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와 처사(處士), 그리고 벼슬◁ "처서 무렵에 철새들은 어두워지는 바다에서 울음으로 서로를 불러서 발진(發進)의 대오를 편성했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속이 비어 있었고 높이 떠서 멀리 나아갔는데, 갯벌이 비어서 아무 데도 닿지 않았다. 새들의 대오는 새벽 밀물에 반도를 이륙해서 대륙의 연안으로 북동진했다." 작가 김훈(1048~)은 소설 『공무도하가』(2009)에서 처서 무렵 철새의 이동을 이렇게 묘사했다(48쪽). 더위가 물러가는 한반도에서 철새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북쪽의 대륙으로 이동한다. 새들도 인간의 절기에 맞춰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인간 역시 처서는 다가오는 겨울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夕雨收殘暑 秋風進早涼 新衣誰與着 舊褐獨餘藏 蟬咽頻移樹 蛩音稍近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