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427

공명이 떠나고 그 후 1

삼국지(三國志) .. (397) 공명이 떠나고 그 후 1 양의는 잔각도(棧閣道) 어귀에 이르러서 비로소 공명의 죽음을 모든 군사들에게 알리고 상복으로 갈아 입도록 했다. 상복을 입은 군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땅을 치고 통곡하며 공명의 죽음을 슬퍼했다. 군사들이 서글픈 울음을 울고 있는데, 문득 산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양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으로 정탐꾼을 보내어 사정을 알아 보게 했다. 연기의 정체를 알아보러 갔던 군사가 곧 돌아와서 양의에게 보고했다. "위연 장군이 잔도(棧道)에 불을 질러 길을 끊어 버리고 군사를 거느리고서 길을 막고 있습니다." 양의는 설마했던 일이 벌어지자 깜짝 놀랐다. 근심에 싸여 있던 양의는 주변의 장수들에게 물었다. "승상께서 위연이 반드시 곧 반역할 것이라고 말씀하..

삼국지 2022.04.25

사마의, 공명에게 쫓기다

삼국지(三國志) .. (396) 사마의, 공명에게 쫓기다 공명이 세상을 뜨던 날, 하늘과 땅도 그 슬픔을 아는지 고요하기 그지 없고 달빛 조차 제 빛을 잃고 말았다. 강유와 양의는 공명의 유명(遺命)을 받들어 감히 소리내어 울지도 못했다. 강유는 공명의 시신을 공명이 지시했던대로 큰 상자에 앉힌 후, 장졸 삼백 명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위군의 눈을 피해 군사를 물리는 일이 급했으므로, 강유와 양의는 위연에게 은밀히 전령을 보내 후방에서 쫓아오는 적을 막도록 했다. 그리고 여러 곳에 차려진 영채를 천천히 정리하고 군사를 물리기 시작하였다. 한편 사마의는 오늘도 천문을 살피고 있다. 그런데 문득 큰 별 하나가 붉은 빛을 뿜어내더니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긴꼬리를 남기며 흘러간다. 평소에는 없던 일이라 사마..

삼국지 2022.04.24

가을 바람 속에 지는 별

삼국지(三國志) .. (395) 가을 바람 속에 지는 별 동오의 회군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쓰러진 공명은 반나절이나 지나서야 겨우 눈을 떴다. 깨어난 공명은 얼굴이 핼쓱하고 눈빛은 처량하다. 공명은 자신을 둘러싸고 근심 가득하게 바라보는 장수들의 눈을 일일이 돌아보며, "아무래도 내가 오래 살 것 같지 않소."하고, 기운 없이 말한다. 그날 밤 공명은 아픈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천문(天文)을 살핀다. 하늘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공명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장막 안으로 들어가서 강유를 불렀다. "승상, 조석(朝夕)으로는 날이 찬데 밖에 나갔다 오셨습니까?" 공명이 밤산책을 했다는 보초병의 말을 듣고 들어온 강유가 공명에게 걱정의 말을 한다. "백약(伯約: 강유의 字), 내가 나가서 천문을 살펴보니 정말로..

삼국지 2022.04.23

굳게 지키는 사마의

삼국지(三國志) .. (394) 굳게 지키는 사마의 뜻밖의 행운 덕택에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사마의는 다시 방어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곽회가 사마의에게 찾아와서 아뢴다. "제가 염탐해보니, 공명이 군대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는 조짐이 보였습니다. 군사를 거느리고 순시를 자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마의가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을 꺼낸다. "만약 공명이 무공산(武功山)으로 이동하여 동쪽에 자리를 잡으면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위수 남쪽으로 나아가 서쪽 오장원(五丈原)에 자리를 잡으면 우리는 마음을 놓아도 된다." 그리고 사람을 시켜 공명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하도록 지시했다. 얼마 후, 정탐 갔던 자가 돌아와서 보고한다. "공명이 오장원에 영채를 ..

삼국지 2022.04.22

하늘에 달린 일

삼국지(三國志) .. (393) 하늘에 달린 일 사마의를 전쟁터로 불러내기 위한 계책을 생각하던 공명은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스럽게 마대에게 명을 내린다. "호로곡의 지형을 십분(十分) 이용할 것이다. 호로곡에 잠임하여 목책을 치고 곳곳에 영채를 세워라. 그 영채 안에는 구덩이를 파서 마른 풀이랑 짚을 잔뜩 넣어 두어라. 그리고 골짜기 부근에도 불에 잘 타는 마른 풀과 나무로 움집을 잔뜩 만들어놓아라. 중요한 것은 지뢰다. 골짜기 안팎에 지뢰를 잔뜩 묻어라. 한 곳만 불을 놓아도 온통 불바다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작업을 해놓아야 할 것이다. 내가 지금 말한 작업들이 끝나면 호로곡 뒷길을 막고 골짜기 입구에 매복해 있어라. 그러면 그때부터 사마의를 호로곡으로 몰아 넣을테니 사마의가 산 속으로 들어오면 ..

