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조열전 16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마지막 편, <여 황후와 척씨 부인>》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40) 마지막 편, 여 황후는 이팔 청춘의 꽃다운 나이로 무명 청년이었던 유방과 결혼하여 한평생을 유방과 더불어 생사 고락을 같이해 왔었다. 유방이 천하를 얻어 보려는 대야심을 품고 군사를 일으켜 전선(戰線)에서 전선으로 동분 서주하기를 장장 30여 년, 그간 여 황후는 젊은 나이로 얼마나 많은 고독과 함께 불안과 걱정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을 것인가 ? 그러나 본시 성품이 강인하기 짝이 없었던 여 황후는 남편이 대업을 성취하는 데 아낌없는 협력을 다해 온 것은 물론이고,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있어, 내조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해 왔던 것이었다. 천하만 통일하고 나면, 여 황후는 천하의 국모(國母)로서 유방과 더불어 여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한고조열전 2020.07.05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장락궁(長樂宮)의 곡성 》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 (139) 장락궁(長樂宮)의 곡성 유방은 장량이 종남산으로 들어가 버린 다음부터는 마음이 쓸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마치 마음의 지주(支柱)를 잃어 버린 것같아, 매사가 공허하고 불안하기만 하였다. 마음이 이렇게 허전하고 쓸쓸하다 보니, 건강조차 제대로 유지될 턱이 없었다. 유방은 지난 해 가을, 영포를 정벌하러 나갔다가 적장 에게 화살을 맞은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치료를 잘한 덕택에 완전히 치유(治癒)된 줄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그때의 상처가 되살아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공허한 마음조차 한 몫 하여 몸이 날로 쇠약해 지고 있었다. 몸이 불편할 때면 따뜻한 손길이 그리워 지는 법이다. 유방은 이렇듯 몸이 괴로워지자 여 황후가 있는 장락궁(長樂宮..

한고조열전 2020.07.04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종남산으로 들어간 장량 》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 (138) 종남산으로 들어간 장량 척씨 부인은 여의를 태자로 책봉하는 데 실패하고 나자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방이 먼저 죽고 나면 자기네 모자는 여 황후의 손에 그날로 죽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척씨 부인의 그러한 불안 심리를 유방이 모를 리가 없었다. 유방은 마음속으로 그에 대한 대책에 부심하다가, 어느 날은 척씨 부인에게 이렇게 물어 보았다. "예전에 내가 에 주둔했던 일이 있었는데, 한단은 경치도 수려하거니와 사람들의 인심도 순박한 곳이었다 더구나 한단은 장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어서 여의를 조왕(趙王)으로 봉해 한단으로 보냈으면 좋겠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 조왕으로 가 있으면 부귀도 마음껏 누릴 수 있으려니와, 여..

한고조열전 2020.07.03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상산 사호(商山四皓)》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37) 상산 사호(商山四皓) 유방은 영포의 반란 사건을 평정하고 나자 안도의 숨을 쉬며 진평에게 말한다. "천하를 통일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인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처음에는 육국(六國)만 평정하면 천하 통일이 절로 이루워질 줄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육국을 평정하고 나자 그때부터는 내부(內部)에서 반란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으니, 그야말로 골치가 아플 지경이구려." 진평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산모(産母)가 옥동자를 낳으려면 진통을 겪어야 하듯이 천하를 통일하는 데 그만한 고통이 어찌 없을 수 있으오리까. 그러나 지금은 모든 고난이 다 지나갔고, 이제야말로 천하가 평정되었으니 폐하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언제 어디서 누가 또다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르는데, ..

한고조열전 2020.07.02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영웅 호걸 영포의 절명 》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36) 영웅 호걸 영포의 절명 대한(大漢) 11년 10월 어느 날. 회남왕(淮南王) 영포(英布)는 문무 제신(文武諸臣)들과 함께 망강루(望江樓)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술이 취할 무렵에 양나라에서 라는 초로(初老)가 찾아와, "대왕마마 ! 양왕 팽월 장군께서 수 일 전에 역적으로 몰려 한제의 손에 무참하게 주살되셨사옵니다."하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 영포는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요 ? 팽월 장군이 역적으로 몰려 주살을 당했다고 ?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 난포는 팽월이 죽게 된 연유를 자세히 말해 주고 나서, "대왕은 한신 장군이나 팽월 장군과 함께 한제가 천하를 통일할 때의 삼대 공신(功臣)이옵니다. 그런데 한신 장군과 팽월 장..

