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90

장소교 부부를 관아에 고발 하고

금옥몽(속 금병매) 내안이 마누라는 장소교 부부를 관아에 고발 하고... 스산한 가을바람 북쪽에서 불어오니 박정한 세상인심 헤아릴 수 없구나, 의로운 개(犬)는 텅빈 집을 지키는데, 굶주린 매(鹰)는 주인에게 달려든다. 썩어가는 쥐 고기에 몰려드는, 흉악한 올빼미떼의 부라리는 눈알들, 아뿔싸! 한점도 못뜯고 서로 싸움만 하다가 죽어가네! 한편 마적때를 만나 죽써 개준 꼴이 된 장소교 부자는 집으로 돌아오며 "아~, 내안이란 놈 여편내가 보통이 아니던데 지 남편 어찌 되었냐고 다그치면 뭐라고 한담?" 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두 부자는 말 한마디 없이 십여리를 걸었다. 이젠 목적지도 목표도 없어져 버렸으니 아무 생각도 없이 터벅터벅 걷고 있는 것이다. 걸으며 생각을 했는지 장대가불쑥 "아부지요, 별 걱정을 다..

금병매/금옥몽 2021.02.06

땡초들 소굴에서 벗어는 났으나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은 욕정의 땡초들 소굴에서 벗어는 났으나... 방생 대법회는 이웃 암자 스님 초청 화합 법회란 허울 뿐이고, 실제는 겉으론 불심이 넘치는 스님이란 칭송을 들으면서 뒤로는 음색 색정 땡중이었다. 소옥은 얼른 고개를 내리고 벽에 귀를 대고는 년 놈의 땡초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하고 귀를 곤두 세웠다. " 이 까까머리 천하의 땡초 도둑아! 너 왜 찾아오지 않는거야, 응? 이 땡초야 또 어느 보살을 꼬셔 애인 만들었지? 그래서 그 여자와 재미 보느라 안온거지?" "아이구, 누님 ! 생사람 잡네요, 만나자 마자 또 왜 깡짜요? 내가 누님을 얼마나 좋아 하는지 알잔우 그러니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해주잔우! 내가 누님 빼면 누가 있다구." "흥!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하네? 이..

금병매/금옥몽 2021.02.05

월랑은 마지막 보물마져 보시를 하고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은 마지막 보물마져 보시를 하고 빈 털터리가 된다. 월랑일행이 준제암(准提庵)에 와서 생활 한지도 그럭저럭 일주일 가량이 지나갔다. 월랑은 설고자가 잘 해주기도 하지만 우선 생활이 안정되고 불심이 깊은 그녀는 매일 부처님 전에 불공을 드리는 것 만으로도 그 간의 마음 고생을 다 잊고 생활하니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설고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설고자는 나름대로 월랑에게 잘 해 주는 이유가 있었다. 천하의 대부호 서문경의 미망인이고 서문대관이 죽은지 사오년이 지났다 해도 아직까지는 금은 보화와 같은 재물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어떻게 해서라도 월랑의 마음을 얻어 많은 보시를 이끌어 내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주가 지난 지금에서는 조금..

금병매/금옥몽 2021.02.05

월랑은 설고자 스님을 만나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은 설고자 스님을 만나 오랫만에 환대를 받지만... 한동안 꼬꾸라 진체 널부러져 있던 장소교 부자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적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에이, 씨팔! 더럽게 재수 없내!" 장대가 허벅지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아품 보다는 황금 덩어리를 빼았긴 것이 억울해 투덜 거렸다. 장소교는 다시한번 주위를 둘러보고 난 후에야 숲속으로 던져 넣었던 금낭을 가져 왔다, 대충 살펴보니 오십냥 정도는 될것 같았다. "그래도 이만 하기 다행이야 , 목숨까지 건지고 이 금덩이도 은화로 바꾸면 사백냥은 족히 되니, 집에 몰래 빼돌려 놓은 것과합친다면 이천냥은 될터이니 죽을때까지 써도 다 못쓸 돈이라고 하며 자문해 보지만 마적들에게 뺏긴 생각을 하면 울화 통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제 집으로..

금병매/금옥몽 2021.02.03

황금에 눈 먼 장소교는 내안이를 살해

금옥몽(속 금병매) 황금에 눈 먼 장소교 부자는 내안이를 살해하지만... 그 누가 믿을손가? 염량세태(炎凉世态)의 세상인심 미끼에 걸려든 멍청한 붕어. 그물 속에 뛰어든 참새를 비웃지 마소. 그게 바로 당신의 모습인 것을. 심산(深山)의 정갈한 여승의 선방(禅房)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물욕의 어두운 그림자, 육욕(肉慾)의 이글 거리는 향연... 정월 이십 팔일이 돌아 왔다. 내안은 빗바랜 푸른색의 옷을 입고 장소교를 찾아갔다. 장소교는 문을 열어주면서 능글맞은 웃음을 띠면서 "어서 오게 동생, 하면서 나는 새옷이라 초보 같고 아우는 고참 역리같이 보이는 걸!" 하는 농을 걸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방바닥에는 내안이 그토록 목메이게 보고 싶어하던 황금 상자가 놓여 있었다. "어제저녁 묻어 두었던 구덩이에서 ..

