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한지 54

초한지(楚漢誌) 《괴철의 요언(妖言)》

초한지(楚漢誌) (112) 괴철의 요언(妖言) 한신은 제나라를 점령하고 나자, 제왕의 궁전이 있는 임치(臨淄`)라는 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제나라의 궁전은 호화롭기 짝이 없었다. 궁전안에는 고루 거각(高樓巨閣)이 수없이 늘어서 있었는데, 어느 것이라도 금은 보화로 장식이 되어 있어서 바라만 보아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이처럼 호화로운 궁전에서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한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궁전을 한바퀴 돌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수행하던 괴철이 그러한 눈치를 재빠르게 알아 채고 한신에게 아뢴다. "제나라로 말하자면 오악(五岳)을 등에 지고 바다에 임해 있는 동해의 웅지(雄地)이옵니다. 원수께서는 육국을 평정하시어 무위(武威)를 떨치고 계시오니, 이제는 한왕에게 표(..

초한지 2020.06.09

초한지(楚漢誌) 《초장(楚將) 용저의 위태로운 자신감》

초한지(楚漢誌) (111) 초장(楚將) 용저의 위태로운 자신감 한신이 대군으로 제성(齊城)을 겹겹이 포위하고 맹렬한 공격을 퍼부으니, 제왕은 크게 당황하여 대장 전횡을 불러 상의한다. "한신이 맹렬하게 공격해 오고 있는데, 팽성에서는 아직도 구원병이 오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이러다가는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앉아서 망하게 되는 게 아니오 ?" 전횡이 대답한다. "우리가 앉아서 망할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오늘 중으로 구원병이 오지 않으면, 오늘 한밤중에 우리 군사들을 총동원하여 기습 작전을 감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왕은 그 말을 옳게 여겨, 전군에 긴급 동원령을 내려 전투 태세를 긴급히 갖추게 하였다. 그런데 밤이 되어 성의 망루(望樓)에서 적진을 굽어살펴 보니, 한신의 진영에는 ..

초한지 2020.06.08

초한지(楚漢誌) 《욕심이 부른 여이기 자신의 죽음( 烹殺)》

초한지(楚漢誌) (110) 욕심이 부른 여이기 자신의 죽음( 烹殺) 한신은 한왕이 성고성과 영양성을 공략하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떠난후, 제나라로 쳐들어갈 준비를 착착 진행중에 있었는데, 때마침 항우가 성고성과 영양성을 공략하기 위해 대군을 몰고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하여 한신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한왕을 구원하러 가기 위해, 성고성과 영양성의 전투 상항을 수집하면서 제나라 정벌을 차일 피일 지연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제왕 전광(齊王 田廣)은 한신이 불원간에쳐들어오리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전전 긍긍하며 불안에 싸여 있었다. 한편, 영양성에서 한왕을 모시고 있던 모사 여이기는 제왕이 공포에 떨고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 제왕을 설득시켜 자진 귀순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제나라의 70여 성을 싸우지 ..

초한지 2020.06.07

초한지(楚漢誌)《동자 구숙의 지혜》

초한지(楚漢誌) (109) 동자(童子) 구숙의 지혜 팽월이 대량성을 평정한 뒤, 외황성에 진을 치고 있노라니까, 첩자가 달려와서 놀라운 사실을 알린다. "항우가 대군을 몰고 팽성을 떠나 지금 이곳으로 쳐들어 오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그 세력이 놀라울 정도로 막강하옵니다." 팽월은 첩자의 보고를 받고 크게 불안하여 즉시 막료 회의를 열었다. "항우가 막강한 군사력으로 우리를 치려고 달려오고 있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그러자 모사 연포(戀布)가 말한다. "항우가 직접 군사를 몰고 온다면, 싸워 보았자 우리에게 불리할 것은 명백합니다. 저에게는 세 가지의 대책이 있사온데 첫 째는, 항우와 정면으로 싸우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가 북방에 있는 곡성(穀城) 땅의 창읍(昌邑)으로 피신하여 항우가 저절로 돌아가..

초한지 2020.06.06

초한지(楚漢誌)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항우.》

초한지(楚漢誌) (108)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항우. 성고성을 떠난 한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신이 점령하고 있는 조나라로 길을 재촉하였다. 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행군을 계속하기는 이만저만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지만, 도망가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고난이었다. 어느덧 고통스러운 머나먼 행군의 끝이 보였다. 그것은 한신이 주둔하고 있는 성이 지척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왕은 성을 눈앞에 둔 50리 밖에 군사들을 주둔시킨 연후에, 수십기의 호위병만을 거느리고 한신이 있는 성안으로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한신과 장이는 어젯밤 술에 대취하여 아직 일어나지도 않고 있었다. 한왕은 진중을 돌아보다가 한신의 처소 안으로 들어와 보니, 그의 책상위에는 이 들어 있는 비단 주머니가 그냥 놓여 있..

