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54

초한지(楚漢誌) 《왕릉 장군의 어머니.》

초한지(楚漢誌) (102) 왕릉 장군의 어머니. 초패왕 항우가 팽성에 머무르고 있는 어느 날, 첩자가 달려와 항우에게 급히 아뢴다. "폐하 ! 지금 한신이 대군을 이끌고 위나라로 쳐들어가 위왕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옵니다." 항우는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묻는다. "뭐야 ? 한신이 위나라에 가 있다고 ? 그러면 영양성은 지금 비어 있을 것이 아니냐 ?" 영양성을 쳐들어갈 기회는 바로 이때다 싶어 항우는 즉석에서 범증을 불렀다. "한신이 위나라로 원정을 갔다니, 우리는 이 기회에 영양성으로 쳐들어가 유방을 생포해 버리는 것이 어떻겠소 ?" 범증은 신중히 생각하며 대답한다. "우리가 신속히 손을 쓴다면 유방을 생포하기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옵니다. 그러나 한신은 워낙 용의 주도한 인물이기 때문에..

초한지 2020.05.30

초한지(楚漢誌) 《서위왕 위표의 정벌.》

초한지(楚漢誌) (101) 서위왕 위표의 정벌. 항우가 구사 일생으로 팽성으로 돌아와 병력을 점검해 보니, 출정 당시에는 30만이었던 군사가 지금은 20만에도 미치지 못했다. 항우는 범증을 불러 상의한다. "아부의 충고를 듣지 않고 무리하게 출정했다가 병력 손실이 너무 많아 미안하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설욕은 반드시 해야 하겠는데, 아부께서는 무슨 묘책이 없소 ?" 항우는 한신에 대한 적개심과 원한이 골수에 맺혀 있었던 것이었다. 범증은 오랫동안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들며 대답한다. "서위왕 위표가 우리를 배반하고 한왕에게 귀순을 했으나, 지난번 싸움에서 대패한 뒤에, 대장군 지위를 박탈당하고 지금은 고향에 돌아가 근신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위표는 고향에 돌아가 있으면서도 한왕에게 별도의 처벌을 받..

초한지 2020.05.29

초한지(楚漢誌)《한군(漢軍)의 대승(大勝)》

초한지(楚漢誌) (100) 한군(漢軍)의 대승(大勝) 초나라의 사신이 한신의 밀서를 가슴에 품고 팽성으로 돌아온 뒤, 항우에게 받들어 올리며 말한다. "한나라의 한신 장군이 폐하와의 구정(舊情)을 잊지 못하여, 우리한테로 귀순해 오겠다는 밀서를 보냈습니다." 항우는 그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였다. "뭐야 ? 한신이 나에게 귀순해 올 생각에서 밀서를 보냈다구 ? 한신만 귀순해 온다면 유방은 변변치 않은 장수들만 있으니, 싸움은 끝장 난 것이나 다름없구먼. 그것 참 듣던중 반가운 소릴쎄 ! " 항우가 을 이처럼 기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신이 직접 참여한 전투에서 초군이 승리해 본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항우가 기쁜 마음으로 를 즉석에서 읽어 보았는데, 그 내용은 가 아니라 이 아니런..

초한지 2020.05.28

초한지(楚漢誌) 《장량의 계략 》

초한지(楚漢誌) (99) 장량의 계략 영포가 귀순해 온 바로 그날 밤, 한왕은 장량을 불러 조용히 말한다. "우리가 영포를 귀순시키는 데 성공한 것은 오로지 선생의 덕택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에게는 걱정스러운 일이 하나 있습니다." 장량이 두 손을 읍하고 조용히 묻는다. "무슨 일이시온지 시원스럽게 말씀 하시옵소서."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한신 장군에 관한 문제요. 지난번에 팽성으로 출정할 때, 한신 장군이 그토록 만류하는 것을 내가 고집스럽게 출정을 감행했더니, 한신 장군은 그 일이 몹시 비위에 거슬렸던지, 아직까지도 나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고 있소이다. 혹시나 한신 장군이 엉뚱한 마음을 먹고 있는 것은 아닐지요 ?" 사실 한왕은 한신의 태도가 몹시 걱정스러웠다. 전공이 혁혁했던 한신을 까닭 없이 ..

초한지 2020.05.27

초한지(楚漢誌)《영포(英布)의 귀순.》

초한지(楚漢誌) (98) 영포(英布)의 귀순. 한왕의 뒤를 추격하던 대장 정공(丁公)이 한왕을 살려 보내고, 옹치와 함께 본영으로 돌아와 항우에게 거짓 보고를 올렸다. "우리 두 사람이 한왕의 거취를 백방으로 탐색하였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면목없이 돌아왔사옵니다." 그러자 항우는 발끈 화를 내며 말한다. "에이 못난 것들 같으니라구 .... 그나저나 유방이란 놈은 이번 싸움에서 워낙 타격이 커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범증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한다. "유방이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시옵니다. 그들이 이번에 패한 이유는, 아무런 지략도 갖추지 못한 위표라는 자를 총대장으로 임명한 데 있었습니다. 한신이 아직도 함양에 건재(健在)한데다가, 그들은 ..

