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170

생전 서문경의 죄를 값기위해 심화자로 태어나

금옥몽(속 금병매) *생전 서문경의 죄를 값기위해 심화자로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욤욕의 죄를 다 값지 못하고 경가로 다시 환생한다. 두가닥 투명한 천 몸위에 덮은 채, 긴긴밤 언제까지 일어날 줄 모른다. 오입질로 날 새우고 눈먼 돈 낚아채고, 난봉질 지나쳐서 배골되어 누웠구나. 파리떼 조문오고 여우가 짝이 되니, 무심한 세월가고 개미집이 되었도다. 심화자는 침대로 가까이가 누구신데 여기에 누워 계시나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나 그 사람은 아무 대답도 없었다. 심화자는 큰소리로 말했다. "어르신 여기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나도 좀 줘보세요?" 하고 말하며 동냥 그릇을 내 밀었다. 그러자 심화자를 데리고 온 그 사나이가 웃으며 말했다. "야, 임마! 여기가 네 집이야. 몰라보겠어? 동냥을 달라니! ..

금병매/금옥몽 2021.06.10

공동묘지에서 동냥밥을 머고 깜박 졸다가

금옥몽(속 금병매) 홀로 된 장님거지 심화자는 오리원 공동묘지에서 동냥밥을 머고 깜박 졸다가 서문경 혼령을 만난다. 까악 까악 나무위에 슬피우는 까마귀, 어이 어이 청명한 한식날 통곡하는 성묘객. 바람부는 언덕에 올라 지전(纸钱) 을 불태운다. 파릇파릇 널부러진 고목 사이로 피어나는 봄 풀. 흐드러진 배꽃 옆 백양나무 늘어선 길, 아련한 그 길 끝은 생사(生死)가 갈리는 길. 저승길 아득하니 통곡해도 대답이 없다. 추적추적 저녁비 맞으며 돌아가는 사람들... 송(宋) 소동파(蕬东坡).한식(寒食) 삶이란 한낱 꿈이다. 죽음 또한 허무하기 이를데 없다, 그러하니 구름이 흩어지는것과 같다 하지않았던가? 제 아무리 고관대작에 권세가 드높았다 한들 죽으면 그저 묘지의 묘비만 남을 뿐, 그 또한 죽은 후의 일이거늘..

금병매/금옥몽 2021.06.09

유조는 도인의 해골 이야기를 듣고 출가를 결심

금옥몽(속 금병매) 절뚝이 유조는 도인의 해골 이야기를 듣고 출가를 결심하게 된다. 절뚝이 유조(刘朝)는 신발수선을 하며 여씨댁을 장모로 모시고 함께 그럭저럭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구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마누라였던 금계가 졸지에 출가해 버렸으니, 비록 몸은 불구이지만 자신도 뭔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대각사 앞을 어슬렁대고 있는데, 문득 한쪽에 많은 사람들이 삥돌러서서 무언가 구경을 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생긴 유조는 절뚝대며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보니, 웬 기다란 수염의 도인이 가운데에서 북을 치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도인은 커다란 삿갓에 흰 도포를 입고 노란끈으로 엮은 짚신을 신고 있었다. 유조가 막 자리..

금병매/금옥몽 2021.06.08

암호랑이는 대각사에 은불 시주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금옥몽(속 금병매) 암호랑이는 대각사에 은불 시주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연정은 매옥을 도와 불가에 귀의하게 한다. 암호랑이는 화는 많이 가라 앉았지만 종내 안심할 수가 없었다. 서방놈이 돌아오면 또 언제 두 년놈이 눈이 맞아 다시 놀아날까 걱정이라, 아예 매옥을 사창굴로 팔아버리려고 뚜쟁이 손노파를 불렀다. 그런지도 모르는 손노파는 지례 겁을 먹고 달아 났던 것이다. 연정의 설득으로 용기를 내어 찾아온 손노파는 흉악하게 생긴 마님 암호랑이를 대하자, 그만 기가 팍 죽어 자신도 모르게 이마가 땅에 닿도록 연신 절을 하며 벌벌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님 , 어인 일로 쇤네를 부르셨나요?" "음, 할멈 왔는가? 우리집에 고얀 년을 하나 사왔는데, 일도 제데로 못하구 공밥만 쳐먹고 있어서 그러니, 할멈이 어..

금병매/금옥몽 2021.06.07

석녀가 된 금계는 연정이라는 법명 으로 불가에 귀의하고

금옥몽(속 금병매) 석녀가 된 금계는 연정이라는 법명 으로 불가에 귀의하고, 공씨댁은 대각사에 들렸다가, 연정 스님을 만나게 된다. 노을지는 산사에 대나무숲 깊은데 비구니 암자의 하루는 적막하기 그지없다. 문득 한가함에 속세 잡념 찾아드나, 뒤돌아 보는 꽃 한송이 부처 웃음 가득하네... 금계는 음탕함이 지나쳐서 밤낮으로 어찌하면 남정네와 질탕하게 놀아 볼까 애태우며 갈망만 하다가 진정한 쾌락은 맛도 못보고 고해의 바다에 빠져버렸다. 매옥이 년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비록 한때 합목아의 첩이되어 남정네가 무엇인지 맛은 보았으나, 겨우 사흘간의 정분으로 끝이나고 모진 고역을 당한뒤 두번 다시 서방 얼굴 구경을 못하였다 이 모든 결과는 다 그녀들이 전생에 진 죄업이니, 그때 당시 음욕에 눈이 멀고 남의 ..