초한지 2020.06.05

초한지(楚漢誌)《 주가와 종공의 순절(殉節)》

초한지(楚漢誌) (107) 주가와 종공의 순절(殉節) 항우는 기신을 화형(火刑)에 처하고 나서 계포와 용저를 불러 명했다. "그대들은 정병 만 명을 거느리고, 유방의 뒤를 추격하여 그를 이틀 안에 사로잡아 오라. 그자는 지금 영포, 팽월 등과 함께 팽성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계포와 용저는 즉시 군사를 몰고 떠났다. 그러나 밤낮 이틀간이나 추격을 해 보았으나 유방은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하여 정촌(精村)이라는 곳에서 잠시 쉬고 있었는데, 척후병이 급히 달려와 말하는데, "한왕은 지금 성고성(成皐城)에 입성하여, 지원부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하는 것이었다. 계포는 그 말을 듣고 용저에게 말했다. "유방이 이미 성고성에 입성하였다면 우리가 추격을 해도 소용없는 일이 아니겠소 ? 그러..

초한지 2020.06.04

초한지(楚漢誌) 《기신의 순절(殉節)》

초한지(楚漢誌) (106) 기신의 순절(殉節) 항우는 범증이 결백했음을 사후(死後)에서야 깨닫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다. "아 아, 나는 장량과 진평의 반간지계에 속아서 둘도 없는 충신을 잃었구나 ! "하고 며칠 동안이나 울부짖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은 아무리 후회하여도 소용이 없었다. 항우는 여러 날 동안 비통에 잠겨 있다가 하루는 종이매를 불러 말한다. "나는 범증 아부와 함께 그대를 의심해 왔었다. 그러나 모든 의심은 이제 깨끗이 지워졌으니, 그대는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나를 도와주기 바란다. 종이매가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폐하를 섬기는 데 어찌 두 마음이 있을 수 있으오리까. 지난번에 우자기 장군이 훔쳐 온 편지는 진평과 장량이 교묘하게 조작한 였던 것이옵니다..

초한지 2020.06.03

초한지(楚漢誌)《범증(范增)의 절명(絶命)》

초한지(楚漢誌) (105) 범증(范增)의 절명(絶命) 대한(大漢) 3년 11월. 한신이 위(魏), 대주(代州), 조(趙), 연(燕)등의 네 나라를 차례로 정복함에 따라, 한왕 유방의 세력은 날로 강대해지고 있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초패왕 항우의 마음은 지극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범증이 입궐하여 항우에게 품한다. "한신이란 자가 육국을 휩쓸고 돌아가는 바람에 한왕 유방은 영양성에 가만히 앉아서도 천하를 호령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들의 세력 확장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우리에게 어떤 불상사가 닥쳐올 지 모르니, 저들의 힘이 더 커지기 전에 지금 당장 뿌리를 뽑아 버려야 할 것 같사옵니다." 항우가 즉석에서 대답한다. "그러잖아도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오. 그..

초한지 2020.06.02

초한지(楚漢誌)《 이좌거의 지혜.》

초한지(楚漢誌) (104) 이좌거의 지혜. 조(趙)나라로 진군해 온 한신은 국경 지대의 요새(要塞)인 정경성 30리 밖에 진을 치고, 대장 장이(張耳)를 불러 상의한다. "지금 정경성을 지키고 있는 광무군 이좌거(廣武君 李左車)는 지략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고 들었소. 그러니 첩자를 많이 보내어, 적의 허실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소이다. 만약 경솔하게 움직였다가 우리의 보급로를 차단당하게 되면 큰일이니 말이오." 장이가 대답한다. "지금 조왕(趙王)을 측근에서 보필하고 있는 사람은 성안군 진여(成安君 陳餘)입니다. 진여는 병법에 통달했다고는 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진여와 이좌거는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진여는 이좌거의 말을 좀처럼 들어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

초한지 2020.06.01

초한지(楚漢誌) 《대주(代州) 평정.》

초한지(楚漢誌) (103) 대주(代州) 평정. 한신은 위(魏) 나라를 깨끗이 평정하고, 위왕을 생포해 돌아와 한왕에게 승전 보고를 올렸다. 한왕은 한신의 전공을 높이 치하하며 말한다. "그동안 장군의 노고가 너무도 크시오. 위나라를 평정하느라고 너무도 고생했을 터이니, 당분간 사가(舍家)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시오." 그러나 한신은 머리를 조아리며 이렇게 대답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그러나 천하 통일의 대업을 생각하면, 신이 편히 쉴 형편이 못 되옵니다." 한왕은 그 말에 크게 감격하며 말한다. "오오, 고마운 말씀이오. 그러면 장군은 이번에는 어느 나라를 평정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말씀해 보구려." 한신은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대답한다. "위나라는 이미 평정했사오나, 그 옆에 있는 대주(代州)..

초한지 2020.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