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35 - [땡중과 마나님의 승부] 석왕사에서 '반월행자'와 작별을 한 김삿갓은 다시 북쪽을 향해 정처없는 발길을 옮겼다. 그러면서 금강산 입석암 노승을 비롯하여 반월 행자까지 불가에 귀의하여 수도를 하는 인물은 자신과 다르게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고생을 스스로 선택한 그들의 삶은 김삿갓으로서는 따라할 수 없는 고행이 아니던가, 새삼 그들의 선택에 마음속 깊이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가는 길은 계속 산길로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김삿갓은 다리도 쉬어갈겸 노견으로 물러나 반려 행자가 헤어질때 싸준 주먹밥을 풀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만치, 몸에는 장옷을 입고 머리에는 남바위를 쓴 행세깨나 하는 양반댁 마나님 차림의 여인이 하인도 없이 산길을 바쁜 걸음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