삼국지 2022.04.21

동오(東吳)의 움직임, 공명의 비계(祕計)

삼국지(三國志) .. (392) 동오(東吳)의 움직임, 공명의 비계(祕計) 공명의 목우와 유마 계책으로 많은 군량과 군사 뿐만 아니라 자칫 자신의 목숨까지 달아날 뻔했던 사마의는 장졸들 앞에서 면이 서질 않았다. 불편한 마음으로 방어에만 주력하고 있는 그때, 위의 수도 낙양에서 천자 조예의 조서(詔書)가 도착하였다. 동오(東吳)가 세 길로 나누어 침략한다는 정보가 있다. 낙양에서 장수들을 총동원하여 이를 막아내고자 한다. 앞으로 많은 인마(人馬)와 물자가 동오와의 싸움에 투입될 것이니, 경은 위수에서 공격은 삼가고 방어에만 힘쓰라. 촉과의 전쟁은 동오를 물리친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마의는 한창 몸을 사리고 있는 시기에 때를 맞춰 도착한 조예의 조서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조예의 명에..

삼국지 2022.04.20

풀을 뜯지 않아도 되는소와 말

삼국지(三國志) .. (391) 풀을 뜯지 않아도 되는 소와 말 사마의가 성문을 걸어 잠그고 두문불출하게 된 이유에는 자기가 놓은 덫에 스스로 걸린 것에 대한 민망함과 적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촉군의 식량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아는 것에도 있었다. 방어에만 치중해도 군량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촉군이 스스로 나가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결정에 한 몫을 한 것이다. 계속 위수의 성문을 두드려도 통 반응이 없자 공명은 적극적인 공격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책을 구상하기 위해 위수의 지세(地勢)를 살피러 나갔다. 그러다 골짜기 하나를 발견했다. 그 골짜기는 마치 호리병 같이 생겼으며 안쪽에 군사 일천 정도는 너끈히 들어갈 만큼 넓었고, 양쪽 산이 골짜기를 이루어 골짜기 안에 사, ..

삼국지 2022.04.19

속이는 자와 속는 자

삼국지(三國志) .. (390) 속이는 자와 속는 자 진랑의 머리를 들고 돌아온 정문을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던 공명의 표정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걷히고 싸늘한 무표정만 남는다. 공명은 손 끝으로 정문을 가리키며, "저 놈을 당장 잡아다 머리를 베어라!"하고, 명을 내린다. 정문은 물론이고, 군막에 있던 군사들이 모두 영문을 모른 채 잠시 멀뚱히 서있다. "저 놈을 끌어다 목을 베라는데 왜 가만히들 있는가!" 공명이 다시 한 번 명령을 한다. 정신을 차린 군사들이 정문을 끌어내려고 하자, 정문이, "승상! 제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러십니까?"하고, 외친다. 그 소리를 듣고 공명이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웃는다. 그리고, "내가 진랑의 얼굴을 알고 있는데 네가 목을 벤 자는 진랑이 아니다. 감히 그런 어..

삼국지 2022.04.18

촉과 오의 동맹지의

삼국지(三國志) .. (389) 촉과 오의 동맹지의 비위는 공명이 작성한 서신을 들고 건업(建業)으로 달려가 손권 앞에 섰다. 손권은 비위가 공손히 전달하는 공명의 서신을 펼쳐 본다. 한실(漢室)이 불행하여 나라의 기강을 잃고 역적 조조(曺操)가 제위(帝位)를 찬탈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소열황제(昭烈皇帝: 유비)로부터 중임(重任)을 받아 한실의 부흥을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대군이 기산에 모여 있습니다. 역적의 무리들을 위수에서 무찌르고자 하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동맹의 의미를 떠올리시어 폐하의 장수들에게 북정(北征)을 명하소서. 함께 중원을 취한 연후에 천하를 동분(同分)하면 그 아니 좋은 일이겠습니까? 글로 말을 다 할 수 없으니 그저 폐하께서 ..

삼국지 2022.04.17

다시 맞붙은 공명과 중달

삼국지(三國志) .. (388) 다시 맞붙은 공명과 중달 한중으로 돌아온 공명이 장군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하려고 할 때였다. 공명 앞으로 급보가 날아들었다. 병석에 누워 있던 관흥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하늘이 이럴 수가 있나...! 그 충의로운 사람에게 하늘은 모질기도 하시지... 관흥에게 목숨을 길게 주지 않으셨구나...!" 공명은 한(漢)의 부흥을 위해 함께 애썼던 관운장의 아들 관흥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크게 슬퍼하였다. 공명이 관흥을 잃은 슬픔을 간신히 수습하고 출정길에 올랐다. 공명은 모두 삼십사만의 군사를 다섯 길로 나누어 기산으로 진군하도록 하였다. 선봉은 강유와 위연으로, 그 둘은 바로 기산으로 향했고, 이회는 군량을 가지고 사곡(斜谷)으로 가는 길 어귀에서 ..

삼국지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