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277

아버지

{ 아버지 } 나는 꼴찌였다. 나의 고향은 경남 산청이다.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가정형편도 안되고 머리도 안되는 나를 대구로 유학을 보냈다. 대구중학을 다녔는데 공부가 하기 싫었다. 1학년 8반, 석차는 68/68, 꼴찌를 했다.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고향에 가는... 어린 마음에도 그 성적을 내밀 자신이 없었다. 당신이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했는데, 꼴찌라니 ~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소작농을 하면서도 아들을 중학교에 보낼 생각을 한 아버지를 떠올리면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잉크로 기록된 성적표를 1/68로 고쳐 아버지께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보통학교도 다니지 않았으므로 내가 1등으로 고친성적표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대구로 유..

시링빙야화 2021.05.23

임금님의 성생활

임금님의 성생활... 유교국가인 조선. 여러 관료가 임금과 함께 국정을 논하지만 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한 가문을 풍비박산 시킬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가 이기도 합니다. 누가 뭐래도 모든 결정권은 왕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의 임금, 그런 지존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것이 딱 하나 있읍니다. 바로 아내인 중전과의 성관계, 이것 만큼은 자신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이 아니었습니다. 왕과 중전이 교합하는 날인 합궁은... 상궁의 수장인 (제조상궁)과 천문을 관장하는 (관상감)이 정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택일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합궁을 할 수 없는 날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인가 알아 보겠습니다. 첫째, 일식과 월식, 동지와 하지에는 불가능합니다. 일식과 월식은 태양과 달의..

시링빙야화 2021.05.19

賢婦 김초시댁

조주청의사랑방야화 賢婦 김초시댁 김초시는 과거만 보면 떨어져 한양 구경이나 하고 내려오지만 도대체 기가 죽는 법이 없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누라더러 “닭 한마리 잡아서 백숙해 올리지 않고 뭘하냐”며 큰 소리를 친다. 머슴도 없이 김초시 마누라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모심고 피 뽑고 나락 베고 혼자서 농사를 다 짓는다. 논에서 일을 하다가도 점심 때가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김초시 점심상을 차려주고 다시 논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김초시는 식사 때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여편네가 지아비를 굶겨죽이기로 작정했지”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말끝마다 “무식한 예편네”라고 무시한다. 어느 봄날, 온종일 밭에 나가 일하고 들어와 안방에서 바느질을 하는데 사랑방에서 글을 읽던 김초시가 들어와 호롱불을 후~ 꺼버리..

시링빙야화 2021.05.18

생각한 대로 보이는 세상

주문한 설렁탕이 사무실로 배달되자 사무실 사람들은 식사를 하려고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김 대리가 청소하는 아주머니의 팔을 끌며 안으로 들어왔다. "왜, 거기서 혼자 식사를 하세요? 우리도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같이 하시면 좋잖아요. 어서 이리 앉으세요." 김 대리는 도시락을 손에 들고 멋쩍어하는 아주머니를 기어코 자리에 앉혔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나가서 혼자 먹는 게 편한데..." "아주머니, 저도 도시락 싸왔어요. 이거 보세요." 정이 많은 김 대리는 아주머니의 도시락을 빼앗다시피 해서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자신의 도시락을 나란히 꺼내놓았다. "아니, 왜 이 건물엔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식사할 곳 하나가 없어!" "그러게나 말이야." "글쎄, 날씨도 추운데 옥상으로 ..

시링빙야화 2021.05.17

조광조 어머니의 교훈

[조광조 어머니의 교훈] 조광조는 어려서 서당에 다닐 때 남곤이라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냈다. 둘은 누가 공부를 더 잘하는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성적이 뛰어나고 우정 또한 깊었다. 남곤이 조광조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둘은 격의 없이 친구처럼 지냈다. 어느 날 두 친구는 산으로 놀러 가게 됐다. 길에는 그들처럼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예쁜 여자들도 많았다. 조광조는 마음을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 처녀들에게 관심이 가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아찔했다. 그런데 친구인 남곤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의연하기만 했다.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 조광조는 돌아와서 어머니께 자신의 수양이 덜 되었다고 고백하면서, 여성 앞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남곤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조광조의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말했..

