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190

계집은 담장을 넘고 선비는 혼비백산 법당으로 피신

금옥몽(속 금병매) 비바람 치는 밤 음욕을 못이긴 계집은 담장을 넘고, 선비는 혼비백산 법당으로 피신한다. 오월이지만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고 있던 금계는 칠흑같은 밤중에 쏟아지는 빗물을 피해 몸만 빠져나와서는 무너진 담벼락을 잡고 따라가 보았다. 벽 뒷편에 있던 엄수재도 놀라서 깨어난 듯 여기저기서 새는 빗줄기를 피하느라 한쪽 손에는 등불을 들고 책과 이불을 치우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등불에 비친 엄수재의 이목구비는 더 남성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금계는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음욕의 불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매일밤 벽에 난 틈사이로 몰래 훔쳐보며 그의 가슴에 안겨보고 싶어 애간장을 녹였던 일과, 가까이서 보기위해 법화암을 찾았건만 못다한 인연을 하늘이 비를 쏟아부어 ..

금병매/금옥몽 2021.04.20

여씨댁은 이수비를 황천길로 보내 목적을 달성하고

금옥몽(속 금병매) 여씨댁은 이수비를 황천길로 보내 목적을 달성하고, 금계는 법화암 선비에게 춘정을 느끼지만... 하늘가를 맴도는 피곤한 나그네, 고량산천 그리며 산길을 간다. 텅빈 연자루(燕子楼) 가인은 어디가고 무심한 제비만 둥우리 지었네. 꿈같은 세월, 어느떼나 깨칠손가? 즐겁던 추억, 현실은 원망스럽기만 하다. -송(宋) 소동파(苏东坡)- 여씨댁과 공씨댁이 같이 꿍심을 품고서 짜고 이수비를(李守备)를 번갈아가며 음심을 채우니 늙어빠져 기력이 다 떨어진 영감탱이가 그래도 남정내라고 자존심을 보인다며 회춘약을 써가며 음욕에 빠진 두 여인에게 기력을 탕진하고 나서는 반신 불수가 되고 말았다. 체력이 고갈된 이수비는 두 어달이 지나서는 중풍까지 걸려서는 움직임도 못하고 누워 지내다가 말한마디 못하고 숨을..

금병매/금옥몽 2021.04.19

썩은 고목에서 회춘약의 효능으로 새싹을 튀우기를

금옥몽(속 금병매) 두 음탕녀는 썩은 고목에서 회춘약의 효능으로 새싹을 튀우기를 은근히 바라며... "회춘약(回春药)이 있는데 이것만 한알 먹으면 잃었던 봄이 다시 찾아옵니다. 또 요런것도 있는데, 요걸 먹고 한시진쯤 지나면 육봉이 부풀어 올라 사그러들지 않으니 계집의 옥문에 밀어 넣기가 무섭게 교태로운 목소리로 죽는다 살려달라 난리법석을 친다는이름 또한 예쁜 진성교(颤声娇)도 있구, 별 희안한게 다 있어요." 그러고는 왕회자가 꺼내놓은 주머니를 열자 반지처럼 동그란 요상하게 생긴 물건들이 나왔다. "이게 바로 남자들의 물건에 끼고 그 짖을 하면 계집들이 오줌을 질질싸며 살려달라고 소리친다는 유황권(琉黄圈)이고 요건 쇄양환(锁阳环)이란 것입죠." "에이 이사람아 그거야 젊은 이들이나 쓰지 나같이 물건이 ..