초한지 2020.05.26

초한지(楚漢誌)《유방의 대패》

초한지(楚漢誌)97 유방의 대패(大敗) 한편 초나라 왕후(王后) 우미인은 아버지 우자기와 함께 밤도망을 쳐서 닷새 동안이나 고생을 한 끝에, 남편이 있는 제나라에 도착하였다. 그리하여 남편 항우에게 울면서 호소한다. "팽월 장군이 변절하여 팽성을 한왕에게 내주는 바람에 국가의 모든 재물과 군사들을 고스란히 한왕에게 빼앗겨 버렸습니다. 신첩은 그대로 있었다가는 큰일나겠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밤도망을 쳐왔사오니 폐하께서는 이 원한을 신속히 풀어 주시옵소서." 항우는 우미인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유방이라는 필부가 감히 팽성을 점령하였다니 말이 되는 소리냐. 내 당장 달려가 유방을 생포하리라." 항우는 용저(龍狙)와 종이매(鍾離昧) 두 장..

초한지 2020.05.25

초한지(楚漢誌)《팽성 점령.》

초한지(楚漢誌)96 팽성 점령. 장량과 한신의 만류를 무릅쓰고 한왕이 고집스럽게 대군을 발동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한왕은 한신을 대원수로 발탁한 이후로는 실전에는 거의 참여하지 아니하고, 모든 전쟁을 한신에게 일임 하였다. 그 덕택에 한왕 자신은 큰힘을 들이지 않고 영토를 놀랍도록 확장시켰고, 병력도 어느 새 60만에 이르도록 불어났다. 한신의 전공이 이처럼 혁혁해짐에 따라 그의 명성도 점점 높아가서, 때로는 한왕의 위세를 능가하는 듯이 느껴질 때도 없지 않았다. 이에 한왕은 한신을 적당히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번만은 한신을 후방에 남겨 둔 채 한왕 자신이 직접 전쟁에서의 승리를 거둠으로써, 대왕의 위신을 만천하에 떨쳐 보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장량과 한신은 한왕의 그러한 심리를 ..

초한지 2020.05.24

초한지(楚漢誌)《의제의 국장과 유방의 오판》

초한지(楚漢誌)95 의제의 국장(國葬)과 유방의 오판(誤判) 한왕이 대군을 거느리고 하남성(河南城)에 이르니, 성주 신양(申陽)이 많은 백성들과 함께 멀리까지 마중을 나왔다. 신양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이곳에는 라고 부르는 세 분의 현로(賢老)가 계시는데, 그분들이 대왕 전하를 꼭 배알하고자 하옵니다." "동공 삼로 ... ? 그분들은 어떤 노인들이오 ?" "지난날 항우가 의제(義帝)를 살해하여 시체를 강물에 던져 버렸을 때, 항우의 반역 행위에 의분(義憤)을 느끼며 의제의 시체를 자기네 손으로 직접 건져 내어 정중하게 장사를 지내 드린, 이곳의 어르신네들이옵니다." 한왕은 그 말을 듣고 눈물겹게 감동하였다. "오오, 그런 어르신네들이라면 내 어찌 만나 뵙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분들을 꼭 만나 ..

초한지 2020.05.23

초한지(楚漢誌)《진평의 귀순과 유방의 만용》

초한지(楚漢誌)94 진평의 귀순과 유방의 만용(蠻勇) 하내에서 회군한 항장과 계포가 항왕에게 회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실대로 보고하자, 항왕은 크게 노하면서 무섭게 꾸짖었다. "하내성이 함락이 되었으면 잃어버린 성을 되찾을 생각은 안하고, 그냥 돌아온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냐 ? 결국은 너희들 때문에 하내성을 적에게 고스란히 내어 준 셈이니, 그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도다." 항왕이 두 장수를 참살할 듯이 무섭게 나오므로, 이를 지켜보던 진평(陳平)이 만류하는 어조로 항왕에게 조용히 아뢴다. "두 장군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하내성은 이미 함락되어 있었다 하므로, 두 장군에게 하내성 함락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아뢰옵니다." 그러자 항우는 더욱 화를 냈다. "진평 대부는 무슨 소리를 ..

초한지 2020.05.22

초한지(楚漢誌)《하내성(河內城) 점령.》

초한지(楚漢誌)93 하내성(河內城) 점령. 항우의 손에 볼모로 잡혀 있던 부모님을 무사히 구출해 온 한왕 유방은, 이제는 초나라 항우를 마음놓고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문무 백관들을 모아 놓고 앞으로의 계획을 엄숙히 선포하였다. "우리가 함양에 입성하여 민심을 잘 수습한 덕분에, 이제는 인근 제후들 조차 우리에게 충성을 다짐해 오고 있는데, 이것은 실로 여러 문무 백관들의 공로임은 말할 것도 없소. 나는 이 기회를 이용하여 대군을 일으켜 초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오. 그러니 누구든지 거기에 대한 좋은 계략이 있거든 서슴치 말고 의견을 내 놓기 바라오." 대원수 한신이 제일 먼저 입을 열어 말한다. "지금 대왕 전하의 위세가 천하에 떨치고 있음은 사실이옵니다. 그러나 동쪽에는 은국(殷國..

초한지 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