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277

샛 문

[샛 문] 내가 어렸을 때 시골집에는 대문이 있고 뒤쪽이나 옆모퉁이에 샛문이 있는 집이 많았다. 우리 집에도 뒤뜰 장독대 옆에 작은 샛문이 하나 있어 이곳을 통해 대밭 사이로 난 지름길로 작은집에 갈 수 있어서 자주 드나들었다. 이 샛문은 누나들이나 어머니가 마실을 가거나 곗방에 갈 때, 그러니까 어른들 몰래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어른들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옛날 어른들은 알면서도 눈감아 주고 속아 준 것 같다. 이것은 마음의 여유이고 아량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열세 살 때의 일이다. 황금물결 넘실거리던 가을 들녘은 추수가 끝나자 삭막하였지만, 넓은 마당은 다니기도 어려울 만큼 나락베눌로 꽉 차 있었다. 하늘 높이 쌓아 놓은 나락베눌은 어린 우리들이 보기에도 흐뭇했는데, 여름 내내 땀 흘리며..

시링빙야화 2021.05.31

신숙주와 한명회는 절친한 사이

친구(親舊) 신숙주와 한명회는 절친한 사이였다. 서로 자란 환경도 성격도 달랐지만 사돈까지 맺으며 오랜 시간 가까이 지냈다. 하루는 세조가 두 사람을 불러 술자리를 열었다. 세조는 건하게 취해 신숙주에게 장난을쳤다. 평소 농담을 할 줄 모르는 그의 팔을 꺾으며, 자신의 팔도 꺾어 보라며 팔씨름을 하자는 거였다. 당시 임금의 몸에 함부로 손대는 것은 큰 죄였기에 거절 했지만 세조는 더욱 집요하게 부탁했다. 결국 신숙주는 세조의 팔을 살짝 비틀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고 아무 일도 없는 듯했다. 하지만 한명회는 신숙주의 하인을 부르더니 집으로 돌아 가거든 주인에게 꼭 방에 불을 끄고 일찍 잠을 자라는 말을 전하라고 일렀다. 그날 밤 세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신숙주 행동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

시링빙야화 2021.05.31

바다위에 큰배 5만톤이상 85%가 국산이라면

미국 LA에 계신 8순 누님께서 귀한 정보를 보내 주셨네요 ㅡㅡㅡㅡ 바다위에 큰배 5만톤이상 85%가 국산이라면 믿어집니까? 어려운 일을 해낸 이들이 대한민국 꼰대들이었다면 더욱 믿어집니까? ◆구순(九旬)의 申東植회장을 보며 지난 2021년 3월27일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의 산양 조선소(SYSBC)에서 건조된 어선 성판(勝帆) 188호(700t 급)가 진수식에서 중심을 잃고 좌측으로 넘어져 침수되면서 표류했다. 당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현장의 많은 시민은 "어어어~"소리를 외치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2020.8.14일 4,000t 의 원유를 실은 일본 쇼센미쓰이(商船三井)의 화물선 '와카시오호' 는 중국에서 브라질로 향하던 중 모리셔스 남동쪽 산호초 바다에서 좌초됐다. 이 화물..

시링빙야화 2021.05.30

장성妓生 노화(蘆花)

장성妓生 노화(蘆花) 전라도 長城 땅에 노화(蘆花)라는 妓生이 있었다. 美貌에 머리가 明晳하고 글 공부도 한 아리따운 소녀였지만 早失父母하고 孤兒가 되어 어느 퇴기(退妓)의 養女가 되었다가 妓生이 되었다. 예전에는 대개 늙은기생들이 불쌍한 고아를 양녀로 들여 돌보는 체하고 기생을 만들었지만, 사실은 남편도 자식도 없는 자신을 위한 일종의 老後對策이기도 했다. ‘蘆嶺山의 꽃’ 이라는 蘆花는 歌舞와詩文 만이 아니라 만사에 민첩하고 능통하여 기생이 된 지 몇 해도 지나지않아서 일약 名妓가 되어 있었다. 지방의 土豪閑良은 물론 首領 觀察使 까지 노화를탐하여 부를과시하며재물을앞세워 物量攻勢를 펴는것이었다. 사내다운 사내는 하나도 없고 하나같이 꽃만 탐하는 탐화봉접(探花蜂蝶)들이었다. 그 속에서 苦惱하던 蘆花는 於..

시링빙야화 2021.05.29

변태황과부

#古傳野話(99 변태황과부 인기척에 잠이 깬 황과부가 “누, 누, 누구요?” 이를 다닥다닥 부딪치며 벌벌 떨자 “나는 도적이다. 꼼짝 말고 이불 덮어쓰고 있으렷다.” 일부러 목소리를 걸걸하게 깔지만 어딘가 귀에 익은 음성이다. 도둑은 깜깜한 방에서 장롱을 뒤지다가 황과부를 밑에 깐 채 다락을 열고 더듬기 시작했다. 황과부는 그 상황에서도 정신을 차려 머리맡의 바느질 고리짝에서 가위를 집어 들고 도둑의 옷섶 끝자락을 몰래 삭둑 잘라냈다. 도둑은 여기저기 뒤져도 별것이 없자 황과부를 흔들었다. “네년이 꽂고 다니던 금비녀는 어디 있는겨?” “여, 여, 여기.” 황과부가 비녀를 건네주자 조끼 주머니에 넣고 방을 나갈 제 꼬끼요 새벽닭이 울었다. 처마 밑에서 짚신을 신으려던 도둑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이거..