시링빙야화 2021.05.17

돈보다 고귀한 사랑

?돈보다 고귀한 사랑 ? 노래하는 가수 조용필씨의 명곡인 '비련'에 얽힌 일화를 공개한다. 조용필씨의 전 매니저인 최동규씨가 과거 조용필 4집 발매 당시 인터뷰했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조용필씨가 과거 4집 발매 후 한창 바쁠 때, 한 요양병원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 병원장은 자신의 병원에 14세의 지체장애 여자 아이가 ~ 조용필씨의 4집에 수록된 "비련"을 듣더니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입원 8년 만에 기적같은 반응으로 처음 감정을 나타내어 보인 것이었다. 이어 병원 원장은 "이 소녀의 보호자 측에서 '돈은 원하는 만큼 줄테니 조용필씨가 직접 이 소녀에게 비련을 불러 줄 수 없냐?'며 아니면 잠깐와서 얼굴이라도 보게 해줄 수 없냐?'고 부탁을 했다"고 전했답니다. 매니저 최..

시링빙야화 2021.05.16

와이로(蛙利鷺)란?

나는 , "와이로"가 일본말 인줄 알았는데...ㅠㅠ ?와이로(蛙利鷺)? 고려시대 의종 임금이 하루는 단독으로 야행(夜行)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僥倖)히 민가(民家)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을 했지만, 집주인(이규보 선생)이 조금 더 가면 주막(酒幕)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여, 임금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런데 그 집(이규보)대문에 붙어있는 글이 임금을 궁금하게 했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唯我無蛙 人生之恨/유아무와 인생지한)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어느 만큼의 지식(智識)은 갖추었기에, 개구리가 뜻하는 걸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막에 들려 국밥을 한 그릇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

시링빙야화 2021.05.16

수작(酬酌)'이란?

수작(酬酌)'이란? ??? 멀리서 벗이찾아왔다 얼마나 그리웠던 친구였으랴. 두 친구가 주안상을 마주하고 술부터 권한다. “이 사람아~ 먼 길을 찾아와주니 정말고맙네. 술 한잔 받으시게" “반갑게 맞아주니 정말 고맙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가?” 이렇게 잔을 주고받는 것을 '수작(酬酌)'이라고 합니다. 왁자지껄한고갯마루 주막집 마루에 장정 서넛이 걸터앉아 주안상을 받는다. 한잔씩 나눈 뒤 연지 분 냄새를 풍기는 주모에게도 한 잔 권한다. “어이! 주모도 한 잔 할랑가?” 한 놈이 주모의 엉덩이를 툭 친다. 이때 주모가 "허튼 수작(酬酌)말고 술이나 마셔~"한다. 수작(酬酌)은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는 것이니 '친해보자'는 것이고, 주모의 말은 ‘친한척 마라. 너하고 친할 생각은 없다’는 뜻입니다. 도자기병에..

시링빙야화 2021.05.16

아카시아 꽃과 할머니

★아카시아 꽃과 할머니★ 북한에서 만난 북녘 동포들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쇠고깃국에 흰 쌀밥 한번 실컷 먹어 보는 것이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고 한다. 이 얼마나 절박하면서도 가슴 아픈 소원인가. 그들이라고 왜 고대광실에 천석꾼으로 살고 싶은 꿈이 없겠는가. 그러나 그런 꿈을 갖기에는 그들이 처한 현실이 너무 어렵고 처참해서 그 런 사치스런 꿈이나 희망은 다 저버린 것이 아닐까 .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도 불과 사십 여년 전만 해도 쌀밥을 온 가족이 배불리 먹어 보는 게 소원인 때도 있었다. 인구는 많고 식량은 절대량이 부족해 심지어 밤나무 같은 유실수 재배를 권장해 그열매로 주린 배를 채워 보려고 안간힘을 썼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지난 날의 전설 같은 이야기이다. ..

시링빙야화 2021.05.15

아버지의 마중

《 아버지의 마중 》 퇴근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저쪽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손짓을 하였습니다. 고목처럼 여윈 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웃고 계신 분은 다름 아닌 나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나에게 우산을 하나 건네주고는, 당신 먼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셨습니다. 얼떨결에 우산을 받아 든 나는 아버지에게, "고마워" 라고 말했지만, 그다음부터는 특별히 할 말이 없어 잠자코 뒤따라 갔습니다. 그후로는 비가 올 때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렸다가 우산을 건네주셨습니다. 어느 순간 나는 아버지의 마중을 감사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퇴근길에 갑자기 비가 ..

시링빙야화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