금병매/금옥몽 2021.04.17

여씨모녀는 우연히 공씨 모녀를 만나 집으로

금옥몽(속 금병매) 여씨모녀는 우연히 공씨 모녀를 만나 집으로 오는데 칠십노인 이수비는 새 여인을 탐한다. 그들은 유명한 상국사(相国寺)에 도착했다. 대단히 큰 사찰이었다. 절안에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 그틈을 타서 젊은 한량과 백수건달들은 나들이 나온 젊은 아낙이나 처녀들의 옆을 지나며 일부러 몸을 비벼 보기도 하고 엉덩이도 슬쩍 만지며 희롱을 하였다. 여인들 또한 뒤돌아 보며 야릇한 미소를 보내니, 서로 눈이 맞은 년 놈들은 손을 맞잡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기도 했다. 머리를 빡빡 깍은 애송이 중놈들이 입으로는 '아미타불'을 외우면서도 쉴새없이 나들이 온 아낙과 처녀들을 훔쳐보느라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염불을 외우면서도 속으로는 오로지 남녀간의 그 짓만을 생각한다. 부처님의 천리안으로 여..

금병매/금옥몽 2021.04.15

청명절을 맞아 금계도 오랫만에 나들이를

금옥명(속 금병매) 청명절을 맞아 금계도 오랫만에 나들이를 나섰다. 하늘 하늘 아지랭이 산들산들 부는 바람 따사로운 봄 기운에 가벼운 나비 옷차림 봄길 나선 여인네들 간밤의 비도 그치고 길가엔 유람객 발길 늘어진 버들가지 사이 창공을 오르는 옥치마 사냥 소리게 높이뜨자 숲 가에 일어나는 함성 장기 바둑에 공을 차고 술잔 들고 비파 뜯는데 경성의 봄 나들이 객들. 여금계는 이팔청춘의 봄날에 마음만 설레이지 여기저기 쏘다니는 뭇 사람들이 부럽고 샘이났다. 강가에 늘어진 수양버들의 막 피어나는 새싹과 연분홍 복사꽃 속에 예뿐 비단옷 입고 화려하게 장식한 마차를 타고 쏘다니는 아낙들을 볼때마다, 아! 내님은 어디 계시는가 하고 의문을 가져 본다. 옛날에 정혼 해 놓았다는 그이는 어디 있길레 소식도 없는가? 부잣..

금병매/금옥몽 2021.04.14

여금계 모녀는 생할고에 늙은이수비 장군에게 재가

금옥몽(속 금병매) 여금계 모녀는 생할고에 늙은이수비 장군에게 재가 하고 개봉으로 귀향한다. 구름타고 논다고 다 신선일까? 발밑에 있는 티끌 먼지가 아냐. 버들 잎은 저절로 비취빛 눈썹, 복숭아 꽃 처음부터 죽은 입술. 해골속 물도 목 마르면 감로수, 비출 거울도 없었는데 왠 티끌. 전생에서 끊을래야 끊어질 수 없는 반금련과 춘매의 인연의 연줄은 후세 생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니, 금련은 여지휘(黎指挥)의 집에 환생하여 금계(金桂)라고 이름지었고, 춘매는 이웃집에 사는 무관 공천호(孔千户)의 딸 매옥(梅玉)으로 환생했다. 우리 인간들이 이승과 저승의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고 살아서 그렇치 주위에서 태어나고 죽고 하는 모든 것들은 어떤 우주의 법칙 속에서 한치의 착오없이 반복 되고 있을 것이다. 세상사가..

금병매/금옥몽 2021.04.13

주막에서 퉁소불어 버럭질 하다가

금옥몽(속 금병매) 패륜아 정옥경은 주막에서 퉁소불어 버럭질 하다가, 우연히 서유공을 만나나... 큰 고목 나무에 기대어 새우잠을 자고난 옥경은 잠이 깨자 다시 배가 고파 온 세상이 다 노랗게 보이며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생각끝에 두건에 붙어있던 옥을 떼내어 전당포에서 오십전을 빌러 십전짜리 만두 다섯개를 사서 먹었으나 겨우 허기를 떼우는데 그쳤다. "애고, 죽겠네.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지? 오늘 밤은 어디가서 잠을 자고 아아 답답하구나?" 고민끝에 옷 속에서 무언가 짚이는게있어 꺼내보니 오공자가 나두고 간 퉁소였다. "옳지 그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군, 주막이나 사람이 모인곳에서 이걸 불어주고 동냥을 하면 잔돈푼은 생기겠구나." 옥경은 퉁소가 반짝반짝 빛날때까지 정성을 들여 닦았다. 그리..

