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170

*반금련은 춘매를 만나

금옥몽(속 금병매) 반금련은 춘매를 만나 저승에서도 이승의 맛을 못잊어... 반금련은 지나가는 인귀들을 유심히 살펴보며 코가 좀 크다 싶으면 추파를 던져 유혹해 보지만 이승에서와 같은 반응들이 없다. 그때 금련의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이 있었다. "어머 저게 누구야?" 멀리서 한 요망스러운 여자 인귀가 이상한 걸음 걸이로 걸어오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얄팍한 망사 헝겁 쪼가리로 음부만 가렸을뿐 옷이라곤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었다. 초췌한 그 얼굴, 서리맞은 부용꽃이더냐! 앙상한 그 몸매, 비바람에 꺽여진 버들가지 던가? 푸르뎅뎅한 얼굴 빛, 동지섣달 그뭄에 일그러진 조각달 같아, 실혼낙백(失魂落魄)한 여인의 매끈한 나신에서는, 아직도 향긋한 여인의 내음. 눈부시리 봉긋한 하아얀 젖가슴, 둔부의 흔들림 남정..

금병매/금옥몽 2021.01.04

서문경을 동악제군에게 고소하고

금옥몽(속 금병매) *무대와 화자허는 서문경을 동악제군에게 고소하고.. 조금 떨어진 뒤로는 네 명의 미녀 귀신들이 청사초롱과 홍사초롱을 들고 음침한 저승길을 밝히며 걸어왔다. 향기로운 내음이 안개를 타고 거리에 퍼져왔다. 어디선가 은은한 생황과 피리소리가 어우러져 귀를 간지럽게 하더니 선동(仙童)들로 구성된 취적대의 행렬이 나타났다. 그들이 사라지자 적멸의 저승세계는 죽음의 침묵에 빠져들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숨막히는 정적의 시간이 흘러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금빛 찬란한 가마가 소리도 없이 나타났다. 백옥으로 만든 커다란 가마는 열 명의 건장한 장한들이 받쳐 듣고 있었다. 선남선녀들의 한가로운 부채질 사이로 태산처럼 버티고 앉은 귀골 도인풍채의 위엄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머리에 쓰고있는..

금병매/금옥몽 2021.01.02

죽음의 강 내하를 건너고

금옥몽(속 금병매) *서문경은 죽음의 강 내하를 건너고... 업보의 질풍노도 였던가, 분분히 떨어지는 가인(佳人)의 혼령. 은쟁반 구르던 옥구슬 목소리가, 화광이 충천한 연옥의 단말마(断末马)라! 섬섬옥수의 아미(蛾眉), 무슨 죄란 말인가? 비단 베개에 남은 향기, 아직도 이어지는 봄날의 단 꿈. 피안을 거부한 채, 적멸(寂滅)에서 이어지는 음욕의 악업(恶业). 욕망의 불길 이글거리는, 여기가 바로 풍류의 지옥이라네. 무대(武大)는 색부(色妇) 반금련의 간통 현장을 급습 하였으나, 서문경의 뒷발질에 걷어채인 후 비실비실 앓던 무대(武大)는 서문경과 반금련에게 독살 당하고는 지금 음계(阴界)의 왕사성(枉死城) 독고사(毒蛊司)에서 혼을 의탁하고 살고 있다. 착해 빠지기만 할 뿐 주변머리 없기는 이승에서와 다..

금병매/금옥몽 2021.01.01

서문경의 첩들은 바람이 나고

금옥몽(속 금병매) *묘에 흙이 마르기도 전에 서문경의 첩들은 바람이 나고... 그때 갑짜기 다섯째 마누라 반금련의 얼굴이 획 지나가더니 그녀의 방안 풍경이 나타났다. 침대에 누워서 원앙금침을 베고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다. 언제 봐도 요염하고 색기 흐르는 모습이지만, 억겁의 저승에서 훔쳐보는 그녀의 잠든 모습은 더욱이나 매혹적이었다. 분홍빛 망사로 된 얇은 이불이 흘러내려 백도 복숭아 같은 하이얀 어깨의 선이 송두리째 드러났다, 귀신 서문경의 가슴에도 뜨거운 열기가 후끈 달아 올랐다. 그때였다, 누군가 소리없이 문을 열고 들어 왔다. 방안이 어두 컴컴한 탓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는 서슴없이 금련이 누워있는 침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도 방안의 구조에 익숙한것을 보면 필시 한두..

금병매/금옥몽 2020.12.31

이승과의 영원한 이별 장소<망향대>

금옥몽(속 금병매) *이승과의 영원한 이별 장소 이곳 망향대(望郷台)는 대자대비하신 지장보살(地藏菩萨)께서 이제 막 저승에 온 귀신들에게 자비를 베풀, 마지막으로 이승에서 살다, 온 곳을 바라볼 수 있게 하신 성지(聖地)이니, 가엾은 중생들은 이 곳에서 두고 온 부모형제, 처자식을 마지막으로 지켜본 후, 허망한 이승의 덧없는 삶을 영원히 잊고 부디 피안의 극락세계로 이를 지어다. 그러고 보니 이곳이 바로 이승과의 영원한 이별처였다. 서문경은 이미 죽은 귀신 신세지만 괜히 코 끝이 시려오고 벌써 눈시울이 축축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있던 친구들도 고향 광경을 바라보고 통곡을 하다가, 그 광경이 사라지자 이내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한다. 허망한 이승의 세계를 대오 각성하고 피안의 극락세계에 이르..

