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우매한 장방창은 권력욕에 황제 행세를 하며

오토산 2021. 2. 28. 17:37

금옥몽(속 금병매) <62>
우매한 장방창은 권력욕에 황제 행세를 하며 화국부인 품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붉은 대문에 박힌 황금 못이 수만개, 솟은 누각에 달린 비취 구슬이 수십만개
끝없는 낭하(廊下)는 후원을 싸고 돌아, 드넓은 호수까지 연 이어져 있다.
호반에는 들쭉날쭉 희한한 바윗돌, 정자에는 감미로운 화초의 향기.
호수 안의 인공섬 동글은 간악과 이어지고,
정원안의 기화요초, 냉건궁(冷乾宫)과 이어진다.

옥희궁(玉煕宫)에 처음 들어선 장방창은 호화로움에 정신을 잃고 만다.
놀란 토끼 모양 왕방울 만 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것이 황제라기 보다

시골 촌뜨기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태감(太监)이 얼른 간들어진 목소리로

"성가(圣驾)께서 납시었다!" 하고 외치자,

동시에 삼현육각(三弦六角)의 은은한 풍악이 울리며 환영의 예를 올린다.
꿈을 꾸는 듯한 장방창은 정신을 가다듬을 수록 헛 기침만 자꾸 나왔다.

연회석은 호수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낭하에 준비 되어 있었다.
건너편 등나무 아래에는 모두다 가냘프고 아리따운 여인들이

갖가지 악기를 연주 하고 있어 춤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더 놀라운 것은 대리석으로 된 탁자에는 생전 처음보는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는데

체면만 아니라면 당장 실컨 먹어 보고 싶었다.
바로 그때였다.

"화국부인 납시오!" 하는 소리와 함께,

사인교(四人轿) 하나가 장방창 앞으로 미끄러 지듯이 소리없이 들어왔다.
사인교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 비빈이라는 의미였다.

 

황제의 하룻밤 성은을 입은 궁녀에게는 이인교(二人轿)가 하사되고,

여러 날 밤의 성은을 입은 궁녀에게는 사인교가 하사 된다는것은 장방창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촌뜨기를 못 벗은 장방창은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는데,

벌써 가마에서 내린 화국부인은 장방창에게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는 고개숙여 예을 올리는 것이었다.

 

장방창은 어찌할지 모르며 허둥 데다가,

부인에게로 다가가 손을 잡아 일으킨다.
부인이 고개를 드는 순간 장방창은

화국부인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찔함을 느꼈다.

빠알갛게 홍조띤 얼굴 방긋 웃는 그 모습, 그림속의 미녀던가?
사뿐한 걸음걸이 휘날리는 새하얀 비단치마, 구름속의 선녀인가?
자연스러이 쓸어올린 옥비녀 꽂은 쪽머리,
화장 없이 연지바른 청초한 그 얼굴.
봉긋 솟은 젖가슴은 비파를 끌어안고,
섬섬옥수 손가락은 님의 손에 잡혀 있네...

장방창은 아직도 이씨 부인의 새하얀 섬섬옥수를 붙잡고 있었다.
이씨 부인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놓을 생각은 아니 한채

가슴이 뛰고 온몸이 저려오는 기쁨을 더 오래 가지고 싶었다.
그러나 장방창은 위엄을 갖추며 슬며기 손을 빼는데, 이씨 부인이 살짜기 손을 꼬집었다.

장방창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어쩌할 줄을 모르며,

전기에 감전된 듯 몸이 찌릿찌릿 하였다.
이씨 부인은 살짝 눈웃음을 흘리며 그의 손을 잡아 함께 자리에 앉았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연주하는 풍악속에,

이씨 부인은 강남의 명주(名酒)를 호박(琥珀)으로 만든 아름다운 복숭아 모양의 잔에 가득 부어 올리자,

일찌감치 혼이 빠진 듯 꿈속을 헤메는 장방창은 입이 귀밑까지 찌저져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이씨 부인은 섬섬옥수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자죽소(紫竹箫)를 꺼내어

붉은 입술에 살포시 되고는 관산조(关山调) 매화삼농(梅花三弄)의 가락을 연주하자

청아한 피리소리는 듣는 이의 귀를 간지롭게 한다.

