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링빙야화 277

밤의 여왕

사랑방이야기 (318) 밤의 여왕 거지 여자아이가 대장간 화덕 옆에서 거적때기를 덮고 밤을 새우고 나와 국밥집 앞 쓰레기통을 뒤지는데 옆에서 웬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뚫어지게 내려다봤다. “어디 보자.” 여인의 한마디에 거지 아이가 놀라서 일어서자 그 여인은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거지 아이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더니 두말없이 따라갔다. 걸음걸이가 살랑살랑 경박스러웠지만 금박공단 장옷에서 삐져나온 치마도 비단옷이었다. 그녀가 들어간 집은 포구에서 멀지 않은 아담한 기와집이다. 여인은 안마당에 들어서더니 “삼월아, 얘 아침상을 차려줘라”고 한마디 하고서 계속 거지 아이를 훑어봤다. 바깥 날씨는 쌀쌀했지만 아이의 차림새가 워낙..

시링빙야화 2022.01.21

"씹 겁 먹었다"의 유래

♡"씹 겁 먹었다"의 유래♡ 경생도 사람들은 "씹겁 먹었다"는 말을 자주 쓴다. "깜작 놀랐다" 또는 "혼났다"는 말을 그렇게 쓴다. 그 말의 유래는 이렇다. 경상도 문경땅 어느 고을에 사는 젊은 새댁이 충청도 괴산땅 연풍마을 친정집을 다녀 오는길, 험준한 문경 새재를 넘는데 , "어 흥..." 갑자기 집채만한 호랑이가 불쑥 나타났다. 혼비백산한 새댁은 호랑이한테 될수록 크게 보이게끔 치마를 훌러덩 뒤집어 쓰고 큰대(大)자로 발라당 누웠다. 그리고 호랑이가 덤벼들거라 잔뜩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수십초간이 지나도록 별탈이 없자 뒤집어 썼던 치마를 걷어 내리고 호랑이를 봤더니, 호랑이놈이 힐끗 힐끗 뒤돌아 보며 건너편 산으로 도망치지 않는가. 살아난 건 천만다행이나 호랑이가 도망친 까닭이 무엇인..

시링빙야화 2022.01.20

코 큰 남자, 입 작은 여자

#조주청의사랑방야화 (157) 코 큰 남자, 입 작은 여자 애 못 낳는 석녀라고 시집간 지 3년 만에 쫓겨난 심실이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신랑이란 작자의 상판대기라도 볼 수 있어야 애를 만들든지 돌부처를 만들든지 할 것이 아닌가. 밭에 씨를 뿌려야 싹이 나지! 혼례를 올리고 첫날밤을 지낸 신랑이 한숨을 쉰 후 가뭄에 콩 나듯이 신방을 찾더니 1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발길을 끊었다. 들리는 소문에 신랑은 첩을 얻어 딴 살림을 차렸다는 것이다. 시집이 만석꾼 집안이라 심실이는 소박맞을 때 번듯한 기와집과 문전옥답 백마지기를 얻어 나왔다. 정직한 먼 친척 아저씨가 심실이의 집사가 되어 소작농들을 잘 관리해 심실이네 곳간은 나락섬이 넘쳐났다. 심실이는 걱정거리가 없다. 그러나 밤이 문제다. 방물장수 ..

시링빙야화 2022.01.06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 1812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5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갔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치고 빠지는 전략에 밀려 큰 패배를 당했다. 그때 자기 군대와 떨어진 나폴레옹은 혼자 도망쳐야하는 아주 급박한,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그는 캄캄한 밤 희미한 호롱불이 켜진 어느 집으로 무작정 뛰어 들어갔다. "주인장, 나 좀 숨겨주시오. 나를 숨겨 주면 크게 후사하겠소." 홀로 살고 있던 마음씨 고운 양복쟁이는 나폴레옹을 커다란 이불장 속에 숨겨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병사들이 양복쟁이 집에 들이닥쳤고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했고, 한 병사가 이불장의 이불 더미를 창으로 쿡 찔렀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나폴레옹은 가까스로 창을 피했고, 수색이 끝난 병사들은 썰물처럼 가버렸다...

시링빙야화 2021.12.22

조참봉과 머슴

보행(步行)이 신약(神藥) 조참봉과 머슴 만석지기 밀양 조 참봉은 요즘 거시기가 영 맥이 없다.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떠벌리던 말수도 부쩍 줄었다. 추월관에서 술을 마시고 수기생이 붙여주는 제일 예쁜 기생과 뒷방에 깔아놓은 금침으로 들어갔건만..., 식은땀만 흘리다가 얼굴도 못 들고 나와버렸다. 가끔씩 안방에서 부인도 안아줘야 집안이 편할텐데-, 어린 기생한테도 안 서는 놈이 부인한테 도리가 있을소냐. “내 나이 이제 마흔줄에 이렇게 인생이 끝나서는 안되지.” 조 참봉은 황 의원한테만 매달렸다. 백년 묵은 산삼,우황, 사향,해구신에다 청나라에서 들어온 경면주사까지 사 먹느라 문전옥답이 열두마지기나 날아갔으나 별 효험은 없었다. 이 기생 저 기생, 그리고 마음 편히 느긋하게 하겠다고 안방마님 치마도 들..

