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왕제색도'에 숨은 사연들] 270년 전인 1715년 7월 17일. 지겹던 장마가 1주일 만에 멎었다. 겸재 정선은 밖으로 나와 인왕산을 바라보았다. 웅장한 암봉 아래 채 가시지 않은 운무가 산허리를 휘감고 있었다. 그는 가장 큰 종이를 펼치고 조선 최고 진경산수화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그렸다. 크기는 가로세로 138.2x79.2cm, 그의 유작 400여 점 중 최대작이다. 이 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우선 그림 오른쪽 아래의 기와집은 누구 집일까. 그의 절친이자 당대 유명 시인 이병연의 집이라는 설이 있다. 이병연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는 얘기다. 겸재의 외조부 박자진의 집, 그림을 자주 주문하던 판서 이춘제의 집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다 겸재 자신의 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