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427

관운장의 사후(死後) <상편>

삼국지(三國志) (297) 관운장의 사후(死後) 손권이 허창의 조조에게 보낸 예물이 도착하였다. 정욱이 예물 보따리를 한 장수에게 들려서 조조를 알현한다. "전하, 전하 ? .." 정욱이 들어올 때부터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앉아있던 조조는 정욱이 두번 씩이나 부르자 그때서야, "무슨 일인가 ?"하고, 고개를 숙인 채로 대꾸한다. 조조는 이즈음 때때로 지병인 두풍(頭風)으로 시달리는 데다가, 반평생에 이르도록 각종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느라고 심신이 늙고 지친데다가 근자에 들어서 여기저기 잔병치례를 하는 터인지라, 지금같이 추풍(秋風)이 산란한 계절이 되자, 더욱 생활의 활력을 잃어가는 터였다. "동오의 손권이 전하께 예물을 보내왔습니다. 예순 다섯 번째 생신이라고 말입니다." "동오의 손권이 나에게 예물을..

삼국지 2022.01.05

여몽의 사사(賜死)

삼국지(三國志) (296) 여몽의 사사(賜死) 형주를 탈환하고 관우조차 스스로 자진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여몽이 보무도 당당히 건업으로 돌아와 손권에게 승전을 보고하기 위해 궁성으로 향했다. 궁성 앞에는 승전장(勝戰將) 여몽을 환영하기 위해 손권이 백관을 거느리고 나와 있었다. "여몽이 주공께 승전보고를 올리옵니다 !" 여몽이 손권의 앞에 한쪽 무릅을 꿇어 앉으며 머리를 조아렸다. 손권이 입을 열어 말한다. "대도독 ! 형주를 탈환하고 관우를 죽인 공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오. 해서, 그대를 정서장군(征西將軍)에 봉해 달라고 천자께 상소를 올렸소." "감사하옵니다 !" "일어나시오." 여몽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권에게 다시 아뢴다. "주공께 바칠 것이 있사옵니다." "무엇이오 ?" 여몽이 손짓하자 수행..

삼국지 2022.01.04

외로운 성에 지는 해(관운장의 죽음, 가설)

삼국지(三國志) (295) 외로운 성에 지는 해(관운장의 죽음, 가설) 번성을 지척에 두고 세웠던 관우의 군영이 서황군에 의해 무너지자 황급히 몸을 피한 관우가 밤새 말을 달려 추격대를 따돌리고 위급함은 면하였으나, 형주를 잃었다는 충격에 관우는 밤새 피하는 중에도 몹시 괴로워 하였다. 그리하여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어느덧 그의 머리와 긴 수염은 밤새, 하얗게 그 빛을 세어 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장군 ! 상장군 !" 멀리서 한 떼의 군사를 몰고 나타난 사람은 주창이었다. "왔나 ? 관평은 ?" 관우는 주창이 다가오자 아들의 안위도 함께 물었다. "곧 올 겁니다." 관우가 그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조조군은 어디까지 왔나 ?" "함성만 질러 댈 뿐, 천천히 오고 있습니다." "무슨 수작을 부..

삼국지 2022.01.03

외로운 성에 지는 해(관운장의 죽음, 정설)

삼국지(三國志) (294) 외로운 성에 지는 해(관운장의 죽음, 정설) * 붙임글. 삼국지 초편 서문에 밝힌 것처럼, 삼국지는 전해오는 실록(實錄)이 없습니다. 따라서 쓰는 사람에 따라 사건의 전개와 등장 인물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 입니다. 어차피 오늘 이후로 누가 다시 쓰더라도 삼국지는 픽션(fiction)이 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삼국지를 읽은 뒤에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한 편, 한편 모두가 소중한 명장면 이지만, 그래도 개개인은 후일 삼국지를 기억하거나 삼국지를 바탕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는 중요한 대목에서 설명은 물론이고, 주장할 수있는 명장면은 몇 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소주병이 연재한 삼국지의 명장..

삼국지 2022.01.02

관운장의 패전 (하편)

삼국지(三國志) (293) 관운장의 패전 (하편) 이 시간, 서황이 이끄는 정예병은 이미 관우의 군막 밖에 까지 이르렀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관우가 앞장서 군막을 빠져 나오자, 마침 말을 타고 달려오는 적장 서황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관우를 잡아라 ! 관우의 머리를 베어오는 자에게는 상을 내린다 !" 그러자 관우가 서황을 발견하고 오른 손으로 잡고있던 청룡언월도를 곧추 세우며, "서황 ?"하고, 불렀다. 그리고 서황이 말을 멈추고 관우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날 찾았느냐 ?"하고, 당당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면서, "네 놈은 한 손으로도 상대할 수 있다. 말에서 내려라 !"하고, 호령했다. 그러나 서황은 말을 탄 채로 관우를 향해 , "이랴 !"하고 달려들며, 창을 날렸다. "조심하십시오 !..

