민 왼팔을 손수 걷고 상처를 살핀 화타가,

 

"활촉에 발라져 있는 오두(烏頭)라는 독이 뼈에까지 침투되어서

속히 고치지 않으시면 팔을 못 쓰시게 되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음 ...

지금 고치실 수 있겠단 말씀이오 ?"
관우는 바둑판에서 눈을 떼지 아니하고 물었다.

 

"고칠 수는 있으나

군후(君侯)께서 겁을 내실까 두렵습니다."
그 말을 듣고 관운장이 크게 웃는다.

 

"하하하하 !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내가 어찌 의원의 치료에 겁을 내겠소 ?"

 

"군후께서

제가 하는 치료법을 들으신 후에

결정하시면 어떻겠소 ?"

 

"말씀해 보시오."

"먼저 깨끗한 곳에 튼튼한 기둥을 묻고,

그 기둥에 고리를 달아 엮어,

군후의 온 몸을 밧줄로 기둥에 묶을 것이오. 
그리고 천으로 군후의 얼굴을 가려서 ..."

 

"내 얼굴은 왜 가리는 것이오 ?"

 

"독에 썩은 살을 도려내고 독이 침투한 뼈를 깎아내자면

환자를 움직이지 않게 기둥에 비끄러매야 하기 때문이오."

 

"흠 !

그걸 봐야 뭐 하겠소 ?
바둑이나 봐야지.
이번 판이 아직 끝나지 않았소.
그냥 여기서 치료해 주시오."

"예리한 칼로 환부의 피부를 가르고 뼈에 이를 것이오.
그리고 칼날로 뼛속에 독을 긁어내어 약을 바르고

바늘과 실을 이용하여 봉합을 한 뒤에

약을 쓰면 아무 탈도 없이 완쾌될 것이오."

 

"뭐가 그리 번거롭소 ?
난 바둑이나 둘 테니, 알아서 치료하시오.
자, 어서 시작하시오."

 

이렇게 말한 관우는 자기 차례의 바둑돌을 놓는 것이었다. 
관우의 이런 말을 들은 화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음 !...

그렇다면, 관평 장군 !"

 

"예 !"

 

"대야를 가져와 피를 받으시오."하고,

말하였다. 

드디어 화타의 집도가 시작되었다.
환부를 찢고 상처의 독을 도려낼 칼이 불에 달궈지고 천에 닦여졌다.
집도에 앞서 화타가 관우에게 당부한다.

"놀라지 마시오."

 

"계상,(마량의 字) 자네 차례일쎄 !"

 

바둑을 두면서 화타와 관운장 두 사람 간의 놀라운 대화를

함께 듣고있던 마량이 자기가 둘 차례를 잊고 있자 관우가 재촉했다.

"엇 ?"

 

마량은 관우의 재촉을 받고서야 돌을 놓았다. 
이렇게 관운장은 화타에게 팔을 맡긴채 태연히 바둑을 두기 시작하였다.
화타는 어쩔 수 없어 그대로 수술을 시작하였다.

썩은 살을 도려내니

검붉은 피가 은반(銀盤)에 몇번이고 흘러넘친다.

살을 도리고 도려낸 뒤에 이번에는 예리한 칼로 썪은 뼈를 깎아 내기 시작하였다. 
<아드득 아드득> 뼈를 깎아내는 소리는 소름을 끼쳤다. 

이것을 지켜보는 관평이

너무도 끔찍스런 모습을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화타는 비지땀을 흘려가며 수술에 열중하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관운장은 아무런 일도 없는 듯

태연히 외면하고 앉아서 마량과 더불어 바둑만 두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에 바둑의 상대인 마량이 얼이 빠져 자기가 둘 차례가 돌아온 것을

다시 잊고 있었다.

"계상, 술 내기 아니었던가 ?

자네가 지면 벌주도 한잔 마셔야 하네."

 

그러나 마량은 화타의 수술하는 모습에

그만 얼이 빠져서 관우가 하는 말도 듣는둥 마는둥 하였다.
관우가 한 마디 더한다.

 

"계상, 자네 차례라니까."

 

마량은 그제서야 바둑 돌을 놓았는데,

정신없이 포석과는 전혀 다른 곳에 놓았다.

