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금옥몽 170

옥경은 오우와 천년지기를 만난듯

금옥몽(속 금병매) 옥경은 오우와 천년지기를 만난듯 명산 금산에서 풍류를 즐겼으나... 옥경은 오우의 호탕한 행동을 보고는 좀 계면쩍어 하였다. "형 뻘인 내가 한턱 내야 하는건데, 내가 한발 늦었네요 내일은 내가 한턱 내지요." 술이 거나 해지자, 오공자는 비단옷 속에서 대나무 퉁소 하나를 꺼냈다. 구름을 타고 바위를 가르는듯한 부드럽다가도 가느다랗고 강한 퉁소 소리에 동자는 허리춤에서 홍목으로 만든 딱딱이를 꺼내 반주를 맞추며 노래를 부른다. 미친듯이 떠도누나 강호를 떠도누나, 광릉(广陵)의 꽃과 버들 이십년 만이로다. 맑은 물, 높은 산, 밝은 달 불어오는 동풍속에, 추억을 되살리니 예쁜 새 봄날을 노래하네. 다투어 피어나는 꽃무리 사이에, 살짜기 보이는 가인(佳人)의 섬섬옥수. 푸른 강가 붉은 정..

금병매/금옥몽 2021.04.07

옥경은 혼자 천하절경 금산구경에서

금옥몽(속 금병매) 옥교와 심드렁해진 옥경은 혼자 천하절경 금산구경에서 오우를 만난다. 경치가 아름답다고 소문난 수려한 강남땅, 수많은 기생들이 한량들을 유혹하네. 보물만 쥐어주면 어여쁘게 춤을 추리라, 천냥을 써서라도 달콤한 이밤을 즐기리라. 해당화가 비 맞으니 고운 얼굴 춥다하고, 수양버들 산들바람 고운 눈썹 흔들리네. 동쪽에서 우는 까치 서쪽에서 나는 제비, 나의 사랑 이디있나 피리 꺼내 불어본다. 천하절색 이은병의 이팔청춘 순정을 짓밟고서 천냥 돈에 사랑을 배신하고 천한 기생 동옥교와 눈이 맞아 줄행랑을 놓은 정옥경이란 천하의 패륜아는 어찌되었을까? 하늘이 무심치 않다면 그런 패륜 놈팽이를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전생에서 이은병은 이병아가 환생한 것이고 정옥경은 화자허가 환생..

금병매/금옥몽 2021.04.06

가짜해구신 덕에 양주도독을 약속 받고

금옥몽(속 금병매) 가짜해구신 덕에 양주도독을 약속 받고는 묘원외와 밀통한다. 올술왕자의 막영을 나오자 마자,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오랑캐 장수들이 앞다퉈 달려와, 축하인사를 받기에 바빴다. 장죽산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거들먹을 피는데 온갖 청탁을 해오는 자들로 장죽산의 막사 앞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아하핫! 정말 나는 하늘이 도와주는 운명을 타고 났어! 이제는 내가 군사를 지휘 할 수 있으니 은괴를 실은 소금배는 양주로 옮겨놓고 내 왕국에서 마음데로 쓰는거야, 내가 양주 도독 양주의 최고 책임자이니 누가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는가?" 자기 멋대로 운명을 하늘의 뜻이라며 해석하며, 그날 부터는 용무늬가 수놓아지고 황금요대에 번쩍이는 이품(二品) 관복으로 갈아 입었다. 곧 양주를 치로 간다..

금병매/금옥몽 2021.04.05

장죽산은 뜻하지 않은 큰 횡재에 신경성 병까지 얻고

금옥몽(속 금병매) 군자는 의롭지 않은 재물을 받지 않는 것인데 장죽산은 뜻하지 않은 큰 횡재에 신경성 병까지 얻고... 끝없이 뻗어있는 업보의 길은, 끝날듯 말듯 끊없이 이어지네. 굶주린 소리개 배를 채웠건만, 부리를 쪼아 더욱 탐욕부린다. 나비는 꽃에서 요염한 춤추고, 맛있는 진미 만병의 근원인데. 지나친 즐거운 일 우환의 씨앗, 九折羊肠 협곡속 도사린 위험! 자고로 재력과 권세를 갑자기 얻으면 안하무인이 되고 오만 방자(傲慢放恣)하기 십상인 법. 그러나 세상일이란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화로위로 눈송이 떨어지듯,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되고, 목숨마져 부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니 옛말에 뜬금없이 일확천금(一获千金)을 얻은 벼락 부자는 비명횡사 한다는 것이 괜히 나온 헛소리가 아니었..

금병매/금옥몽 2021.04.03

월랑은 청강포구에서 우연히 탄 배에서 맹옥루를 만나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은 청강포구에서 우연히 탄 배에서 맹옥루를 만나 눈물을 흘리고... 배가 청강포를 완전히 벗어나 안동현(安东县)에 들어선 밤이 었다. 강폭이 넓어져 비 바람이 불며 세차게 비가 쏟아졌다. 바람에 지붕으로 덮어 놓은 거적도 졌혀지고 바닥에 깔아 놓은 돗자리도 몽땅 젖어버리고 선창에 물까지 고이기 시작했다. 잠을깬 월랑이 소옥을 흔들어 깨웠다. "소옥아 빨리일어나서 짐 보따리를 챙겨 보아라, 비가 많이와 물에 젖을까바 걱정이된다" 맹옥루도 비 바람에 배가 흔들려 잠을깨어 비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배 뒷편 거적 뒤에서 이야기 하는 목소리가 귀에 많이 익어 가만히 듣고있는데 소옥아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거적을 들쳐보았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언니! 큰언니 아니야? 너..

