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이야기 (318) 밤의 여왕 거지 여자아이가 대장간 화덕 옆에서 거적때기를 덮고 밤을 새우고 나와 국밥집 앞 쓰레기통을 뒤지는데 옆에서 웬 여인이 걸음을 멈추고 아이를 뚫어지게 내려다봤다. “어디 보자.” 여인의 한마디에 거지 아이가 놀라서 일어서자 그 여인은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배가 고픈 모양이구나.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거지 아이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더니 두말없이 따라갔다. 걸음걸이가 살랑살랑 경박스러웠지만 금박공단 장옷에서 삐져나온 치마도 비단옷이었다. 그녀가 들어간 집은 포구에서 멀지 않은 아담한 기와집이다. 여인은 안마당에 들어서더니 “삼월아, 얘 아침상을 차려줘라”고 한마디 하고서 계속 거지 아이를 훑어봤다. 바깥 날씨는 쌀쌀했지만 아이의 차림새가 워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