한고조열전 2020.07.01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누명을 쓴 팽월 》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35) 누명을 쓴 팽월 진희와 한신의 모반 기도 사건을 수습하고 난 유방은, (천하의 명장이었던 한신 조차도 내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였으니, 이제는 어느 누구도 감히 모반을 생각치 못하리라.)하고 마음을 완전히 놓았다. 그리하여 어느 날은 문무 백관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연회를 벌이고 있었는데, 시종이 달려오더니, "폐하 ! 양(梁)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찾아와, 폐하께 급히 아뢸 기밀(機密)이 있다고 하옵니다." 하는 것이 아닌가 ? "양나라에서 나를 만나러 사람이 왔다고 ? 양나라라면 팽월 장군이 있는 곳이 아니냐 ?" "예 그러하옵니다." "그 사람이 무슨 일로 나를 만나러 왔다고 하더냐 ? " "자세히는 모르겠사오나, 양나라에서 모반 사건이 일어났는가 보옵니다...

한고조열전 2020.06.30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기인(奇人) 괴철 》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 (134) 기인(奇人) 괴철 곡양에 진을 치고 한제와 대치하고 있던 진희는 한신의 심복 부하인 호상이 가져온 밀서를 받아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고 한신의 조언대로 도성인 장안(舊:함양)으로 직접 쳐들어갈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은 밖으로부터 쳐들어가고, 한신이 내부에서 준동해 준다면, 한나라를 거꾸러 뜨리기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진희는 커다란 야망을 품고 군사를 막 발동시키려고 하는데, 참모 하나가 급히 달려오더니, "큰일났습니다. 한신 장군이 여 황후의 손에 주살되어, 그의 수급이 지금 적의 원문(轅門)에 높이 걸려 있다고 합니다."하고 알리는 것이 아닌가 ? "뭐야 ?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더냐 ?" 진희는 기절 초풍을 할 듯이 놀랐다...

한고조열전 2020.06.29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 《명장의 최후 》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 (133) 명장의 최후 한신은 진희가 오랑캐를 토벌하고 대주에 주저 앉아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속으로 크게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형세를 보아 자기는 내부에서 들고 일어나 유방을 일거에 거꾸러뜨리고, 천하를 대번에 장악할 꿈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진희의 소식을 듣기가 무섭게 유방은 진희의 반란을 토벌한다며 40만 대군을 몰고 친히 원정길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 한신은 비밀리에 사람을 놓아 양군(兩軍)의 대치상황을 알아 보았다. 그런데 심부를을 다녀온 사람이 알려온 바에 따르면, 진희는 곡양에 진을 치고, 유방은 한단에 진을 치고, 첨예하게 대치(對峙)중이라는 것이 아닌가 ? 한신은 그 소식을 듣고 혼자 한탄한다. (진희가 장강을 앞에 두고 한단에 진을 쳤다면 싸움에서..

한고조열전 2020.06.28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유방의 출병 》

한고조 열전(漢高祖 列傳) (132) 유방의 출병 유방은 대군을 거느리고 한단성에 도착하자, 우선 적의 실정부터 알아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성주(城主)와 관리들을 한자리에 불러 묻는다. "진희는 지금 어디에 진을 치고 있는냐 ?" 성주가 대답한다. "진희는 곡양(曲陽)에 본부를 두고 여러 곳에 진을 치고 있사옵니다." "병력은 얼마나 되며, 장수들은 몇 명이나 된다더냐 ?" "진희는 신병(新兵)들을 마구잡이로 긁어모아서 병력은 50만에 가깝고, 장수들도 유무와 초초를 비롯하여 20여 명 가량 되옵니다. 그런데 그자들의 행패가 어찌나 포악한지, 백성들이 들볶여 못살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러하니 폐하께옵서 그들을 하루속히 토벌해 주시기를 백성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휘..

한고조열전 2020.06.27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31) 진희(陳稀)의 모반

한고조 열전 (漢高祖 列傳) (131) 진희(陳稀)의 모반 유방은 묵특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고 나자, 이제야말로 태평 성대가 왔는가 싶었다. 그러나 태평 성대는 결코 쉽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옛 말에 내우 외환(內憂外患)이라더니, 대외적인 우환이 없어지니 내부적으로는 문제가 불거졌다. 유방에게는 부인이 두 사람이 있다. 처음 만난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정실 부인(正室夫人)인 여황후(呂皇后)이고, 다른 한 사람은 수수 대전에서 항우에게 참패를 하고 도망을 치다 척씨촌(戚氏村)에서 인연을 맺은 척씨 부인(戚氏夫人)이었다. 여 황후는 나이가 들어 늙고, 척씨 부인은 아직도 꽃다운 미인이었다. 따라서 유방이 여 황후보다도 척씨 부인을 더 많이 사랑했을 것은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여 황후에게는 ..

한고조열전 2020.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