시링빙야화 2021.05.28

♡"Why me?", "Why not?"

♡"Why me?", "Why not?"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책상에는 '만화 액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조 바이든은 29세(1972년)의 젊은 나이에 미국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는데, 그 해 크리스마스 때 교통사고로 아내 닐리아와 장녀 나오미를 잃고, 두 아들마저 크게 다쳐 '신'을 원망하며 슬픔에 잠겼습니다. 그 때 그의 아버지 '조셉 바이든 시니어(1915-2002)'가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건넨 것이 그 액자입니다. 액자 속의 만화제목은 '공포의 해이가르'로서 미국의 유명 작가 '딕 브라운(1917-1989)'이 그린 작품입니다. 거칠지만 가정적인 성격의 바이킹 해이가르는 어느 날, 자신이 탄 배가 폭풍우 속에서 벼락에 맞아 좌초되자, '신'을 원망하면서 하늘을 향해 외칩니다. "..

시링빙야화 2021.05.27

108번뇌의 의미

108번뇌의 의미를 아시나요~ 절에 가면 대개 스님들의 세납이 일흔을 훨쩍 넘기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연세가 많은 것 같지 않은데 물어보면 의외로 많습니다. 하루는 큰 스님께 무례를 무릅쓰고 세납을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스님, 올해 세수가 어떻게 되십니까?” “그건 왜 물어. 이 놈아” “그냥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헷갈려요.” “허허, 이 놈 봐라, 세속에서 산 세월이 20년이요. 부처님하고 산 세월이 60년이니 갈 날이 꼭 1년 밖에 남지 않았다.” 대개 스님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81세에 열반 하셨으니 81세까지 사시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알고 있는 스님들은 부처님의 삶보다 오래 사신 분들이 많고 정정하다. “그럼 여든이시네요.” “계산도 잘 하네 이놈아.” ..

시링빙야화 2021.05.26

겹혼인경사

◈야담 =조선 영조때 겹혼인경사◈ 겹혼인 경사 (노변야담) 조선 영조 때 그 유명한 박문수 어사가 산중을 가다가 시장하기 짝이 없는데다 날도 저물어서 부득이 어떤 집에 들어가 하룻밤을 유(留)하게 되었다. "비록 누추하지만 자고 가시는것은 있는 집이니 상관없습니다만 해드릴 밥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이런 딱한 소리를 하는 여주인에게 박어사는 "밥은 걱정 마십시오. 낮에 먹어 둔 것이 있으니까 잘 자리만 부탁합니다."라고 하면서 들어가 자게 되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하였지만 사실 점심도 굶었던 터라 기진맥진 하였다. 그런데 곁에 있던 딸이 어머니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 손님이 무척 시장해 보입니다. 아버지제사에 지을 웁쌀을 가지고 밥을 해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아버지 제사가 곧..

시링빙야화 2021.05.26

여승(女僧)은 춤추고 노인은 통곡하다

여승(女僧)은 춤추고 노인은 통곡하다 조선시대 새로 등극하여 어진 정사를 펼쳐 태평성대를 이룬 임금이 있었다. 선비들은 글을 읽고, 백성들은 잘 교화되어 모두 맡은 바 소임에 힘을 쓰니 나라가 평안하고 인심은 후하였다. 어느 날, 임금은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기 위해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도성을 순시하였다. 임금이 도성을 둘러보다가 어느 골목길로 들어서니 문득 창문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민가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마침 창문이 열려 있어 방안을 들여다보던 임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안에는 머리가 허연 노인이 앉아 있었는데, 그 앞에 술과 안주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노인은 술과 안주를 먹지 않고 두 손으로 낯을 가린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

시링빙야화 2021.05.24

연산군 시대 朴肭 이야기》

《연산군 시대 朴肭 이야기》 《박눌 이야기》 전라도 나주 땅에 "김한"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자는 처녀고 유부녀고 가리지 않고 그저 얼굴만 반반하면 수하 잡놈들을 시켜 끌고와 겁탈을 했다. 겁탈당한 여자들의 자살이 이어졌다. 이 고을 사또라는 위인은 빗발치는 민원에 김한을 찾아와 그 앞에 꿇어앉아 한다는 말이 “어르신, 제발 유부녀만은…...” 보료에 삐딱하니 앉아 장죽을 문 김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건방진 놈, 네놈 할 일이나 하지 쓸데없이 참견이야. 썩 꺼지지 못할까" 나주 사또는 김한의 눈 밖에 나 결국 옷을 벗고 물러났다. 도대체 김한은 누구인가? 그는 연산군 애첩의 큰오빠였던 것이었다. 박눌이라는 신관 사또가 부임하러 나주 땅에 들어 섰건만 누구 하나 마중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신관 사또의 기를..

시링빙야화 2021.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