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김삿갓 105

과년한 詩人 곱단이

김삿갓 46 - [과년한 詩人 곱단이] ​"원 별말씀을, 죄송합니다. 함부로 최선생의 詩를 왈가왈부 해서...!" 김삿갓은 자기의 詩를 고쳤음에도 싫은 내색을 하지않고 오히려 고마워 하는 이 선비가 더없이 마음에 들었다. ​"헌데 김선생, 내가 듣던 것 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데 成婚은 하셨는지요?" ​"예, 成婚은 했습니다만 , 선생께선 저보다 年歲가 높으신 것 같으니 말씀을 낮추시지요." "허..! 천만에요. 내가 아직은 사십이 못 되었는데, 선생같은 詩客에게 그럴수야 없지요." 하며 그 역시 겸양의 말을 했다. ​이렇듯 두 사람이 잠시 세상일을 잊고, 아름다운 단천변에 앉아 詩와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고 있었다. ​"김선생, 다 있는데 술이 없구려...!" ​"허허, 崔선생! 술은 ..

단천(端川)에서 만난 선비 崔白浩

김삿갓 45 - [단천(端川)에서 만난 선비 崔白浩] ​김삿갓은 吉州를 향해 걸었다. 여러날이 걸려 이름만 그럴듯이 좋은 길주땅에 당도하게 되었다. ​길주는 옛날부터 과객을 절대로 재우지 않기로 有名한 곳이다. 계절은 北上 할수록 마냥 아름다웠지만, 인심은 북상할 수록 북풍한설 몰아치듯이 쌀살해져 가기만 하였고, 어느 집을 찾아가도 문을 닫고 본 척도 하지 않는데는 기가 막혔다. ​마침 그는 許씨들이 모여 살고 있는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기어코 날이 저물어 하룻밤 유숙을 원했지만 영 헛수고였다. ​아무리 과객을 꺼리는 인심이라 해도, 열 집에 한 집 쯤 재워줄 만도 한데, 이렇게 고약한 동네는 처음 보는 일이었다. ​​"과연 과객의 지옥이로구나​...! " 김삿갓은 하도 인심이 야박해서 화풀이 시를 한수..

색주가 주모의 팔자고치기

김삿갓 44 - [色酒家 주모의 八字 고치기] ​"그나저나, 어쩌다 주모는 돈밖에 모르는 여자가 되었나?" ​주모의 내기 항복을 받아낸 김삿갓, 화제를 바꿔 주모에게 물었다. ​그러자 주모는 갑자기 우울한 얼굴이 되며 신세한탄을 한다. ​"나도 處女 時節에는 남들처럼 꿈도 많고, 사랑도 얼마든지 잘 알 수 있는 여자였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 사내놈들에게 하도 많이 속아서, 惡女가 되고 말았어요." ​"사내놈들에게 얼마나 속았기에 악녀가 되었다는 말인가..." ​"내가 사내놈들에게 속은 이야기는 말도 마세요. 한두번 속았다면 말도 안하겠어요. 자그마치 사내놈들에게 여섯 번이나 속았으니 악녀가 될 수 밖에 없지 뭐예요...!" ​"사내들한테 속은 事情이 매우 애석한데 이왕이면, 그얘기를 들려 줄 수 없을..

색주가(色酒家) 주모와 내기

김삿갓 42 - 43 [색주가(色酒家) 주모와 내기] 문천에서 달포를 보낸 김삿갓, 어느덧 봄날은 다 가고 여름의 초입에 들어섰다. 김삿갓은 오늘도 북상하는 계절을 등에 두고 자꾸만 북쪽을 향하여 걸어갔다. 얼마를 가다 보니, "色酒家" 라는 희안한 간판을 내 건 주막이 있었다. (색주가 ? .. 美人計를 써서 술꾼들을 많이 불러 모으려고 이러한 간판을 내걸었나 ? ) 김삿갓은 술 생각도 간절했지만 괴상 망측한 술집 이름이 궁금하여, 수중에 돈 한푼 없는 처지이나, 주막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김삿갓이 술청에 들어서자 저쪽에서 손님들과 히히덕 거리고 있던 주모가 반갑게 달려온다. "어서오세요. 손님도 소문을 듣고 우리 집에 "내기"를 하려고 오신 모양이죠 ?" 마흔을 넘어 보이는 주모는 젊은 계집처럼 얼..

소에게 맡긴 판결과 쥐구멍 사건

김삿갓 41 - [소에게 맡긴 판결과 쥐구멍 사건.] "무슨 부탁을 ...." "선생이 관북천리를 유람하시기를 단념하시고 우리 고을에 길이 머물러 주시면 저로서는 그이상 고마운 일이 없겠습니다." 김삿갓은 너털 웃음을 웃었다. "말씀인즉 고맙습니다. 허나, 역마살에 치인 기러기 같은 넋을 타고난 사람보고 한곳에만 머물러 있으라 하시는 말씀은 무리한 말씀입니다. 얼마간 술이나 더 얻어먹다가 떠나가게 해주소서." "선생 ! 문천 고을은 제가 관할하는 고을 올시다. 그러므로 선생께서 아무리 떠나시려 하여도 사또인 제가 못 떠나 가게 하면, 선생은 문천 땅을 한 걸음도 벗어나질 못 하실 것입니다. 하하하." 사또는 속마음이 담긴 농담을 하며, 어떡하든지 김삿갓을 오래 붙잡아 두고 싶어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밝혀진 死因