"군후 ?

끝났습니다."

 

실과 바늘로 수술한 부위의 봉합을 마치고 붕대를 감은 화타가 말한다.
그러자 담담한 표정의 관우가 그제서야 화타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관운장에게 당부한다. 

 

"이제,

수술한 팔은 사흘 동안은 쓰지말아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관우가 수술받은 팔을 <빙빙>돌려본다.

"어, 엇 ?..."

 

화타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서

수술광경을 처음부터 지켜 본 마량과 관평이 깜짝 놀란다. 
이들의 놀람을 무시하고 주먹을 불끈 쥐어본 관우가, 

"좋아 !

이제 내 팔을 자유롭게 다시 쓸 수가 있겠구만 !"하고,

만족스러운 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미소를 머금고 화타를 향해 입을 연다

 

"선생 !

과연 신의(神醫)이시오 ! "
화타가 관우장 앞에 무릅을 꿇으며,

 

"제 의원 평생 군후같은 환자는 처음뵙소.

정녕 천신같은 분이시오 !"하고,

말하며 관운장을 향하여 존경의 표시로 반절을 해보였다. 

"하하하하 !...."

수술이 끝난 뒤 화타가 관운장의 군막 밖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마량이 다가와 허리를 깊숙히 굽혀 절을 한다.

"선생,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오."

 

"관 장군께 상처가 중(重)하니,

형주로 돌아가서 요양하라 권해주십시오."

 

"왜,

직접 말씀드리지 않소이까 ?"

 

"제 말은 안 듣습니다."

 

"음 ! 그럼,

내 말을 들을 것같소 ?"
그러자 마량이 다시 한번 화타를 향해 깊숙히 절을 하며,

 

"부탁드립니다."하고,

말하였다. 

"허 !... 좋소.

한번 해 보겠소."

 

"아, 고맙습니다."

마량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화타가 관우의 군막 안으로 들어간다. 
관우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화타를 맞으며,

 

"선생,

부탁이 하나 있소."하고 말한다.

그러자 화타는,

 

"말씀하시지요."하고

응대하였다.

 

"영내에 선생이 계시면

전쟁중에 사상을 당한 병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가 있을 겁니다.
부탁을 드리건데,

선생께서 남아 주신다면 우리 모두가 선생을 국사(國師)로 모시겠습니다."

"군후의 말은 고맙지만,

평생을 야인(野人)으로 떠돌다보니 얽매이는 것을 못 견딥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는데, 전쟁의 상처는 치료하기가 싫습니다.

 

전장의 병사들을 치료한다면 전쟁이 많아질 것이 아니겠소 ?
의원의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보잘 것없는 재능을

수많은 백성들의 치료에 쓰고싶소.
내가 군영에 남으면 백성들은 어찌 되겠소 ?"

"선생의 뜻에 탄복하는 바입니다."
관우가 화타를 향해 예를 표해 보였다. 

 

"평아 !"
관우가 이렇게 말한 뒤에 아들을 불렀다.

"선생,

이 황금 백 냥은 감사의 뜻입니다."

 

관운장은 관평이 들고 온 황금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그러자 화타는,

 

"이건 받을 수 없고,

다른 청이 하나 있소."하고,

말한다.

 

"아, 예 !

말씀하시지요."

"군후의 상처는 치료했으나 관리가 필요하오.

화(禍)를 다스린 상태에서 적어도 백 일은 지나야만, 완치될 수가 있소.

허니, 군후께서는 이 전쟁터를 떠나, 형주에서 요양하시오." 

"아뇨 ! 백일 안에...

이 팔을 쓰지 않고도 번성을 함락시킬 것이오."

 

"하 !...."
화타조차 관우의 징그러운 고집에 고개를 흔들었다. 

얼마후,

관운장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자,

신의 화타(神醫 華陀)는 마량의 환송을 받으며 길을 떠나갔다.

화타는 마량에게 떠나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계상,

관 장군의 상처는 이제 완치 되었소.

허나, 그의 오만이라는 병은 상처보다 심각하여 나도 치료할 수는 없었소."

 

"고맙습니다.

말씀을 깊히 명심하겠습니다."
마량은 화타를 향해 깊숙히 허리를 굽혀 절을 하였다.
                         
291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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