금병매/금옥몽 2021.04.02

임청을 향하던 오월랑은 회안에서 강제로 배에서 내려

금옥몽(속 금병매) 임청을 향하던 오월랑은 회안에서 강제로 배에서 내려 나룻터를 해메는데... 세상일이란 뜬 구름 같아서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 같은 행적 하늘과 땅사이에 끝임없이 떠돈다. 봄날의 꽃처럼 가을의 제비처럼 물위에 낙엽과 외로이 떠있는 배 처럼 자연의 조화에 맡겨진 흐름 차럼 이리저리 따라서 떠 다닌다. 세상에 한번 나오고 나니 언제 돌아갈지 기약도 없네 어린 시절 검은 머리 하얗게 변했다오. 하려한 날들이 며칠이나 될까? 갈길은 멀기만 한데 가는 곳 마다 걱정거리가 떠나질 않네. 인생이란 삶과 죽음의 한 순간이 아니던가 삶이란 한조각의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조각의 구름이 흩어 짐인데 만났다가 헤어지면 슬픔도 기쯤도 있는 것이 우리의 순간의 인생이다. 오랑캐가 처들어와 그들의 천지인 지..

금병매/금옥몽 2021.03.31

정옥경과 묘원외는 은병과 옥교를 맞 바꾸나

금옥몽(속 금병매) 정옥경과 묘원외는 은병과 옥교를 맞 바꾸나, 천하절색 미녀는 목매달아 전생의 빚을 갚는다. 다음날 저녁, 동옥교는 옥경을 몰래 불러 내었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난 당신 없이 못 살겠어, 어제 밤에 묘가 녀석한테 당신이 한 애기를 넌즈시 해봤더니, 그 개자식 말이야 나는 안중에도 없고 싱글 벙글하면서 그러더라고, 계집을 바꿔 주기만 하면 은자 천냥까지 얹어 주겠다고 하더라구. 아이구 분해 내가 그 년보다 그렇게 별 볼일 없는가? 나하고 산 날이 얼마인데 나야 당신하고 그 돈 가지고 멀리도망가 살면 그게 훨씬 더 좋겠지만." 천냥 은자를 얹어준다는 말에 옥경은 눈이 헤까닥 뒤집히고 말았다. 그러지 않아도 넓은 세상에 나와 보니 너무 다양하고 좋은게 많은데 얼굴만 ..

금병매/금옥몽 2021.03.30

경험이 많지 않은 옥경은 동옥교의 꾀임에 빠지는데

금옥몽(속 금병매) 묘원외의 계획대로 경험이 많지 않은 옥경은 동옥교의 꾀임에 빠지는데... 빼어난 보물은 재앙의 근원, 지나친 미색은 요물의 화신! 행여 남 앞에 교태 자랑 마소, 언젠가 도화살(桃花煞)에 피눈물 흘리리라. 술자리가 무르익고 중천에 뜬 달이 하얀 달빛을 배안 구석구석에 비추고 있었다. 그때 멀리 부둣가에서 각종 악기 연주 소리가 들리는데 은병이 가만히 들어보니 아직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하였다. "아아! 저것도 음률이라고 저 야단들이야." 한껏 흥이오른 정옥경이 은병이 가만히 말하는 것을 듣고는 얼른 비파를 꺼내어 타면서 노래를 부르니, 창공을 높이 날던 기러기도 흐느끼고, 승천하던 용이 꿈트림치며 억수같은 비를 퍼부어 온 세상을 다 적시는 것 같은 장중함이 느껴진다. 그러자 바깥에서..

금병매/금옥몽 2021.03.29

은병을 보고는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다

금옥몽(속 금병매) 옥경의 배로 초대된 묘원외는 은병을 보고는 아름다움에 넋이 나간다. 희미한 등불아래 동옥교의 섬섬옥수가 옥경의 몸을 여기저기 슬쩍슬쩍 건드리자, 옥경이도 희죽이 웃으면서 동옥교의 풍만한 몸을 툭툭건드리며 만져본다. 동옥교는 사향 주머니를 비단 손수건에 싸서 슬며시 옥경의 소매자락에 넣어 주면서 한눈을 살며시 깜박이며 한손으로는 옥경의 사타구니를 툭 쳐보고는 탁자 밑으로는 발을 올려사타구니 사이로 쿡 찔러본다. 동옥교의 맘을 알고 나서는 당장에라도 이 음녀와 질퍽하게 하번 놀아 보고 싶지만 묘원외가 의자에 앉아 졸고 있으니 서로 기회를 탐색하는 선에서 끝을 내었다. 삼경이 가까워서야 옥경이 배로 돌아 왔다. 돌아 와 보니 은병은 그때까지도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갔던 일이 궁금 했..

금병매/금옥몽 2021.03.28

묘원외와 정옥경은 의형제를 맺고

금옥몽(속 금병매) 묘원외와 정옥경은 의형제를 맺고 의기 투합하지만 꽃에는 아름다운 향기가 있고 玉은 따뜻한 정이 있다던데, 담백하고 가벼운 치장을 해도 아름다움이 넘쳐 나는도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그려낼 수가 있지만, 풍류 하나만은 도저히 그려낼 수가 없다네. "저렇게 예쁜 여자가 천상에 있다니! 월궁의 항아가 이보다 더 예쁠까? 노래하고 악기 다루는 수천 수만명의 기녀들이 있다 하여도 오늘 본 이 아리따운 아가씨에 비한다면 새발에 피에 불가 하리라." 수많은 홍등가와 기생집을 돌아 다녀 보았지만 한번도 보지 못한 절세의 미인임이 틀림 없었다. 혹시 이 난리 통에 궁궐에서 빼돌린 비빈(妃嫔)이 아닐까 의심까지 들었다. 어떻게 해야 저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 한번 품안에 안아 볼 수 있을까? 무슨 묘..

금병매/금옥몽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