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427

공명의 여섯 번째 기산 출정

삼국지(三國志) .. (387) 공명의 여섯 번째 기산 출정 공명은 목문도에서의 승리를 뒤로하고, 이엄(李嚴)이 보낸 편지 내용의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한중(漢中)으로 철수하였다. 위나라와 오나라가 동맹을 맺으려 한다는 이엄의 말의 사실이라면, 공명의 계획에 큰 수정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공명이 여기 저기에서 정보를 모으려는 그때, 성도(成都)에서 상서 비위(尙書 費褘)가 공명을 찾아왔다. 공명이 기산으로 출정하면서 궁중의 일을 맡겼던 비위가 갑자기 찾아오자 공명은 자신이 위오동맹의 진상을 미처 알아보기도 전에 무슨 급박한 일이 생겼나 싶어 가슴이 철렁하였다. "그대가 무슨 일로 찾아왔소?" 공명이 묻자, 비위는, "폐하께서 저를 승상께 보내셨습니다. 폐하께서는 승상이 군사를 한중으로 돌리신 연유를 궁..

삼국지 2022.04.15

말[馬] 대신 노루[獐]

삼국지(三國志) .. (386) 말[馬] 대신 노루[獐] 촉병은 공명의 지시에 따라 성밖으로 나가서 위군을 기다렸다. 과연 공명의 말대로 위군은 노성 인근에 영채를 치는 것이 아닌가? 손례(孫禮)가 이끄는 위군의 군사들은 옹주, 양주에서 달려오느라 사람은 물론이요 말조차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전쟁을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했다. 촉군에게 그것은 큰 기회였다. 위군이 쉬려는 틈을 타서 촉군은 위군의 영채에 기습적으로 돌격한다. "으악!" "윽!" "켁!" 갑작스럽게 촉군의 공격을 받은 위군은 변변히 힘도 써보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촉군의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고 촉군의 피가 대지를 적신다. 얼마 남지 않은 위나라의 병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공명은 손례군을 대파(大破)한 군사들에게 후하게 상..

삼국지 2022.04.14

다시 만난 호적수(好敵手)

삼국지(三國志) .. (385) 다시 만난 호적수(好敵手) 촉이 침입한다는 급보를 받자마자 사마의는 전군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그리고 장수들을 모아 촉군을 격파할 계책을 의논하였다. 장합(張郃)이 사마의 앞으로 나서서 말한다. “제가 옹성과 미성으로 가서 촉에 맞서 보겠습니다. 제게 맡겨 주십시오!” 허나 사마의는 고개를 젓고는, “그렇게는 제갈양을 상대할 수 없소.”하고, 말한다. 장합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사마의는 장합의 낯빛을 흘낏 보고는 이어서 말한다. “군사로 상규(上邽)를 지키게 하고, 공에게는 군사를 줄 테니 그들을 이끌고 기산으로 나아가시오. 장합을 대선봉장으로 삼겠다!” “저에게 중임을 주시니, 충성을 다하여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장합은 금새 표정이 밝아지면서 호전적(好戰..

삼국지 2022.04.13

발 없는 말[言]의 위력

삼국지(三國志) .. (384) 발 없는 말[言]의 위력 사마의와의 지략 대결에서 승리한 공명은 기산으로 돌아와 훗날을 위하여 군사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성 안 팎에서 모두가 제 할일에 열심인 와중에 군량미를 그득하게 실은 마차가 드디어 성 안으로 들어왔다. 군량이 높이 쌓여 있는 첫 번째 마차에는 군량만 실린 것이 아니었다. 영안성(永安城)에 있는 이엄(李嚴)의 명령으로 군량 전달의 임무를 맡은 도위(都尉) 구안(苟安)이라는 자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마차가 성 안에 진입한 줄도 모르고 군량 위에서 세상 모르게 곯아떨어져있다. 뒷꽁무니를 빼고 도망가는 사마의 군의 뒷 모습을 보며 아쉬워 했던 상장군 강유가 그 꼬락서니를 보고는 구안의 멱살을 움켜쥐고 마차 아래로 패대기치며 이렇게 말한다. "너는 대..

삼국지 2022.04.12

공명과 중달, 진법 대결의 승자는?

삼국지(三國志) .. (383) 공명과 중달, 진법 대결의 승자는? 앞 뒤 분간을 할 수 없게 모래 먼지가 날리고 굉음에 가까운 말발굽 소리가 광야를 가득 메운다. 잠시 후 요란했던 말발굽 소리가 그치고 모래 먼지 또한 차츰 잦아들고 있는 가운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드디어 제갈양(字: 공명)과 사마의(字: 중달)는 개미떼만큼 길게 줄지은 군사를 이끌고 전장(戰場)에서 서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공명은 늘상 그렇듯 머리에는 단정하게 윤건(綸巾)을 쓰고, 몸에는 학창의(鶴氅衣)를 걸치고, 손에는 우선(羽扇)을 쥔 채로 사륜거(四輪車)에 앉아 적군의 모양새를 차분하게 살핀다. 맞은 편에서 마상(馬上)에 있던 사마의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말에서 내린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