금병매/금옥몽 2021.06.06

색녀 금계는 큰 병마를 치루고

금옥몽(속 금병매) *색녀 금계는 큰 병마를 치루고, 유조는 우여곡절 끝에 금계와 혼례를 올리지만... 끊임없이 솟아나는 부정(不净)한 사념(邪念)! 육신마저 부정해져 모든 죄악 걸머진다. 중생의 유혹인가? 갖은 유혹 눈이 멀고, 부질없는 뉘우침, 때는 이미 늦었구나! 입으로는 아미타불 부처님의 연꽃 찾고, 마음속의 깊은곳엔 구더기가 우글우글. 제 아무리 높이 난다 우쭐대고 뻐겨봐도, 부처님의 높은 경지, 미물이 어이 알까! 한편 여씨댁은 딸 금계가 여전히 제 정신을 못차리고 귀신에 홀린 듯 하루종일 헛소리를 하는데다가, 아랫도리에서 검은피가 줄줄 고여 나오니, 그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절뚝이 유조 놈이 관가에 고소를 하는 바람에 관아 형방 사람들이 몰려와 한바탕 난리를 치고 늦게서야 돌아갔으..

금병매/금옥몽 2021.06.04

전생의 손설아는 암호랑이로 환생

금옥몽(속 금병매) 전생의 손설아는 암호랑이로 환생,매옥에게 복수를 하고, 매옥은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 공덕을 쌓고 참회에 매진 한다. 미친듯이 채찍질을 하던 암호랑이는 숨을 안정시키며 매옥을 내려다 보니, 그 햐얗고 촉촉하던 피부는 살이 터져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래도 암호랑이는 분이 안풀린 ,듯 치렁치렁 늘어진 매옥의 머리채를 잡고는 가지고 있던 비수로 싹뚝 짤라서는 불에 태워 버렸다. "저 년을 냉큼 부엌으로 끌고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종년으로 부려먹어라!" 암호랑이가 서슬이 시퍼런 분부를 내렸다. 그냥 죽이면 분이 안 풀릴테고 실컷 고생을 하는 꼴을 봐야 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매옥은 울면서 부엌으로 끌려갔다. "그 놈의 우라질 서방은 어디 쳐박혔어? 지금 즉시 찾아 오지 못할까?" 암호..

금병매/금옥몽 2021.06.02

암호랑이 본처는 매옥의 신혼방을 덮치고

금옥몽(속 금병매) 암호랑이 본처는 매옥의 신혼방을 덮치고, 신랑 합목아는 매옥은 어찌되든 뺑소니를 쳐버렸다. 기생 오라비 합목아가 바로 그때 낭패한 꼬락서니를 말한다면, 새끼 참새가 사나운 매를 만나 허둥되 듯이, 산토끼가 늑대만나 천방지축 달아나듯. 참매에 쫒긴 꿩이 엉뎅이는 까시넝쿨 밖에 내놓고 대갈박은 넝쿨속에 쳐 박고서 숨었다고 생각하는 장끼 신세와 다를 바 없었다. 남정네가 바람을 피우는 세가지 유형이 있는데 오입장이 서방을 둔 여인네들은 잘 숙지 한다면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것이다. 첫째로는, 풍류와 글께나 좋아한다는 말을 할때는 입에 달고 다니는 문인(文人)형의 남정내로 재색(才色)을 겸비 했다는 계집이면 사족을 못쓴다, 이를 일러 "재자음(才子淫)"이라 한다. 둘째로는, 돈많은 졸부 아들..

금병매/금옥몽 2021.05.31

홀아비아닌 홀아비 합목아는 매옥과의 신혼에 빠지고

금옥몽(속 금병매) *홀아비아닌 홀아비 합목아는 매옥과의 신혼에 빠지고, 매옥은 본처에 정식 인사를 하겠다는 당찬 마음을 먹지만... 홍안의 나의 님 꽃다운 새색씨적엔. 신혼살림 얼마동안 사랑깊어 두문불출. 어느사이 시들하니 독수공방 날지새고. 홀로지는 해당화는 누구한테 탓을 할까? 내세에는 홀로 피어나리라. 들녘의 무명초(无名草) 되어, 한많은 이내 인생, 여자 몸은 이제 싫네! 남녀간의 욕정은 인간의 본성이니 사랑과 미움도 이곳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전생의 업보요 인과(因果)이거늘, 어찌 이생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는가? 전생에서 이루어진 선악(善恶)의 많고 적음에 따라 염라대왕이 다시 이생에서 그 업보를 배정해 주는 것이니 백년해로할 사람이 따로 있고, 헤어질 사람도 따로 있다..

금병매/금옥몽 2021.05.30

응가는 천벌을 받아 장님이 되고

금옥몽(속 금병매) 응가는 천벌을 받아 장님이 되고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일생을 노래하며 버럭질 하나, 전생의 서문경과의 악연을 끊지 못하고 객사한다. 응백작은 죽장 하나를 줏어들고 길을 더듬으며 정처없이 떠나간다. 어느날 길에서 나귀와 부딪쳤는데, 알고보니 옛날에 서문경네 집에 소금을 대어주던 소금장수 황사(黄四) 였다. 응가는 하늘이 도우시는 기회라 생각되어 그의 소매를 꼭 붙잡고 애원을 한다. "왜, 지난번에 자네가 서문대인 한테 빚이 이삼백냥이나 되던것도 내가 힘을 써 주어서 탕감되지 않았던가, 안그런가? 자네 장인이 살인혐의로 관에 끌려 갔을때도 내가 서문대인에게 말해 꺼내줬잖아. 이런 저런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돈 좀 꿔주게나. 자네, 소금장사로 부자가 됐다며?" 황사는 하는 수 없이 다섯냥을..

금병매/금옥몽 2021.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