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를 찾아서

안동 치암고택(조용헌 살롱)

오토산 2018. 2. 26. 23:36

 

 

 

[조용헌 살롱] [1132] 안동 치암고택 (恥巖古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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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26 03:15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주자학의 가풍은 중국 본토에서는 자취를 감췄지만 신기하게도 한국의 안동·도산 일대에만 명맥이 남아 있다. 안동 일대의 온혜(溫惠), 상계(上溪), 하계(下溪), 계남(溪南), 원촌(遠村), 의인(宜仁), 외내(烏川),내앞(川前), 하회(河回), 무실(水谷) 등이다.

소수민족이 사는 동네 같은 분위기가 있다. 여기에 수백년 된 고택들이 백 여채 남아 있다. 이 주자학 고택들은 동학, 6·25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고 산업화의 물결에도 견디어냈다. 동학, 6·25, 산업화의 풍파에 기호 지역 고택들은 풍화(風化)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안동도 '댐 수몰'에는 직격탄을 맞았다. 1975년의 안동댐과 1990년에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하회마을'급의 명문 집성촌 마을이 10여개 수몰되었다. 이게 엄청난 타격이었다. 안동댐이 건설되면서 도산면 원촌(遠村)의 수백년 된 고택들도 강제 철거를 당했다. 어디에다 하소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원촌에서 300여년간 살아오던 진성이씨(眞城李氏) 퇴계 후손 치암고택(恥巖古宅)의 이원봉(李源琫)은 정부의 강제 철거에 끝까지 저항했다. "보상금은 필요 없다. 이 조상들의 고택을 뜯어서 다른 곳에다가 그대로 이주시켜 달라. 그러기 전에는 죽어도 못 나가겠다"고 버텼다. 그래서 현재 안동시내 안막동 언덕으로 전통 한옥을 그대로 옮겼다. 당시에는 매우 드문 사례였다.

 
안막동 치암고택에 가보니 사랑채에는 '숙흥야매(夙興夜寐)' '징분질욕(懲忿窒慾)' '신독(愼獨)' '성경(誠敬)'이 붙어 있다. 안방 벽에도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이 붙어 있다. '숙흥야매'는 '항상 경(敬)을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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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라'는 내용이다. 명문가에서 아침저녁으로 외웠던 주기도문 같은 것이다.

징분질욕은 '성냄을 경계하고 욕심을 막아라'는 내용이다. 집 전체가 주자학의 가르침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시피 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경구들로 둘러싸인 집에서 성장하다 보면 유교적인 가르침이 자연히 머릿속에 세뇌가 될 것 같다. 안주인은 여헌 장현광의 종녀인 장복수(張福洙·65)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