삼국지 2022.04.11

다시 일어선 공명 그리고 조진의 말로

삼국지(三國志) .. (382) 다시 일어선 공명 그리고 조진의 말로(末路) 한중에서는 공명이 장군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진창성(陳倉城)을 비롯한 서 지역에서 철군(撤軍)했던 이유를 설명한다. “올해 가을비가 많이 올 것을 예상하여 내 병을 핑계 삼아 한중(漢中)으로 철수하였다. 위군의 갑옷과 무기, 그리고 군량을 두 달 넘게 비에 젖게 두었지. 아마도 지금쯤 위군의 군심이 바닥을 치고 있을 것이다. 조진(曺眞)은 이제 끝이다.” 공명의 설명에 위연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승상, 명만 내려 주십시오! 우리 형제들도 위를 치고 싶어서 안달이 났습니다.” 위연의 말에 응답하여 공명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위연과 왕평은 명을 받들라!” 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치는 빗줄기 속에서 도롱이를 걸치..

삼국지 2022.04.09

오직 조진(曺眞)만 모르는 것

삼국지(三國志) .. (381) 오직 조진(曺眞)만 모르는 것 조진(曺眞)은 장군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음...... 진창성(陳倉城)은 자꾸 커가는 우리 아군이 모두 주둔하기엔 규모가 작은 감이 있다. 그래서 군을 여러 성에 나눌까 하는데, 중달, 자네의 생각은 어떠한가?" 조진은 부도독 사마의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에 사마의는, "저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하고 , 바로 대답하였다. 이에 따라 진창성은 대도독 조진이 지키기로 하고, 조진의 명에 따라 사마의는 음평으로, 곽회는 무도로, 손례는 흑석성으로 가기로 하였다. 문득 생각난 듯 조진은 사마의에게 눈길을 던지며, "중달, 상소는 완성되었나?하고, 물었다. 사마의는 앞으로 나아가 가지고 있던 상소문을 조진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조진은 근엄하게 ..

삼국지 2022.04.08

검, 창, 활 없는 전쟁

삼국지(三國志) .. (380) 검, 창, 활 없는 전쟁 사위(四圍)가 고요하고 어두운 가운데 사마의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화로 앞에 앉아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조진 그 자보다 아들 조상의 재주가 낫군." 본가에서 보내온 솜옷을 아버지에게 건네는 사마소에게 사마의가 중얼거렸다. 그때 밖에서 요란하게 "조상 장군이 돌아오십니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마소는 밖을 슬쩍 내다보고는 아버지에게, "조상이 촉군과의 전투에서 공을 세웠나 봅니다. 병사들이 말에 촉군의 머리를 하나씩 매달고 옵니다."하고, 말했다. 그 소리를 들은 사마의는 아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조상을 조심해야 할 것이야... 명심하도록 하거라." 한편 한중에서는 공명이 홀로 앉아 유유자적 거문고를 뜯고 있다. 진창(陳倉)에서의 혈전..

삼국지 2022.04.07

공명의 자진 철수

삼국지(三國志) .. (379) 공명의 자진 철수 평서 대도독 사마의(平西 大都督 司馬懿)를 탄핵하는 조진(曺眞)의 상주문(上奏文)을 가지고 조상(曺相)이 위주 조예(魏主 曺叡)를 배알하였다. 조예가 측근을 물리치고 조상과 함께 후원을 거니는 가운데 조상이 입을 열어 사마의를 성토한다. "폐하, 사마의가 병권을 잡고 교전을 피한지 석 달이 되었습니다. 앞서 두 차례 교전 중 처음에는 무도성을 잃었고, 이어서 제갈양의 계략에 말려들어 생떼같은 정병 이만을 잃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사마의의 과실로 3대를 이어온 노장군 장합도 전사했습니다. 적의 화살을 스무 발도 넘게 맞고 말입니다." "자네 부친의 상태는 어떠한가?" "지금 회복단계에 ​있으나 속병까지는 치유가 되지 않으신 상태로 주야로 조정의 안위를 걱..

삼국지 2022.04.06

재기를 노리는 조진

삼국지(三國志) .. (378) 재기를 노리는 조진 검각관(劍閣關) 협곡에서 장합을 비롯하여 그를 따르던 위군을 몰살시킨 강유는 비록 적장이지만 노장군 장합을 예우하여 그의 시신에서 화살을 모두 제거한 뒤에 그를 우마차에 실어 위군 진지로 보내주었다. 장합의 대패 소식과 함께 장합의 시신을 돌려받은 사마의는 장군들을 모아놓고 한탄의 소리를 터뜨렸다. "나는 수십 년 낚시를 해오면서 낚시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는데... 내가 제갈양의 낚시질에 걸리다니! 그런데 세상에 이런 낚시법도 있다더냐? 미끼는 무도에 두고 바늘은 본영에 두다니 말이야!" 부도독 곽회가 울먹이며 말한다. "대도독, 장합 장군이 화살을 스무 대나 맞았습니다. 흐흐흑!" 곽회의 서러운 흐느낌으로 시작으로 자리에 함께 있던 장수들이 일제히..

삼국지 2022.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