금병매/금옥몽 2021.04.12

옥경은 거렁뱅이 신세로 윤주성 오공자를 찾아

금옥몽(속 금병매) *양가와 옥교에 전 재물을 몽땅 털린 옥경은 거렁뱅이 신세로 윤주성 오공자를 찾아나서는데 사공 양철호는 동옥교와 밤새 신물이 날 정도로 육방아를 찢고서 잠이 들었다가 아침해가 중천에 떠서야 깨어 났다. 옥교의 탐스런 알몸을 쓰다듬으며 물어본다. "이 배에는 뭐가 있기에 묘청이 그렇게 당부를 한거야, 애송이야 처리하면 그만인데, 재물이란게 대체 무었이야?" 옥교가 자세하게 일러주니 듣고있던 양가 놈이 입이 헤벌러지며 감탄을 한다. "야 아! 엄청 나구만. 이거 장난이 아니네 , 이 모든것을 묘원외에게 바친다, 은화 천냥까지 있는데 내가 미쳤다고 돌아가냐?" 그리고, 너처럼 귀엽고 토실토실한 이뿐이를 그 음흉하고 늙어빠진 못난이 묘가 놈에게 돌려 보낼 수야 없지 말도 안되지? 도적생활 십..

금병매/금옥몽 2021.04.11

세상물정 모르는 패륜아 정옥경은 환상에 젖어있고

금옥몽(속 금병매) 세상물정 모르는 패륜아 정옥경은 환상에 젖어있고, 의녀 앵도는 과주의 강물에 몸을 던진다. 쓸쓸한 가을 바람 국화는 쇠잔한데, 썩어가는 연꽃잎, 차라리 강남땅의 주막에서 막 일이나 하며 살까 보다. 호수건너 고향 찾는 나그네, 옛 영화 어찌하면 다시올까? 담장에 앉은 새도 슬피 우네, 흩날리는 꽃잎 담 넘어 난다. 물위 아지랑이 허망함 알리고, 파란 하늘 바람과 구름에 가려 사리를 분간 못하고 헤메이네. 인간세상의 부귀영화는 한순간에 허무한 환상으로 변할 수 있다. 손님들이 떠나고 난 텅빈 주막안을 둘러 보면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고 풍악소리에 흥겨워하던 실체는 없고 쓸쓸하기만 하다. 그런 사항을 대변하는것이 불교와 도교에서 강조하는 글자 빌 '공(空)'이 허무한 인생을 애기해 준다고..

금병매/금옥몽 2021.04.10

옥경이 잠에서 깨어보니 모두가 일장춘몽인데

금옥몽(속 금병매) 옥경이 잠에서 깨어보니 모두가 일장춘몽인데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미련이 남아... "스님! 월강스님!" 옥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리 불러 보아도 인기척이 없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가다듬어 주위를 둘러보니 텅빈 방에는 자신만 있고 여기저기에는 어제밤 먹었던 술병과 안주가 널부러져 있고 퉁소만이 달랑 남아 있는것이 어제밤 일이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먼동이 터오고 있는데 산사 주위는 운무로 뒤덮혀 있었다. 그냥 산을 내려가기도 그렇고 어제밤의 함께했던 사람들도 모두 안보여 이상하게 생각한 옥경은 옆에 있는 요사채로 가서 사람을 불러 보았다. 한참만에 한 노승이 눈을 비비며 나와 합장을 한다. "아미타불! 처사님 께서는 무슨일로 이렇게 일찍 찾아 주셨습니까?" 옥경은 어제..

금병매/금옥몽 2021.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