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강압에 의해 쓰여지는선양 조서(禪讓 調書)

오토산 2022. 1. 15. 08:33

삼국지(三國志) (307)
강압에 의해 쓰여지는 선양 조서(禪讓 調書)

천자 유협은 조홍(曺洪), 조휴(曺休)의 득달같은 성화를 못 이기고,

태묘(太廟)를 나와, 참담한 심정으로 장락궁(長樂宮)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장락궁 계단을 오르기에 앞서,

뒤로 돌아 조홍과 조휴를 한번 돌아보았다.

그러자 조홍은 무엄하게도 어서 계단을 오르라는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 치켜 보였다.

 

낙심천만한 천자가 대청 안으로 들어오니,

만조 백관들이 싸늘한 시선으로 맞는 것이었다. 
이미 이곳에는 신왕 조비(曺丕)가 들어와서 

도참(圖讖)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허나 그는 천자가 입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은 채 그대로 있었다.
천자의 거동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였다.
천자가 단상에 오르자 허락도 없이 앞으로 불쑥 나선 화흠(華歆)이

불쑥 입을 열었다.

"조상님들께는 이제 아뢰셨는지요 ? 
결단은 내리셨습니까 ? "

 

천자가 뒤로 돌아서며 날카로운 눈으로 화흠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곧 측은한 시선으로 좌중의 대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경들은 한실의 녹을 먹었고,

한실에 공신인 자손들도 많을 텐데...

어찌... 어찌, 신하의 도리를 저버릴 수 있는가 ?"
그러나 화흡이 말을 자르고 나선다.

 

"폐하,

저희들이 선양을 권하는 것은 바로,

사직에 대한 충심 때문입니다.

 

솔직이 선왕이 살아계실 때에도

신들이 선왕을 황제로 옹립코자 했으나,

애석하게도 일찍 붕어하신지라, 원을 못 이뤘습니다.
이제 신왕이 왕위를 계승하셨으나 여전히 거절하십니다.

 

허나 신들은 직언(直言)으로써

신왕께 참수를 당하더라도 반드시 신왕을 즉위시킬 겁니다 !

허니, 폐하께서 선양하지 않으신다면 큰 화가 일어날겁니다."
화음의 말은 위협적인 언사였다.

"감히 짐을 죽이겠다구 ? "

"흥 !

폐하가 혼군이란 것은 천하가 다아는 사실입니다.
만일 신왕이 곁에 계시지 않는다면

살해 위협을 무수히 당할 것 입니다 !"
화흠은 천자를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말하였다.

"아 !...

위왕 ?
일이 이리되었는데 생각이 어떠하오 ?"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아니하고

도참만을 들여다 보고 있는 조비에게 물었다.

대신들과의 궁색한 말씨름에 진절머리가 났던 것이었다.
조비는 천자의 요구를 받자,

그자리에서 일어나 황제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폐하,

조서를 기다리겠습니다."하고,

말한 뒤에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조비가 밖으로 나가버리자 조홍이 위협적인 소리를 질러댄다.

"따를지 말지, 한 마디만 하십쇼 !"

"허, 허, 허...

하하하핫 !...

대 한실이 사백 년을 이어왔는데...

오늘, 입을 여는 충신은 없구나 !

이는 모두, 짐의 과오다 !
됐다, 됐어 !... 됐어 !..."

 

천자는 실성한 사람처럼 허탈한 웃음을 웃으며

만중의 백관들에게 독백하듯 뇌까렸다.

그리고 이어서,

 

"옥새관(玉璽官)은 어딧냐 ?"하고,

물었다. 

"예 ! 폐하 ! "

 

옥새관 조필(趙弼)이 두 손으로 옥새함을 떠 받들고 황제 앞에 나타났다.
황제는 옥새함을 손으로 만지며 대신들을 돌아 보았다.

그리고 곧,

 

"넘겨줘라."하고,

힘없는 소리로 말하였다.
그러나 조필은 

 

"안 됩니다 !"하고,

부보랑(符寶郞)으로선

감히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없는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강경한 어조로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옥새를 치켜 들며 말한다.

"황제의 옥새는 하늘이 내리신 것인데,
어찌 역적들에게 넘긴단 말입니까 ?
신은 목이 떨어져도 못 넘김니다."

 

부보랑 조필은 고개를 흔들어 가면서 말하였다.

그러자 조홍이 옥새관(부보랑) 조필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다가선다.

그러면서 호통을 내지른다.

"조필 !

죽고싶은게냐 ?"

"흥 !

춘추시대에 동호가 있었다면 한실에는 이 조필이 있다 !
너희같은 역적들이 한실을 찬탈해도 역사는 찬탈 못 한다.
천고의 오명으로 손가락질 받을 것이 두렵지도 않느냐 ! "

 

옥새를 관리하는 부보랑 조필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조홍의 칼이 번쩍이며 조필의 목을 갈라버렸다.

"악 !"

 

조필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 쓰러져버렸다.
그 순간 조필의 손에서 천자의 옥새는 조홍의 손에 넘어왔다.
쓰러진 조필을 바라보며 천자가 눈물을 흘리며 뇌까리듯 외친다.

"그래,

이런 미관말직(微官末職)의 옥새관이 조정의 간신들보다 낫구나 !"
그러자 그 앞에 서있던 조홍의 칼 끝이 이번에는 천자를 위협한다.

"조서(調書)를 내리시오 !
아니면 폐하도 같은 꼴이 될거요 !"

"조서를 내리십시오 !"

 

장중의 대신들이 일제히 복창한다.
어쩔 수 없이 천자가 자기 자리로 뒷걸음을 치자,

조홍의 킬 끝이 따라온다.

힘없이 자기 자리에 앉은 천자가 명한다.

 

"여봐라...

조서를 꾸며라."

이리하여 진군(陳群)이 조서를 쓰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짐이 워낙 부덕하고 무력하여

재위 삼십이 년간 하루도 위난이 그칠 날이 없었다.
이제 위로 천상(天象)을 보고 민심(民心)을 살피니,

전왕 조조(前王 曺操)는 이미 신무(神武)의 공적을 쌓았고,
신왕 조비(新王 曺丕)에게 천운과 민심이 기운지 오래리라.

 

이에 짐은

요(堯)가 대위(大位)를 아들에게 물리지 아니하고 순(舜)에게 물린 것 처럼 

국운의 장래를 생각하여 승상 위왕에게 선위(禪位)하노니

왕은 이를 사양치 말라 !>
                                  
                                  
308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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