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권정승을 욕보이다(權相示辱)(우받세/해질녁)

오토산 2015. 3. 8. 01:22

 

 

 

권 정승을 욕보이다. (權相示辱)

어느 날 안(安)정승이 길가는 스님을 불렀다.
"스님, 여쭐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옵니까?"

"나는 안(安)정승인데,
이웃의 권(權)정승이 자꾸만 농담으로
계집이 갓을 쓴 성(安)이라 놀리면서
나를 욕보이는데 이 권 정승을
어떻게 욕을 보일 방책이 없겠는지요 ?"


권정승에게는 남의 성씨를 트집잡아 놀리며
욕보이는 나쁜 습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날을 정해 권 정승을 댁으로 청해 주시지요. 
그럼 소승이 그때 나으리 댁 앞을 지나갈 테니까
소승을 불러 주시면 알아서 조처하겠습니다."
안 정승은 스님에게 이 같은 약속을 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한 그 날 스님이
안 정승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대사."
안정승이 급히 스님을 불렀다.
"예."
"이리 오시오. 우리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스님이 안정승의 사랑채에 들어가서 술을 한잔했다. 
한참 있다가 동석한 권 정승이 스님에게 물었다.

"대사, 성씨가 어떻게 되오 ?"
"예, 소승은 성이 복잡합니다.

어머니가 소승을 성태(成胎)할 적에
네 사내와 관계를 하였기에
소승의 성을 알기가 곤란하였던지라,
네 사내의 성인 이씨, 노씨, 엄씨, 최씨를
모두 끌어들여 소승의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그래, 어떻게 됐소 ?"
"말씀드리기 심히 부끄럽습니다.

이(李)씨에게서는 나무 목(木)자를 하나 따오고,
노(蘆)씨에게서는 풀 초(艸)자를 하나 따오고,

관계를 두 차례 가졌던 엄(嚴)씨에게서는
입 구(口)자 두 개를 따오고,

최(崔)씨에게서는 새 추자를 하나 따와
합쳐서 권(權)씨 성을 만들었다 하옵니다."

자신의 성씨를 욕보이는 스님의 이야기를 들은

권(權)정승은 분기가 탱천하여,
"에이, 천하 불상놈 같으니라고."
하고 스님을 욕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권 정승을 욕보인
안 정승은 속이 시원하고 후련해졌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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