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22장 비

오토산 2011. 12. 8. 19:47

 

 

제22장 비(賁) [ㅡ, 山火賁]  아름다움을 꿈꾸는 젊은이여

 

                          

               외면의 아름다움과 내면의 멋

 

                    봄에는 지천으로 꽃이 피어 산을 물들이고

                    여름에는 하늘을 삼킬 듯 신록이 넘실거린다.

가을에는 단풍으로 온 산이 불타고

겨울에는 눈 덮인 세상이 온통 고요하다.

 

자연이 철마다 제 몸을 꾸미듯 사람도 누구나 제 몸을 꾸민다. 

단지 마음을 꾸미지 못해 아름답지 못할 뿐이다.

 

 

 亨 小利 有攸往

其趾 舍車而徒

其須

如 濡如 永貞吉

如 皤如 白馬翰如 匪寇 婚媾

于丘園 束帛 戔戔 吝 終吉

无咎

 

  비(, 꾸밈)는  젊은의 상징이지만, 그저 작은 이로움을 얻을 뿐이다.

  꾸민 발을 보이기 위해 수레를 버리고 무리에 섞여 걷는다. 

  수염을 꾸민다.

  아름다운 외모는 부모의 은혜를 입은 것으로 잘 가꾸면 영원히 길하다.

  아름다운 백발의 군자가 갈리를 날리는 백마를 타고 혼인을 청하니

  이는 도적이 아니다. 

  집을 잘 꾸미고 살면서도 예물을 적게 하여 불평의 소리를 듣지만,

  결국은 길하다.

  자연스런 꾸밈이라야 허물이 없다. 

 

 

    

  賁 亨 小利 有攸往 (비 형 소리 유유왕)

 

  비(賁)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꾸민다는 말이다. 내적인 수양을 포괄하지만 외적인 치장과 꾸밈에 무게중심을 둔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치장과 꾸밈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그래서 亨의 시절에 통한다고 했다.

 

  실제로 젊을 때에는 누구나 외모가 큰 문젯거리리고, 외모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여드름 하나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젊은 시절의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결국은 외모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행복을 보장해 주지도 않으며,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된다.

 

  한마디로 외모가 아름다우면 좋긴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를 <주역>은 '소리(小利) 유유왕(有攸往)'이라고 표형했다.  외모는 작은 이익에 관련된 것일 뿐이라는 말이니 대사(大事)와응 관련이 없음이다.

 

  이 뻔한 이치를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너무나 소홀히 다루고 있다.  물론 외모가 뛰어나면 취직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맡은 일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는 없는 일이다.  당연히 그런 삶이 성공적인 인생이 될 확률 또한 희박하다.  또한 외모가 뛰어나면 돈을 조금 더 벌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얼마나 큰 부를 이룰 것이며, 외모를 활용해 돈을 버는 일에 맛을 들인다면 결국 무슨 직업을 갖게 되겠는가?

 

  인생의 성공과 진정한 행복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 솟아 나는 것이다.  내 외부의 다른 무엇, 예컨데 재물이나 조건이 좋은 남자, 인기 따위로부터 얻는 만족과 행복은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10년 가는 권력이 없다고 했다.  그런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마침내 더 큰 불행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고, 이를 이겨낼 내부의 힘이 없으니 오히려 더 크게 실패한 인생으로 끝을 맺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더라도 자기 안에 행복의 원천, 행복의 샘물을 파야 한다.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다.

 

 

     其趾 舍車而徒 (비기지 사거이도)  

 

  앞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것이다.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도 아니거니와 누가 말릴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주역>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좀더 구체화시켜서, 꾸미고 치장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 안달이 난 어리석은 여인의 경우에 빗대어 표현했다. 

 

  비기지(其趾)는 그(其) 발(趾)을 꾸몄다(賁)는 말이니,  외형을 치장하는 중에서도 가장 저속한 치장에 해당한다.  그렇게 꾸미고 나서는 자랑을 하고 싶은 게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내보이고 자랑할 일이 없다면 외형을 그렇게 요란하게 꾸밀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수레(車)를 버리고(舍) 무리(徒)에 섞여 걷는다고 했다.

