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옥몽(속 금병매) 비바람 치는 밤 음욕을 못이긴 계집은 담장을 넘고, 선비는 혼비백산 법당으로 피신한다. 오월이지만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자고 있던 금계는 칠흑같은 밤중에 쏟아지는 빗물을 피해 몸만 빠져나와서는 무너진 담벼락을 잡고 따라가 보았다. 벽 뒷편에 있던 엄수재도 놀라서 깨어난 듯 여기저기서 새는 빗줄기를 피하느라 한쪽 손에는 등불을 들고 책과 이불을 치우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등불에 비친 엄수재의 이목구비는 더 남성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금계는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음욕의 불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매일밤 벽에 난 틈사이로 몰래 훔쳐보며 그의 가슴에 안겨보고 싶어 애간장을 녹였던 일과, 가까이서 보기위해 법화암을 찾았건만 못다한 인연을 하늘이 비를 쏟아부어 ..