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활동의 정도
서합(噬嗑)은 음식을 입에 넣고 씹어 먹는다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말 속에는 무자비하고 격렬한 움직임이 포함되어 있다. 딱딱한 것이든 무른 것이든, 음식은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깨어지고 으깨지고 부서진다. 이(齒)가 하는 일이 이것이다. 몸 안에서 제대로 소화시키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사정을 두어 대충 씹었다가는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병을 부르기 때문이다.
<서합(噬嗑)>은 이렇게 음식을 씹어 먹는 행위에 빗대어 죄인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설명한 장이다. 말하자면 경찰이나 검찰을 우리의 이(齒)에, 죄인들을 음식에 비유하여, 각 음식의 종류마다 씹어 먹는 방법이 어떻게 같고 다른가를 설명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합은 범죄자를 다루는 일체의 사법활동을 말한다.
죄를 다루는 사람은 우선 순수해야 한다. 사사로운 마음을 배제하고 퇴대한 공개적인 절차를 통해 죄인을 다루어야 허물이 없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죄인을 다루는 형인(刑人)은 또한 강한 소신과 의지, 신중함을 갖추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법앞에 평등한 존재이므로 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여 인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며, 급하게 죄를 확정짓지 말고 오랜 시간 치밀하게 조사한 증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무고한 사람을 벌하는 오류를 면할 수 있다.
힘 있는 사람의 비리를 다루는 형인에게는 강한 정의감이 있어야 한다. 조사과정이 복잡하고 피해나 주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의를 지키려는 의지만 있다면 끝내 뜻을 이루고 명예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비리를 눈감아 주고 부정한 방법으로 야합한다면 애써 샇은 지위와 명예까지 한꺼번에 잃어 버리게 된다.
형인은 언로를 열어 두고 여론을 청취해야 한다. 주변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귀울여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지, 어떤 사람이 민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지 항상 신경 써야 벌 줄 사람과 용서할 사람을 가름할 수 있다. 너나없이 권력과 부를 추구하는 시대에 정직하고 곧은 형인은 힘없는 민중에게 힘을 실어 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