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다늦은 나이에 이렇게 느긋하게
한번도 오르지 않았던
경포호를 내려다보는
이곳 < 경포대 >를 오르는것이
이번 여행의 맛일지 모른다.
이곳 강릉을 오르내린지
여러번이었거늘
무엇이 분주했던지
힐끗 한번 처다보고 지나쳐가던
경포대 누마루에 올라,
느긋하게 두 다리 뻗고 앉아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경포호의 반영을 보고
또 그너머 숲지나 바다로 시선을 주면
금새 쪽빛 하늘로 마음은
가을의 저 끝을 보고있다.
못내 아쉬운 것은
보름달 뜨는 달밤이 아니어서
여섯개의 달로 뜨는 마음의 달을 보지 못하고
거나하게 경월소주에 적당히 취해
흥에 겨운 시 한수 지어보지 못하는것인데
무엇이던 다 이루면 그것이 아닐것이네.
내 오늘 이렇게
경포대 누마루에서
연등천장 처다보고 벌렁 누워도 보고
비스듬이 기둥에 등 붙히고
鏡浦 月三 의 천하장관을 마음껏 누리고
저 머언 쪽빛 하늘아래
같은 빛으로 빛나는 파도소릴 듣고 앉았으니
하~ ~ 이게 바로
아, 나, 쓰죽하는 삶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