 

  한번 상상해 보라.  비싸고 아름다운 신발을 사 신은 한 여인이 있다.  비싼 반지를 자랑하고 싶어 아프지도 않은 이마에 자주 손을 올리는 중년의 부인처럼 이 여인도 자신의 새 신발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사람들 보라고 수레를 타고 갈 곳을 걸어서 간다는 말이다.  어리석다고 흉보기 전에 그야말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다.

 

  꾸민 발을 자랑하기 위해 수레를 버리고 무리에 섞여 걸어간다는 이 구절을 어리석은 여자의 경우로 한정지어 설명한 것은,  <주역>이 여성을 낮추어 보는 경우가 많이 있고, 또한 이어질 다음 구절과의 대비를 고려한 때문이다.

 

 

     

   賁其須 (비기수) 

 

  비기수(其須)는 수염을 꾸민다는 말이다.  앞에 나오는 여인의 발을 꾸미는 행위와 대비되는 남자의 치장이다.  그런데 수염은 사람이 원하는 모양으로 자라지도 않고 인위적으로 만들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수염을 꾸민다는 말은 내면을 가꾼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외형을 꾸미는 비기지(其趾)와 내면을 가꾸는 비기수(其須)에 대해 <주역>은 吉. 凶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구절들을 고려할 때 <주역>이 권하는 꾸밈이 어떤 것인지는 분명하다.

 

 

     

   賁如 濡如 永貞吉 (비여 유여 영정길)  

 

  아름다운 외모(如)는 부모의 은혜를 입은 것(濡如)으로, 이를 잘 가꾸면 끝까지 길하다(永貞吉)는 말이다.  우선 아름다운 외모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고, 우리가 진실로 꾸미고 가꾸어야 할 것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어떤 아름다움이라는 말로도 읽을 수 있겠다. 

 

  뒤에 해석을 발전시킨다면, 인간은 누구나 이미 아름다운데 스스로 이를 알지 못하고 잘못된 아름다움만을 헛되이 추구한다는 경책으로도 읽 수 있겠다.

 

 

     如 皤如 白馬翰如 匪寇 婚媾 (비여 파여 백마한여 비구 혼구) 

 

  '아름다운(如) 백발의 군자(皤如)가 갈기를 날리는 백마를 타고(白馬翰如) 혼인을 청하니(婚媾) 이는 도적이 아니다(匪寇).'

파여(皤如)는 약간 살이 찌고 머리카락이 하얀 모습으로 소박한 아름다움, 중년의 중후한 멋을 나타낸다.  백마한여(白馬翰如)는 백마가 하얀 갈기를 날리는 모습이다.  이렇게 중후한 멋을 풍기는 군자가 되어 백마를 타고 멋들어지게 나타나야 혼인을 할 수 있는 것이지, 헛된 겉치례만 하고 나타났다가는 도적으로 오해나 받을 것이다.  아직 어리고 순진한 총각이 치장을 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다가는 도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일화는 <3장, 둔(屯)>에서 소개한 바 있다.

 

 

     

   于丘園 束帛 戔戔 吝 終吉 (비우구원 속백 전전 린 종길) 

 

  집은 잘 꾸미고 살면서도(于丘園) 예물(束帛)을 적게 하여(戔戔) 불평의 소리를 듣지만(吝), 결국은 길하다(終吉)는 말이다.  비우구원(于丘園)은 집이나 정원, 살림살이를 잘 정돈하고 꾸며 놓은 모습이고, 속백(束帛)은 결혼할 때 상대에게 주는 예물이며, 전전(戔戔)은 자곡 하찮아 보인다는 뜻이다.  이렇게 친정집의 살림살이는 잘 꾸며져 있으면서도 결혼예물이 적다면 인색하다는 소리를 듣기 쉽다.  하지만 결국은 서로 이해하니 길하다는 뜻이다.  뭔가 해석이 궁하다. 좀더 연구해야 할 대목이다.

 

 

    

   无咎 (백비 무구)

 

  자연스런 꾸밈(賁)은 허물이 없다(无咎)는 말이며, <주역>이 제시하는 최고의 꾸밈이다.  백비(賁)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 내면의 아름다움이 우러나는 자연스런 꾸밈이다.  인공적인 가식이 없고, 자연스러우며 몸과 마음이 한께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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