 

무식한 장방창은 모든것이 신기 할 뿐 연주하는 가락이나 곡조 보다는 자신이 자죽소라면

이씨 부인의 입술에 닿아 있을 건데 라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박수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손뼉을 마주친다.
기분이 좋아진 그는 주량이 약하면서도 흥분되어 명주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오른쪽에 있던 궁녀가 과일을 입에 넣어주고,

이씨 부인이 다시 한잔을 따라주자 단숨에 마셔 버린다.
이번에는 왼쪽에 서 있던 궁녀가 안주를 집어 입에 넣어준다.
술기운이 온몸에 퍼져 나가자 발바닥의 용천혈(涌泉宂)이 쩌릿쩌릿 하고

온몸의 뼈가 녹아 내리는 듯 녹신녹신 한것이 힘이 하나도 없어진다.
뒤편에 서 있던 궁녀가 간악 동굴에서 떠온 약수를

금빛 찬란한 세수대야에 담아와 손과 이마를 닦아주자, 그제서야 정신을 바짝 차린다.

이씨 부인은 장방창이 주량이 약한 것을 눈치채고는

더 이상 이자리를 지키다가는 어떤 일이 일어 날지 몰라,

장방창에게 바람좀 쒸고서 오자며, 연회장과 조금 떨어진 정자로 데리고 갔다.

 

장기판이 놓여 있어 장방창은 나름대로 장기는 잘 뜬다는 소리를 듣는지라

다른것은 이길 자신이 없고 장기라도 이겨 체면을 세워 볼려고 이씨 부인에게 대국을 청했다.
이씨 부인은 국수(国手)소리를 들을 정도의 실력이나 체면을 살려 비겨준다.

 

대국이 끝나자 이씨 부인은

서역에서 공물로 받았다는 색갈도 선명한 포도주를 한잔 따라주고는 비파를 연주한다.
장방창은 흥분될 정도로 기분이 좋아져 한잔을 더 마시자

포도주에 무슨 성분이 들었는지 하초가 불끈 정욕의 고개를 쳐든다.

 

황제의 궁중 격식을 알 턱이 없는 장방창은

기분 가는데로 버들가지 같은 이씨 부인의 허리를 한번 안아 보려고 가만히 손을 뻗어 본다.
뜻밖에도 이씨 부인은 생긋 웃으며 몸을 살짝 피해 버리는 것이었다.
무안해진 장방창이 멍하니 보고 있자, 이씨 부인은 정자에 와 시중들던 궁녀들을 모두 물러나게 했다.

"서두르시긴!
옷부터 갈아 입으셔야죠?" 하며

장방창의 옷 끈을 잡아 당겼다.

 

장방창은 이씨 부인이 하자는 데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황제는 궁중에서 여인과 몸을 섞기 전에 그 여인이 입고있는 반팔의 속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장방창은 어리벙벙하게 서서 이씨 부인의 행동을 지켜 볼 뿐이었다.
부인은 방창의 웃옷을 다 벗기고는 방창의 품에 파고들며 자신의 비단 겉옷을 벗었다.
눈보다도 더 하얀 두어께가 눈을 부시게 한다.

 

망사 반팔 속옷도 주저함이 없이 벗어 버리자

복사꽃 같이 탐스러운 두개의 젖무덤이 방창의 눈 앞에서 흔들린다.
이씨 부인은 온 몸에 향유를 바른 듯 옷을 벗어버리자

아찔한 향내가 방창의 코끝을 마비시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황홀 하였다.

장방창은 여인의 옷을 갈아 입을 겨를도 없이 망사옷을 팽개치고는

알몸이 된 여인의 허리를 우악스럽게 껴안았다.

"아이!

서두르지 마시라니깐..."

이씨 부인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방창의 어깨를 밀면서 침상위에 포게졌다.
이씨 부인의 앵두같은 빨간 입술이 방창의 입술을 살짝 덮더니 자근자근 덮쳐문다.
방창은 그져 여인에게 몸을 맡긴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연인은 입을 목으로 가져가서는 잠시 이곳 저곳을 간지럽히고는 다시 가슴으로 향한다.
입술이 점점 더 아래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방창은 숨도 쉬지 못한채

향수로 가득찬 연못 속으로 깊게 더 깊게 빠져만 갔다.