김삿갓 40 - [밝혀진 死因] "시체를 검증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니오? 그것이 무엇 입니까 ?" 김삿갓이 대답한다. "남편을 죽여 불에 태울 정도로 지능적인 여자라면 재판도 공개적으로 하고 시체 검증도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해야 하되, 그 전에 준비 하여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재판을 섣불리 서둘다 보면 사또께서 백성들에게 엉뚱한 원성을 듣게 됩니다." "재판을 섣불리 서두르다가 제가 백성들에게 원성을 사게 되다뇨. 그건 또 무슨 말씀 입니까 ?" "사람은 누구나 곤경에 빠진 약자를 동정하게 마련입니다. 공개된 자리에서 일반 백성들에게 납득할 증거를 보여 주지 않고, 여인을 남편을 살해하여 불에 태워버린 重罪人으로 낙인을 찍어 버리게 되면, 백성들은 오히려 죄인을 동정하..

백일장 동기와 살인사건 해결하기

김삿갓 39 - [백일장 동기와 살인사건 해결하기] "지금 대문 밖으로 사라진 사람이 혹 김삿갓이라는 선비가 아니더냐?" 그러나 좌우의 사람들은 김삿갓이 누구인지 알 턱이 없었다. "김삿갓이 어떤 사람이옵니까 ? " 사또는 더 이상 물어 볼 필요가 없다는 듯 부랴부랴 신발을 끌고 부리나케 대문 밖으로 나왔다. 자기 자신이 직접 확인해 볼 심산이었다. 그러나 사또가 대문 밖으로 나왔을 때는 김삿갓은 이미 꽤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이보시오! 날 좀 보시오." 사또는 소리를 질러 불렀다. 그러나 김삿갓은 부르는 소리를 들은둥 마는둥 뒤도 돌아다 보지 않고 마냥 휘적 휘적 걸어 가는 것이었다. (그렇다 저분은 분명 삿갓 선생이시다.) 사또는 그런 생각이 들어 체면 불구하고 헐레벌떡 김삿갓의 뒤를 쫒아갔다. ..

다시 찾은 옥관자(玉貫子)

김삿갓 38 - [다시 찾은 옥관자(玉貫子)] 김삿갓은 마당을 찾아 보다 못해 조금 떨어진 시궁창 까지 와보니, 어린아이가 잃어버린 구슬은 다행히 시궁창 언저리에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색깔이 좋은 玉貫子 인듯 싶은 매우 값진 보물로 보였다. 김삿갓이 그 구슬을 줍기 위해 그쪽으로 발길을 옮기는 순간, 때마침 시궁창에서 먹이를 찾던 오리 떼 중에 청둥오리란 놈이 썩 다가가 그 구슬을 냉큼 집어 삼켜 버리는 것이 보였다. "이크, 큰 일이군! 귀중한 보물인듯 싶은데 오리란 놈이 그만 삼켜 버렸으니, 어쩐담...!" 김삿갓이 그런 탄식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황 별감 댁 대문이 열리며 아이의 아비인 듯한 20세쯤 되어 보이는 젊은이가 부산스런 모습으로 아까 그 어린아이를 안고 나오며, "네가 가지고 놀던 옥관..

사라진 옥관자

김삿갓 37 - [사라진 옥관자] 원산을 거쳐 함흥으로 가는 길도 산길로 이어졌는데 날 또한 저물자 까마귀조차 극성스럽게 울부짖으며 자기 둥지로 돌아가고 있었다. 김삿갓은 신안 마을 입구에서 만난 동리 사람을 붙잡고 물어 보았다. "말씀 좀 물어 봅시다. 황 별감 댁이 어디오?" 김삿갓이 이곳에 이르기 전에 바로 이곳 신안 마을에 황 별감 댁은 길가는 나그네를 소홀히 내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황 별감 댁은 저기 산 밑에 있는 기와집이라오." 동리사람은 팔을 들어 가르쳐준다. 황 별감 집은 산 밑에 있는 제법 큰 기와집이었다. 김삿갓이 문앞에 이르러 주인을 부르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왔다. 첫눈에 무척 인자해 보이는 후덕한 노인이었다. 김삿갓은 인사를 정중히 올리고 나서,..

방중개존물 선생내불알

김삿갓 36 - [房重皆尊物 先生來不謁] 원산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김삿갓은 하루에 육십리를 걸어야겠다고 작정을 했는데 막상 길을 나서고 보니 그리 되지가 않았다. 하긴 바쁜 걸음도 아니었다. 길을 가다가 힘들거나 고달프면 아무 곳이나 앉아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어둠이 내릴 즈음 아무집이나 들려 하룻밤 묵을 것을 청하면 그만이었다. ​ 이렇듯 여러날을 걸어가던 김삿갓은 오늘은 어쩐지 걷기가 도무지 귀찮아 한 마을로 썩 들어섰다. 때는 오후였다. 봄도 저물어 제법 더워지기 시작하는 오후의 햇살은 먼 길을 가는 나그네의 몸을 무척이나 나른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이쯤에서 쉬어 갈 곳을 찾아야 하겠군." 가진 돈이 있다면 주막으로 가 술이나 한잔하고 그곳에서 묵으면 될 것이나 우선은 가진 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