삼국지 2021.12.31

관운장의 패전 (상편)

삼국지(三國志) (292) 관운장의 패전 (상편) 한편, 자청하여 오만의 군사를 이끌고 번성에 조인을 구원하러 허창을 출발한 서황은 양륙파에 이르러 군진을 구축하고, 탐마를 보내어 번성을 공격중인 관우군의 동향을 알아보게 하였다. 이때, 번성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초최한 몰골의 조인의 장수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서황의 앞에 엎드려부복한다. "장군 ! 번성에서 명을 받고 포위를 뚫고 나왔습니다 ! 성은 포위 당한지 두 달 째라 성안에서는 잡아 먹을 쥐새끼 조차 씨가 말랐습니다. 지원병과 군량을 보내주지 않으시면 인육까지 먹어야 할 지독한 상황입니다 !" 숨이 턱에 차오른 장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제발, 도와주십시오 !"하고, 두 손을 맞잡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었다. "이보게 ! 솔직히 말하겠네. 나 역시 ..

삼국지 2021.12.30

화를 부른 관우의 오판(誤判)

삼국지(三國志) (291) 화를 부른 관우의 오판(誤判) 관운장이 수공(水攻)으로 우금을 사로잡고 방덕을 생포하여 참했다는 소식과 함께 지원군 팔만 명 대부분이 몰살했다는 소식이 허창에 전해지자 조조는 간담이 서늘하도록 놀랐다. 그리하여 문무백관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대책을 상의한다. "내 본시 운장을 호랑이로 여겨왔으나 우리가 이처럼 참패할 줄은 물랐네. 운장이 이제 번성을 쉽게 함락시키고 그 길로 허도로 쳐들어올지 모르니 우리가 도읍을 미리 옮기는 것이 어떻겠나 ?" 조조는 관우의 용맹함에 위협을 느끼고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자 사마의가 간한다. "이번 싸움의 패인(敗因)은 우리가 약한 탓이 아니라, 장마의 홍수(洪水)가 운장을 도왔기 때문입니다. 하오니 이제, 동오의 손권을 이해로써 설복하여, 형주..

삼국지 2021.12.29

신의 화타(神醫 華陀)

삼국지(三國志) (290) 신의 화타(神醫 華陀) 조조의 팔만에 이르는 지원군을 중구천에서 몰살시킨 관우는 군사를 번성으로 돌려 농성중인 조인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무렵에 번성을 수비하고 있는 조인은 양식이 떨어져가서 군사들이 끼니를 줄여 먹이는 등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사정이 급박해지니 어느 장수가 조인을 보고 말한다. "이대로 버티다가는 모두 굶어 죽을 판이니 밤중에 성을 비우고 일단 후방으로 퇴진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조인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장군 만총(將軍 滿寵)이 즉각 반대한다. "장마가 오래 지속되면 얼마나 가겠소. 앞으로 넉넉잡고 보름만 지나면 물이 빠질 것이니 그대로 버팁시다. 성은 한번 버리고 나면 다시 되찾기는 어려운 법이오." 조인도 그제서야..

삼국지 2021.12.28

자기가 짜 온 관에 실려간 방덕

삼국지(三國志) (289) 자기가 짜 온 관에 실려간 방덕 관우는 영채로 돌아오자 군의(軍醫)를 비롯해 마량과 관평에 둘러싸였다. 그리하여 군의가 집도를 준비하는 중에 자신의 왼팔에 깊숙히 들어박힌 화살을 손수 뽑아내었다. "어,엇 ? " 모두가 놀라며 모여들자 뽑아낸 화살을 바닥에 내던진 관우는, "방덕, 이 놈 ! .. 암수(暗數:속임수)를 쓰다니, 놈을 살려두면 내, 사람이 아니다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분개하는 것이다. 관우가 흥분하며 일어서자 화살을 뽑은 자리에서는 피가 흘러나오며 고통이 밀려왔다. "아, 아 ! ..." 관우가 고통의 소리를 짧게 내뱉자 군의가, "군후, 고정하십시오. 상처가 아물기 전에는 노하시면 안 됩니다."하고, 말하며 피가 흘러내리는 관우의 상처에 금창약(金瘡..

삼국지 2021.12.27

관우의 위기

삼국지(三國志) (288) 관우의 위기 "하하하 !... 하하하하 ! ..." 제갈근이 사라지고 나서도 한참을 웃어제끼던 관우는 마량이 들어오고 나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군후, 왜 그러십니까 ?" 마량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제갈근의 뒤를 쳐다보면서 재차 물었다. "기가막힌 소릴 들었네, 글쎄 손권이 또 혼담을 보내오지 않았는가 말야 ?" ​"혼담이라뇨 ? " "내 딸을 손권 아들에게 보내라고 하는군 !" "그럼, 승낙하셨습니까 ?" "범의 딸을 어찌 개에게 보낼 수가 있겠나 ? 당장 내쫒아 버렸지 !" "네에 ? .. 승낙은 아니더라도 거절하신 것은 잘못 하신 겁니다. 좋게 돌려 보내셨어야 했지요..." 그러나 관우는 마량의 염려를 귓전으로 듣고 관평을 부른다. 그리고, "이틀 후에 조조의 칠로..

삼국지 202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