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86 - [김삿갓이 몰랐던 수안댁의 집착]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김삿갓이 눈을 떠보니 날은 어느새 환히 밝아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수안댁이 보이지 않았다. "응...? 이 사람이 어딜 갔을까?" 김삿갓은 방안을 두루 살폈으나 마누라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장짓문 너머 윗방에 누군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예감이 심상치 않아, 문틈으로 윗방을 옅보다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하였다. 수안댁이 바람벽에 산신 탱화를 걸어 놓고 그 앞에 단정히 꿇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반위에 정안수와 촛불까지 밣혀 놓고 두 손을 허공에 벌렸다가 합장하며 큰 절을 올리며 입으로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중얼거리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