금병매/금옥몽 2021.02.03

월랑의 재물을 죽쑤어 개준 꼴이 되고

금옥몽(속 금병매) 내안이는 월랑의 재물을 죽쑤어 개준 꼴이 되고... 장소교는 내안이와 약속한 날 인데도 담비털 외투를 꺼내 보자기에 싸고는 성내 장관인(张官人)이 새로 문을 연 전당포를 찾아갔다. 공교롭게도 새 전당포 관리인은 안면이 있는 분씨(贲氏)인데 분씨는 전당포를 하던 사람으로 내안이가 서문경의 전당포에서 물건을 훔친 도난품을 맡은 일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장관인의 도움으로 새로 문을 열고 관리를 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구, 이게 누구요? 그동안 잘 지내셨수, 또 이렇게 만나게 되는 군요!" 하며 장소교가 담비털 외투를 보자기에서 풀어 내 놓으며 너스레를 떤다. 이거 몇일 전 지나가는 과객이 우리집에 묵고서 노잣돈 대신에 받은 것이요, 얼마나 되겠수? "얼마를 쓸려고 하나요?" "그래도..

금병매/금옥몽 2021.02.01

장소교는 내안과의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금옥몽(속 금병매) 장소교는 재물을 보고나자 내안과의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는데... 집에 와 보니 불에 타버린 초가는 나무로된 기둥이나 서까래는 흉칙한 몰골로 남아있고 벽돌로 된 벽채만이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혹시나 경향중에라도 도적들이 떨어 뜨리고 간 금 부치 한쪽이라도 없나 하고, 대안이가 잿더미 속을 이리저리 들쑤셔 보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내안이 놈이 한바탕 이삭 줍기를 해서 옮겨 감추어 놓은 터라 있을리 만무 하였다. 넋을 놓은채 잿더미를 바라보던 월랑은 기어이 참있던 울음을 터뜨리며 털썩 주저 앉고 말았다. 옆에서 보고있던 내안이 마누라가 월랑을 향하여 "염병할! 뭐가 잘났다고 울음이야, 정작 울 사람은 우린데, 우린 이제 어떻게 살라구! 마님인지 소님인지 빌어먹을 여편네가 즈거들 ..

금병매/금옥몽 2021.01.31

월랑은 도적들 방화와 약탈로 목숨만 건지니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은 도적들의 방화와 약탈로 겨우 목숨만 건지니... 인간의 머리로 짜 낸 간사한 꾀, 하늘의 뜻인 걸 어찌 짐작하리...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제주는 곰이 넘고 여우는 숨어서 웃는다, 비둘기 잡아 말린 누포(漏脯)처럼 횡재한 재물이란 모든 재앙의 씨앗... 땀의 댓가 없이 취한 재물은 삼대를 이어가지 못한다고 한다. 오월랑이 훗날을 위해 꼭꼭 숨겨 놓았다 가져온 금은 보화도 따져보면 서문경이 재물과 여자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온갖 더럽고 치사한 술수를 다 써서 모은 횡재한 물건이나 다름 없다. 오월랑은 금가를 키워가며 금가가 커서 재기의 장사 밑천으로 쓸거라며 순진한 생각을 한다. 어쩌면 애처롭고 가련 할 뿐이다. 그런데 서문경의 누포를 노리고 있는 ..

금병매/금옥몽 2021.01.30

승냥이 굴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월랑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은 피난처를 찾았으나 승냥이 굴을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꼴이 되고... 소옥이 무심코 열려있는 창으로 조금전 내안 부부가 뛰쳐 나왔던 헛간이 눈에 들어왔다. 흐릿한 불빛으로 자세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쌓아놓은 장작 뒤 편으로 상당히 많은 보따리들이 어지러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워낙 피곤한 소옥은 궁금하거나,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모두들 지치고 허기져 방안에 쓰러져 있는데 대안이가 쌀 반됫박을 구해와서 죽을 쑤어 먹고는 월랑 모자는 안방에, 소옥과 풍씨 할멈은 온돌 아궁이 앞에, 대안과 내안이는 헛간에 잠자리를 마련 잠을 청했다. 고아로 자란 내안이는 어릴때부터 서문경 집에서 하인 노릇을 하며 살았으나 괴팍한 성격에 말썽도 많이 피웠으며 손버릇도 나빴다. 서문경이 죽고 내보(来..

금병매/금옥몽 2021.01.29

월랑의 꿈에 서방과 병아 금련 춘매가 귀신으로

금옥몽(속 금병매) 월랑의 꿈에 서방과 병아 금련 춘매가 귀신으로 나타나서는... 밤이 되면 떠도는 푸르른 도께비 불 머리없는 귀신은 잃어버린 해골 찾아 헤매는데, 잡초 우거진 마을마다 굶주린 들개 시체를 파 먹는다. 계견지성(鸡犬之声) 마저 사라진 텅빈 성(城),연기마저 보이지 않는다. 그때부터 월랑은 낮이 되면 피난 온 아녀자들과 불상(佛像)뒤 마루바닥 밑에 숨어 지내고, 밤이 되면 주방에 숨겨 놓았던 쌀 한 바가지를 퍼내어서 희어멀건 죽 한솥을 끓여 함께 먹고 동이 트면 깜깜하고 음침한 마루바닥 밑으로 들어가 숨어 하루 하루 목숨을 연명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래도 고마운건 가는 세월이라 송나라 흠종과 금나라가 협상이 잘 진행되었는지 금나라 군사들이 송나라에서 철수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깥으로 ..

금병매/금옥몽 2021.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