금병매/금옥몽 2020.12.30

무대와 옥졸들이 서문경을 메타작

금옥몽(속 금병매) *무대와 옥졸들이 합세 서문경을 메타작하고.. 서문경은 머리를 푹 숙이고는 머리만 살짝 돌려 가슴 조이며 보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수문귀들의 봉쇄를 뚫고 쏜살 같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가슴이 덜컹내려 앉았다. 자세히 보니 만두 팔던 반금련의 남편 난장이 무대 였다. "저런 쪼다 같은 못난이 자식이 감히 나한테 덤벼들어, 너같은 놈 한놈 쯤이야!" 왕년에 반금련과 한창 운우(云雨)의 재미에 골몰해 있을때 녀석은 주제 파악도 못하고 기습을 해 오던 기억이 났다. 금련 배위에 올라타고 잡초 우거진 방향(芳香)의 동굴 속 깊숙이 삽신을 한 채, 뒷발질 한 번 내지르니 벌렁 나가 떨어지든 천하의 등신 아니던가! 그러나 "아이쿠! 하며 비명을 지르는 놈은 서문경 녀석 이었다. ..

금병매/금옥몽 2020.12.29

송혜련과 묘원예를 대면

금옥몽(속 금병매) *서문경은 첫 재판 전 송혜련과 묘원예를 대면하는데... 얼굴에 부딪치는 음슾한 바람. 차가운 안개마저 허공을 헤멘다. 어둠에 감싸인 음산한 자갈길. 피부를 찌르는 가시나무 덤불. 몽롱한 눈동자 초점마저 사라지고..... 형체없는 귀신의 다리건만, 한없이 무겁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전생을 후회하는 인귀들의 호곡소리는 하늘에 사무치고. 묵묵히 돌아서는 행렬 속에 흐르는 회한의 눈물, 황천길엔 인가도 드문드문. 흑수(黑水) 강가에는 귀신들만 우글데고 흐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일월성신(日月星晨)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고 이곳 황천길은 밤낮이 따로없이 언제나 어두침침한 세계다. 늘 안개낀 초겨울의 음산하고 암울한 날씨였다. 희미하게 보이던 그림자도 다가서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번뜩 누..

금병매/금옥몽 2020.12.28

이병아 남편에게 두둘겨 맞고

금옥몽(속 금병매) *서문경은 저승 첫 관문에서 친구 이병아 본 남편에게 두둘겨 맞고... 말로만 듣던 황천 길은 생각 외로 간간이 주막도 나타나고 물건파는 가게도 제법 눈에 띄었다. 또 비록 귀신(人鬼)들이 겠지만, 사람의 형상을 한 인귀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이승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서문경은 혼자 희죽이며 간땡이가 점점 커져간다. 이윽고 행렬이 멈춘 곳은 자그마한 귀신촌의 제법 큰 집이었다. 저승사자에 떠밀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가운데 높은 당상의 관모(官帽)를 쓴 텁석부리가 눈을 부릅뜨고 앉아있는데 좌우 당하에는 수많은 저승사자가 도열해 있었다. "아! 여기가 이를테면 이승의 관청과 같은 곳이렸다? 으흠! 그렇다면 내 이승적 벼슬이 제형천호(提刑千户)였으니 마땅히 관례로서 대우해 주겠지...

금병매/금옥몽 2020.12.28

저승의 망경대에서 반금련의 행실을 보고

금옥몽(속 금병매) *서문경은 저승의 망경대에서 반금련의 행실을 보고... 어허 야 어허 야, 간다 간다 떠나 간다, 어허 야 어허 야,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 야 어허 야! 초승달 같은 눈썹, 촉촉하게 유혹 스러운 앵두 같은 입술, 버들가지 같은 이팔청춘의 개미허리, 갸름하고 우수에 젖은 듯한 쌕시한 얼굴, 아무리 총명하고 아름다운 절새미인이라도 한 순간에 한줌의 재로 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더냐! 당나라 시인 장적이 아니더라도, 고금의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북망 행" 을 부르며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슬프다! 하루살이 부평초 같이 덧 없는 우리네 삶이여! 북망산에 한줌의 백골로 묻혀 흙으로 돌아가니, 이 세상에 왔다 간 흔적조차 없구나! "에라! 이 빌어먹..

금병매/금옥몽 2020.12.27

금옥몽(속 금병매)<서>

금옥몽(속 금병매) 중국문학의 소설 부문은 상대적으로 사대부와 문인들에게 경시되었으나 송대(宋代)에 들어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그 중요한 소설중 하나가 '대송선화유사(代宋宣和遗事)'이다. 이소설은 북송 말년에서 남송 초기(979년~1,279년)에 이르는 시대를 소재로 삼은 최초의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단순 나열화 하는데 그쳐 야사(野史) 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 송대를 다룬 소설은 명대(明代)에 나온 중국사대기서(中国四代奇书)의 하나인 '수호지(水浒志)이다. 수호지는 '대송선화유사' 에서 송강, 조개, 무송등을 비롯한 양산박 일백 팔 두령들을 부각 시킨 일종의 호걸소설로 현실사회에 억눌려 지내던 민중들의 울분을 호쾌하게 해소시켜주는 무협소설이다. 북송 말년의 다양..

금병매/금옥몽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