시링빙야화 2021.12.18

청라언덕 위의 첫사랑 이야기

♤청라언덕 위의 첫사랑 이야기♧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 자를 써서 '푸른 담쟁이 덩굴'이란 뜻으로 당시 박태준이 다니던 대구 계성학교의 아담스관과 맥퍼슨관, 그리고 언덕에 위치한 동산의료원 선교사 사택들이 푸른 담쟁이덩굴로 휘감겨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동무생각’(思友)의 배경이 된 대구 동산동의 ‘청라언덕’은 대구 근대문화의 중심지다.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 치료로 유명한 대구의 이 바로 동산의료원이다. 박태준은 우리나라 현대음악의 선구자로서 1920년 동요 ‘기럭기럭 기럭이...’ 라는 ‘기러기’, 1925년 ‘24세의 나이에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의 ‘오빠생각’ , '새나라의 어린이' 등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를 작곡했고, 1922년 그가 작곡한 우리나라 첫..

시링빙야화 2021.12.17

오징어(Squid)의유래와 효능(由來와 效能)

오징어(Squid)의 유래와 효능(由來와 效能) 오징어에는 쇠고기의 16배, 우유의 47배의 우수한 타우린과 고단백질이 뇌세포 형성에 도움을 주고, 혈액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며 우수한 뇌세포를 만든다고 한다. 오징어의 타우린은 우리가 흔히 마시는 피로 회복용 드링크에 많이 들어있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피로 회복 효과가 크고 우리 몸안의 콜레스테롤 흡수를 적극적으로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오징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당뇨병을 예방하고 시력의 회복과 근육의 피로 회복에 효력이 있기도 하다. 오징어 속에 풍부한 EPA 성분은 심장 질환을 예방하고 간장의 해독 기능을 강화시켜 주며 편두통을 예방해 준다. ? 오징어의 숨겨진 비밀 오징어는 예로부터 오중어, 오증어, 오직어 등으로 불려 왔는데, '오적어(烏..

시링빙야화 2021.12.16

"벼락부자"의 유래

"벼락부자"의 유래 조실부모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변변치 못한 외삼촌이란 인간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마지기를 날렸습니다. 열일곱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오씨네 머슴으로 들어갔습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없이 등쳐먹었습니다. 죽어라고 일해 계약된 3년이 꽉 차자 오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반으로 깎아버렸습니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분을 삭였습니다. 반 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를 샀습니다. 골짜기에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낮으로 둔덕을 일궜습니다. “..

시링빙야화 2021.12.16

金先達 앞에 '鳳伊'가 붙은 이유

金先達 앞에 '鳳伊'가 붙은 이유 김선달은 서울 장안을 자주 드나들었다. 어느 날 사람들로 붐비는 장터로 구경을 나섰다. 그런데 장터 한쪽에 닭장(鷄市場)이 서 온갖 닭들이 우글댔다. 김선달이 닭장 속을 이리저리 보니까 유난히 살이 포동포동하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닭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김선달은 시치미를 떼고 닭 장사에게 물었다. “주인장, 이게 무슨 날짐승이오? 거참 통통한 게 보기 좋구먼.” 주인은 눈을 크게 뜨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세상에 얼치기가 많다고 하더니만 이런 놈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구나. 닭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보니 꽤 어리석은 놈인가 보다.' 주인은 김선달이 얼치기인 줄 알고 골려 먹을 셈으로 말하였다. “이것은 봉(鳳)이오.” 난데없이 닭을 봉황새라고 속이는 말을 듣고 김..

시링빙야화 2021.12.12

허목의 도량과 송시열의 담대함

허목의 도량과 송시열의 담대함 . 조선후기 효종때 당대의 두 거물 정치인, 명의이자 영의정을 지낸 남인의 허목과 학자이며 정치가이기도 한 효종의 스승인 노론의 영수, 송시열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 이 두사람은 아쉽게도 당파로 인해 서로가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러던 중에 송시열이 큰병을 얻게되었는데 허목의 의술에 정통함을 알고있던 송시열이 아들에게 "비록 정적 일망정 내병은 허목이 아니면 못고친다. 찾아가서 정중히 부탁하여 약방문(처방전)을 구해오도록 해라." 하고 보냈다. 사실 다른 당파에 속한 허목에게서 약을 구한다는 건 죽음을 자청하는 꼴이었다. 송시열의 아들이 찾아오자 허목은 빙그레 웃으며 약방문을 써 주었다. 아들이 집에 돌아 오면서 약방문을 살펴보니 비상을 비롯한 몇가지 극약들을 섞어 달..

시링빙야화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