장방창은 이제서야 왜 남자들이 기를 쓰고 황제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씨 부인의 행동으로 봐서는 자신이 이제 까지 여러 여인과 몸을 석어 받지만

욕정 해결에만 메달렸지 남여간의 사랑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었다,

오늘 에서야 남여간의 사랑의 비술을 맛보는 것이다.

 

궁중에는 방중술도 가지가지이고 비전(秘传)의 춘약(春药)도 많다더니

이씨 부인에게서 처음 궁중 실습을 받는 것이다.
이씨 부인의 입술 속 붉은 혀는 따뜻한 봄날의 강물처럼 온몸을 어루만지며

흘려가고, 옥문(玉门)에서 풍겨나는 천년설란(千年雪兰)의 향내는

방창의 정신을 혼미한 세상으로 떨어 뜨리고 있었다.

무릉도원에 빠져 있으니, 봄은 떨어진 꽃이 되어 강물따라 흘러가 버렸고.
깜깜한 동굴에 갇혀 있으니, 봄도 되기전에 길을 잃고 헤메이네.

붉은 복사꽃밭 여기저기 혜쳐보니,
꾀꼬리 우는 소리 점점 더 아득하네.
짙게 드리운 구름 날저무니 쏟아지는 빗방울,
꽃잎 깊숙히 떨어지는 이슬이 되네.

오랑캐 들은 송나라를 침략하여 황제로 부터 항복은 받았으나

장차를 대비 도군황제와 흠종 황실 가족을 인질로 금나라로 철 수 하는 바람에

궁궐안은 근왕병들이 치안을 유지 노략질을 당하지 않아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많은 금은 보화와 값나가는 보물들이 지천으로 남아 있었건만

그 귀한 것들은 손도 대지 않고 생각도 없이 금단(禁断)의 열매인

황제의 여인을 건드렸으니 장차 화근의 씨앗이 될 것이 분명했다.

 

옛말에 군사부(君师父)는 일체(一体)라 하였다.

임금의 첩이면 아비의 첩이나 다름없다는 법을,

무식한 장방창이 어찌 알겠는가?

 

미녀는 한 송이의 꽃일때는 아름다움을 향기를 발하나,

여인으로서 그의 향에 취하면 어떤 독 보다도 더 강한 효력을 나타낸다.
역사적인 사실로 보아도 여인에게 빠진 임금은 어떤 성군도 없었다.

 

춘추전국시대의 침어(沉鱼)라는 별칭을 받았던
'서시(西施)'는 오나라 왕 부차를 홀려 월나라에게 망하게 하였고,

은나라의 주왕은 미녀 '달기(妲己)'와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신하의 말 보다도 달기의 말을 듣다가 결국 반란군에 의해 나라의 주인이 바뀌었으며,

서주의 왕유 임금은 '포사(褒姒)'의 천금미소(千金买笑)에 빠져

거짖 봉하를 올리다가 견융에게 나라를 잃고 말았다.

장방창이 현명한 충신이었다면 오랑캐가 개봉을 점령하고 있을때야

백성들을 생각하여 그들이 시키는데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였다 하나,

오랑캐가 물러나고 난 후에는 맹황후에 상소를 올려 강남에 머물고 있는

조구 왕자를 모셔와야 사리에 합당한 일일 것이었다.

 

그러나 자질이 부족한 간신 장방창은 권력 욕심에만 취해 황제 흉내를 내고 있으니,

이런 간신을 길려 놓은 지난 세월의 황제나 신하나 한마디로 모두짐승만도 못하니

송나라가 오랑캐 나라에 유린당한 당연한 결과였다.

옥희궁의 연회 후 황제의 달콤한 맛 만을 보게된 장방창과 권세자를 이용해

옛 영화를 꿈꾸는 화국부인 이씨는 서로 죽이 맞아 하루가 멀다하고 색욕 채우기에 바빳다.

 

<sn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