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조선 선조시절 '치마벗는소리'(우받세/최나팡)

오토산 2015. 1. 16. 10:20

 

 


朝鮮 宣祖 時節 치마 벗는 소리
우연히 어느 관리의 환송 잔치에 참석한 정철과 유성룡, 이항복, 심희수 그리고 이정구 등 학문과 직위가 쟁쟁한 다섯 대신들이 한창 잔을 돌리면서 흥을 돋우다가 ‘들려오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시제를 가지고 시 한 구절씩 읊어 흥을 돋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자 정철이 먼저 운을 뗐다. 淸宵朗月 樓頭遏雲聲 청소낭월 누두알운성 ………………鄭澈 맑은 밤 밝은 달빛이 누각 머리를 비추는데, 달빛을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의 소리 滿山紅樹 風前遠岫聲 만산홍수 풍전원수성 ………………沈喜壽 온 산 가득 찬 붉은 단풍에, 먼 산 동굴 앞을 스쳐서 불어 가는 바람 소리 曉窓睡餘 小槽酒滴聲 효창수여 소조주적성 ………………柳成龍 새벽 창 잠결에 들리는, 작은 통에 아내가 술을 거르는 그 즐거운 소리 山間草堂才子詠詩聲 산간초당 재자영시성 ……………..…李廷龜 산골 마을 초당에서 도련님의 시 읊는 소리 洞房良宵 佳人解裙聲 동방양소 가인해군성 ………….…李恒福 깊숙한 골방 안 그윽한 밤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벗는 소리 이 날 저녁 그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성대감의 ‘여인이 치마 벗는 소리’가 제일 압권이라고 입을 모으고 칭찬했다. 당대에 내노라 하는 대 학자요 문장가요 정사를 좌지우지할만한 정치가였지만 그들이 아무리 유학의 궤범에 얽매여 살아간다 할지라도 인간의 본성에 치열하게 다가가서는 일개 장삼이사(張三李四)나 무엇이 다를 것인가? 여기서 굳이 부인이라고 하지 않은 걸 보면 당시에는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 받는 오늘날의 탤런트나 영화배우 같은 미인을 텔레비전이나 화면을 통해서 접할 수 없었던 시절이니 어찌 보면 황진이 같은 미모와 서정과 기예를 갖춘 여인을 두고 ‘아름다운 여인’ 이라고 지칭하고 있다고 봐야 하리라. 고쟁이를 열두 벌 입어도 보일 것은 다 보인다. 라는 옛 말대로 한번 품에 안아 본 여인의 모든 것을 설사 다 알고 있다 할지라도 남자의 귀에는 이항복이 말한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된 그 여인이 밤의 어둠 속에서 한 꺼풀씩 옷을 벗어가는 모습을 사그락 대는 소리로 듣는 그 정취(情趣)는 언제나 한 없이 설레이는 꿈으로 반갑기만 하다. 음란스럽기 보다는 얼마나 그윽한 정감과 함부로 흉내 내기 어려운 멋으로 다가오는가? 예부터 ‘사내란 계집 앞에서는 나이를 타지 않는다.’ 라는 속담도 잊지 않는가? 이 저녁 그 자리에 함께한 근엄한 양반님들도 등불이 꺼진 방안에서 여인이 한 겹 엷은 속적삼의 옷깃을 풀어헤치는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보고 별 을 따야지’ 하는 생각에 절로 가슴이 더워지고 있었으리라. ‘음양에는 원래 천벌이 없는 법이다.’ 라는 사회통념이 지배하였기에 첩을 두기도 하고 기생과의 하룻밤 풋사랑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 그 여인이 누가 됐든 상관이 없는 좋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오십 대의 호남아 양반님들이 호젓한 밤의 심연을 같이 유영(遊泳)하면서 가마솥 쳐럼 끓는 밤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하고 있었으리라. 이들의 풍류와 해학과 멋 ! 정말 한 시대를 풍미하고도 남기에 족하다. 우리는 어찌해야 저들의 그림자라도 쫓아가랴...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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